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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분유는 1L 까지래

크면 맛난 거 많이 사줄게

우리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참 잘 먹었다. 태어난 지 1주일이 지나 우리 부부에게 신생아실 간호사분께서 말씀하셨다.


"일반적으로 1주일이 지나면 체중의 10퍼센트가 빠지는데, 아가가 잘 먹어서 살이 좀 쪘어요"


아들의  체중표를 보니 3.3kg에 태어나 3.5kg이 되어있었다. 엄마, 아빠 닮아서 잘 먹나 보다. 신랑과 나는 우리 아들이 맞다면서, 잘 먹으면 좋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잘 먹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산후조리원으로 넘어가서는 유축 모유를 가지고 내려가 수유를 하고 나면, 뭐가 그리 더 먹고 싶은지 입을 계속 아 벌리고 쳐다본다. 안타까워서 더 주다 보면 거의 100ml을 넘기고, 심할 때는 160ml까지 준 적도 있었다. 그래도 뭐가 더 먹고 싶은 지 입을 아 벌리고 쳐다보곤 했다. 수유실에서 아가를 신생아실로 넘길 때, 수유량을 말하고 나면


"어머님, 아가 너무 많이 주심 안돼요. 지금 잘 먹으면 100ml인데, 120ml도 많은데. 놀아주세요"


한 소리를 듣곤 했다. 120ml을 안 넘기려고 애를 썼다. 나눠서 먹이고 딸랑이도 챙겨가서 놀아도 줬다. 한 번은 130ml을 줘도 달라고 계속 보채서 말씀드리고 신생아실로 아들을 넘기기도 했다.


산후도우미 이모도 아들에게 100ml 먹이고, 아들이 울길래 30ml 주시고 또 달라고 하자, 신생아가 너무 잘 먹는다면서 놀래셨다. 심지어 토하지도 않고 게워내지도 않았다. 너무 먹자마자 트름 하고 입을 뻥긋거렸다. 


"분유는 1리터 이상 먹임 안된다던데"


잘 먹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분유는 1리터를 넘기지 말라고 했다. 이모님도 그러셨다. 일단은  유축 모유를 제외하고는 분유는 매일 950ml~1100ml 사이를 유지하느라 힘들었다.


이 사실을 들은 엄마와 시어머니는


"배고프면 그냥 줘라.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아들을 돌보는 것을 도와주러 온 엄마는 2시간 동안 거의 200ml을 먹였는데도 울자.


"왜 이런데. 너무 많이 먹는데~"


결국 나의 품에서 어르고 달래서 재웠다. 그래도 4주까지는 유축한 모유가 있어서 할만했다. 1달 뒤 병원에 예방접종이 있어서 의사 선생님께 혹시나 해서 물었다.


"1리터 이상 먹임 안 되나요?."

"모유는 괜찮아요. 분유는 1리터 이상 안돼요. 그렇게 많이 먹나요? 한 번에 얼마나 주시죠?"

"130ml~150ml이요"

"지금은 120ml도 많아요. 달래주세요"


헐. 정말 매일 달래는데. 생각해보면 양이 안차는데 달래면 화가 날 것 같은데. 1달이 지나고는 분유의 양을 맞추느라 신랑과 엄청난 노력을 했다. 자기 양에 맞지 않아 화를 내는 아들 앞에서 춤도 추고 동요도 불러줬다. 수유 텀을 늘려야 된다고들 했지만, 수유 텀이 짧더라도 조금씩 여러 번 먹여서 양을 맞췄다.


아들이 크면서 분유의 총량도 늘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예방 접종을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에게 여쭤봤다.


"분유 1리터 넘겨도 되나요?"


답변은 항상 "안돼요"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들이 잘 먹은 덕에 100일이 되면 자신이 태어날 때의 몸무게의 2배가 된다고들 하는데, 아들은 65일에 자신의 몸무게의 2배가 됐다. 그리고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께서


"어머, 너무 잘 키웠네요."


말씀하셨다. 그럼 신랑과 뿌듯해하곤 했다.


70일쯤 지나면서 아들이 밤에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새벽 수유가 줄고, 수유 텀이 일정해졌다. 그러면서 83일 지금까지 800ml~900ml을 먹고 있다.


지금도 식탐은 여전하다. 정확히 분유 먹고 3시간이 지나면 밥 달라고 운다. 아분유를 먹인 후 트림시키고 바운서에 앉혀 놓고 신랑과 저녁식사를 하면 그 옆에서 입을 벌린다던지, 침을 흘린다던지, 심할 때는 운다. 그러면 항상 어르고 달랜다.


"아들아, 크면 같이 먹자.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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