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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글쟁이 Sep 15. 2020

수면교육의 정답은 바로.

그건 바로 신랑이었다.

우리 아들은 엄청난 등 센서를 가지고 있다. 분명 온몸에 힘이 빠져 자면 깊이 잠든 거라고 했는데, 힘이 빠진 걸 확인하고 내려놓으면  순간 일어나서 운다. 심지어 코를 골면서 자고 있어 내려놓으면, 잘 잤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그래서 자는 동안은 거의 아들을 안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밤에는 깊이 잠들지 않을까 싶어 내려놓으면 울면서 일어났. 결국, 새벽 두 시까지는 소파에서 신랑이 안고 자고, 두시 이후로는 내가 안고 잤다. 여러날 반복되자 누워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하니 컨디션도 안 좋았다.  큰 문제는 아들을 안고 자다가 나도 순간 에 빠지다 보니 안고 있는 팔에 힘이 빠져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새벽 2시 이후로 매트 한쪽에서 쪽잠을 잤다. 그러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엄마 지인들에게 물었다.


"등 센서가 심하면 안고 자야 해, 100일만 참어"

"힘들겠다. 우리 아가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시간 지나면 누워서 자니 걱정 마"


일반적으로 100일이 지나면 통잠을 자며 그 때는, 안겨서 자지 않을 거라고 그 때까지만 참으라고들 했다. 그래. 100일의 기적을 믿자. 100일만 참자 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100일의 기적이 아닌 기절이 올 수도 있다는 말에 좌절했다.


70일쯤 되던 날, 현재 육아휴직 중인 신랑의 친구가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안아서 재운다고? 수면교육을 해서 스스로 누워 자게 해야지"


수면교육이라고? 자는 것도 교육해야 된다고?

알고 보니, 나의 친구들은 수면교육에 실패했거나, 수면교육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잘 자는 경우였다.


"수면교육해봤는데, 그거 애 잡는 거야! 그냥 시간이 지남 알아서 자던데"

"나도 해봤는데, 안되더라"

"수면교육? 자는 걸 교육해야 해?


결론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수면교육에 성공한 신랑의 아빠 지인 왈,


 "책이랑 유튜브랑 보고 잘 따라 하고, 아가가 우는걸 두려워하면 안 돼. 의사표현이라고 생각해"


그날부터 신랑과 열심히 수면교육 관련 유튜브와 블로그의 글을 찾아봤다. 수면 의식을 해서 재우면 아가가 자는 때에 보채지 않고 눕혀놓으면 스스로 혼자 잔다는 것이었다. 많은 글과 유튜브에서 수면교육이 중요한다고들 하니, 왠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면 의식패턴은 대개 목욕을 시키고, 밥을 먹인 후, 잠잘 방에 들어가 음악을 들으며 아가를 적당히 재워서 침대에 눕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 밖으로 나와 너무 보채지 않는 한 아가의 적당한 울음을 견디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가가 울다가 스스로 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의식은 1주일은 지속하는 것 같았다.


72일, 첫 의식을 행했다. 8시에 목욕을 시키고 밥을 먹였다. 9시에 곰돌이 수면등을 키고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졸려하는 아들을 재웠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아가는 잠이 오는지 코를 골자, 그래 이제 눕히자. 눕히는 순간 눈을 떴다. 다시 안아서 토닥이자 잠이 들었다. 눕히니 다시 눈을 떴다. 이게 아닌데. 자야 하는데. 지켜보던 신랑이 다시 안고 토닥였다. 다시 코를 골기 시작하자, 침대에 내려놓았다. 문을 닫고 신랑이 나오면서 성공했다며 말한 지 1분 후 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고 나면 다시 재우는데 한참이 걸렸고, 몇 차례 반복하다, 결국 안고 잤다. 다음 날도 시도했지만, 결국 안고 자는 걸로 끝이 났다. 아가가 우는 걸 견뎌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지쳤고, 그냥 안고 잤을 때보다 달래고 안고 자다보니 배로 피곤해졌다.1주일만 버티면 된다는 데 우리는 2일도 견디지 못했다. 다른 방법도 찾아봤지만, 아들이 울면 속수무책이었다. 울음을 견디는건 쉬운게 아니었다. 결국 수면교육을 포기했다.


아들을 안고 소파에서, 매트에서 자는 힘든 새벽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75일쯤이었나. 어쩌다가 본 한 유튜브에서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말하길


 "수면교육이 힘들면 일단 아빠랑 재워보세요."


이유는 엄마들은 아가가 조금만 움직이거나 조금만 울어도 일어나서 아가를 달래는데, 아빠들은 그냥 잔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신랑은 새벽 2시 이후에는 깊은 잠이 드는지, 중간에 깨서 아들이 엄청 울어도 잠만 잤다. 궁금해서 가끔 신랑한테 일부러 그러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는데, 신랑은 안 들린다고 했다.


때마침 그날이 토요일이었다. 일요일은 신랑이 쉬는 날이니, 밤새 같이 아들과 자기를 부탁했다. 신랑은 자신이 재워볼 테니 걱정 말고 자라고 했다. 나는 그날은 안방 문을 살짝 열고 잤다. 오랜만에 누워 자는 잠이라 깊이 잠들었다. 거실에서 아들 울음소리와 신랑의 목소리에 나와보니 새벽 5시쯤이었다. 거실을 나와보니 울고 있는 아들과 신랑이 매트에서 이불을 깔고 사이좋게 누워있었다.


"새벽 두 시까지 안고 자다가 너무 힘든 거야. 그래서 매트에 다가 잠시 눕혔는데 자길래. 아가 이불 가지고 와서 같이 자는데, 지금 잠시 일어났어"


신랑은 중간중간에 아들이 칭얼대길래 내버려두었더니 드라는 것이었다. 자다가 울길래 밥 먹이고 트림 시키고 피곤해서 옆에서 눕혀놓고 잤더니 잤다는 것이었다. 안 울었냐는 말에, 울긴 했는데 자신이 너무 잠이 와서 그냥 잤더니, 자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신랑과 아들의 동침이 시작됐다. 80일이 되던 날 기적이 일어났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누워서 통잠을 자더니 밥을 먹고 5시부터 다시 7시까지 누워서 잤다.


아들은 그날 이후 105일인 지금까지 계속 같은 패턴으로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4시부터 7시까지 누워서 통잠을 잔다. 대신 낮에는 등 센서 풀 작동으로 안겨서 낮잠을 자고 있다.


지금도 거실에서 신랑과 매트에서 잠을 잔다. 가끔 아들이 칭얼대는 소리에 거실로 나와보면 신랑은 정말 안 들리는지 아들 옆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아들도 칭얼거림을 멈추고 잠을 잔다.


신랑은 수면교육은 바로 이렇게 함께 숨소리를 맞춰가며 자연스럽게 자는 거라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면교육의 최고의 선생님은 바로 나라고"


그렇다. 아들의 수면교육의 정답은 신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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