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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정 May 09. 2024

스물다섯 동거인이 생겼습니다.

동거? 해보고 말하시죠.


 스물다섯이 된 지 5개월. 동거인이 생긴 지 2개월.


  고작 만 스물네살짜리가 이야기하긴 웃기지만 살다보면 그런 날들이 있다. 안 하던 짓을 하는 날. 그리고 그런 날엔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작년 내 생일 날이었다. 생일이라 친구가 부산에서 올라왔고, 생일이 금요일이었던 터라 늦은 밤이 되어서야 친구는 서울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곧장 술을 마시러 갔다.


  거기서 지금 나의 동거인, J를 만났다. 흔히들 말하는 자만추이긴 하지만 살면서 처음 보는 사람을 대뜸 믿을 만큼 용기가 가상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그날은 왜인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보다보니 괜찮은 남자라는 (근거 없는)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고(이때까지는 사실 그리 진지하진 않았다),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새 1년이 채워졌다. 그리고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서로의 동거인이 되었다.


  동거라는 단어가 주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다. 동거를 하는 사람은 놀기 좋아하고, 이성을 좋아하고, 뭐..그런 것들. 근데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성한테 별로 관심이 없을 뿐더러(그렇다고 동성에 관심 있는 건 아니다) 없는 것도 참 없이 살아서 내 삶에 악착 같이 살아왔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런 삶 속에서 이성을 만나서 푹 빠져버린 것이 아니냐 하겠지만 나름대로 연애는 계속 해왔고, 그저 그런 감정까지 가지 않았을 뿐이다.


  근데 이 사람은 달랐다. 관계에 진지하고 싶진 않았는데 자꾸 나를 진지하게 만들었다. 자꾸 미래를 그리게 했다. 그렇다고 진지한 남자도 아니다. 조금도 쉬지 않고 노래를 흥얼거리질 않나, 시도때도 없이 성대모사를 하질 않나, 노래만 나오면 춤을 추질 않나. 아무튼 무거운 사람은 전혀 아니다. 근데 이렇게 통통 튀면서도 중요할 땐 바다처럼 고요해진다. 그 점이 나를 휩쓸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출산 시대의 위험이라고 매일 같이 뉴스가 나오는 시대에 감히 동거를 시작하고 결혼을 꿈꾸고 있는 내가 할 이야기는 동거해라, 결혼해라 뭐 이런 것들이 아니다. 그저 내가 동거를 택한 이유, 동거의 행복,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이 생긴 것에 대한 기쁨 그리고 그것에 따라오는 힘든 것들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고픈 것이 다이다.


  그러니까 드라마로 따지자면 "멜로가 체질" 같은, 소소하고 일상적인, 내 옆에 있을 법한 누군가의 이야기인 내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한다. 어쨌든 이 지구라는 행성의 모든 사람들은 다 각자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으니, 나도 수십억 개의 이야기 중 하나를 하는 거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위로가, 웃음이, 혹은 비난의 대상이 되길 고작 글자 몇 자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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