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도레미파솔라이프니치
Sep 25. 2020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고 말지.
아들~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 다오.
백일도 되지 않은 아들이 요로감염으로 입원을 해야 한다는 말에, 신랑과 나는 짐을 챙겨 병원으로 갔다. 가는 차 안에서 이 작은 아들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미안했고, 어떻게 병원생활을 해야 하나 걱정스러웠다. 신랑은 의사 선생님이 4일만 항생제 치료를 하면 된다고 했으니, 항생제를 잘 먹이면 될 거라고 했다.
병원에 도착해 입원실에 도착했다. 아들에게는 시댁과 친정엄마 집이 아닌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입원 실안을 보며 신기해했다. 조금 지나 간호사분께서 오셨다.
"피검사하고 수액 맞을 링거 꽂을 거예요. "
피검사, 링거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신랑과 나는 동시에 당황했다. 당연히 항생제를 먹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은 아가한테 피검사하고 링거를 꽂는다고?
"수액, 항생제가 링거 통해서 들어갈 거라서요."
간호사 실로 아들을 데리고 갔다. 발에 바늘을 꽂을 핏줄을 찾기 위해 아들을 꼭 잡아달라고 했다. 아들은 간호사실의 배드에 눕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했는지 울기 시작했다. 발에 바늘 꽂을 곳을 찾는 동안 아들을 달랬다. 발에 바늘을 꽂는 순간 아들은 자지러졌고, 정말 너무 미안해서 순간 핑 눈물이 돌았다. 그 순간
"어머니, 죄송해요. 손에 다시 해야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달래기 위해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아들을 안는 순간 눈물은 정말 터져버렸다. 결국 신랑이 아들을 안고 달래서 간신히 손에서 피를 뽑고 링거를 연결했다. 다 끝난 줄 알았는 데, 항생제 반응 검사까지 하느라 아들은 녹초가 되었다. 간호사분께서 링거가 연결된 손에 가재 수건을 묶어 장갑을 만들어주셨다. 아들은 어느새 손에 묶긴 가재 수건이 신기한지 물어대고 있었다. 다행히 아들은 병원 생활에 잘 적응했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신기해했다. 들어오시는 간호사 분들과 청소부 아주머니, 의사 선생님, 초음파실 선생님들까지 아들을 보고 다들 이쁘다 귀엽다고 해주셔서 그런지 더 옹알이도 많이 하고 잘 웃었다.
하루가 지나, 신랑과 나는 이렇게 4일만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튿날 저녁 10시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열은 39.6까지 올랐고, 해열제를 먹였다. 몸도 닦아주고 열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들도 아픈지 울기만 했고 안고 달래고 다시 안아 재웠지만 4시간 동안 열은 1도만 떨어졌다. 당직의사 선생님께서는 아기가 너무 어려서 해열 주사를 놓을 수도 없고 링거를 놔 줄 수도 없으니 해열제를 먹이면서 열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4시간마다 해열제를 멱였지만 1도 이상을 떨어지지 않고 4시간이 지나면 다시 39도로 열이 올랐다. 4번의 해열제를 먹이고 나니 37.5도로 미열이 유지되었다.
아침 일찍 담당의사 선생님께서 회진을 오셨다. 열이 갑자기 올랐으니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다시 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안 그래도 아파서 녹초인데 피검사를 한다는 말에 놀랐지만, 염증 수치를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아들은 피검사를 하기 위해 핏줄을 찾는 내내 울었다. 나도 내피를 뽑을 때 머리를 돌려서 보지 않을 정도로 주사가 무서웠지만, 내가 피를 뽑아주고 싶었다. 아들이 우는 건 정말 너무 힘들었다.
발에 링거를 꽂고 아들은 금세 안정을 찾았다. 다행히 열도 내려가서 36.9도를 유지하더니 36.5가 되었다. 이후 4일간 36.5도를 유지했다.
7일째 되는 날 퇴원을 했다.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오자, 아들은 집에 한쪽에 걸린 우리의 결혼사진을 보며, 자신이 집에 왔음을 느꼈는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 식구는 다 같이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퇴원 후에도 1주일 동안 정해진 시간에 항생제와 정장제를 먹였다. 처음에는 우는 아들을 간신히 달래 먹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빨아서 먹기 시작했다. 지금은 완쾌되어 폭풍 옹알이를 하면서 내 옆에 있다.
병원생활을 하면서, 신랑과 나는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어린 자식이 아픈 걸 보는 게 더 마음이 아팠다. 전에는 신랑이랑 아들이 크면 뭐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냥
아들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