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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글쟁이 Sep 18. 2020

아기가 아프면 엄마는 알아요!

진단은 꼭 의사에게 받아야.

저저번 주, 목요일이었다.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기저귀가 무언가 이상했다. 다 노란데 어느 한 부분이 붉그스름했다. 불그스레한 크기는 거의 점정도의 크기여서 불을 켜고 빤히 봐야 알 수 있는 정도였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아들은 자신의 기저귀를 갈아주니 그저 신이 나 있었다.


기저귀를 갈고 나서 아들과 모빌 책도 보고 장난감 소리도 들려주고 놀았다. 그동안 계속 머릿속에 아까 갈아준 기저귀가 생각났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갈아준 기저귀에 어느 정도 소변을 봤길래, 기저귀를 열어봤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노랗게 물든 기저귀 어느 한 부분이 약간 붉그스레했다. 이번에도 점만 한 크기였다.


순간 무서웠다. 가지고 있던 "삐뽀삐뽀 119 소아과"를 찾아봤다. 소변이 불그스레한 경우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요산이 나왔을 경우와 혈뇨인 경우였다. QR코드의 사진으로 보니 요산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주의사항에 다른 사람의 경험에 귀 기울이지 말고 꼭 기저귀를 챙겨서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라는 것이었다.


지역 맘 카페와 블로그, 임신 출산 관련 카페의 글을 찾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흔한 경우였다. 환타색이면 확실히 요산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간혹, 요산인 줄 알고 가서 검사하니 요로감염이었다는 글도 있었다. 과산화수소를 이용하면 혈뇨인지 요산인지 알 수 있다고도 쓰여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기저귀를 찢어보니 그 부분을 붉그스름했다. 요산인가? 시간이 지나면 혈뇨는 갈색으로 착색된다고 했는데. 2시간이 지나도 붉그스름했다. 요산인가 보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신랑에게 집에 오는 길에 과산화수소를 사 오라고 말하고 아들을 재웠다.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려고 보니, 이번에는 두 군데가 점 크기로 붉그스름했다. 순간, "삐뽀삐뽀 119 소아과"에 쓰여있던 말이 생각났다.


 기저귀가 붉게 물드면 반드시 의사에게 보여야.


신랑에게 전화해 기저귀가 이상해 병원을 가야겠다고 했다. 오후 6시 30분이었다. 인근 아동병원에서는 7시 30분까지 접수가 가능하다는 말에 아동병원에 가기로 하고 붉그스레했던 기저귀 3개를 챙겼다. 아동병원에 가기 위해, 집에 온 신랑에게 기저귀를 보여줬다.


"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야?"

"여기 봐봐, 붉은 점이 있어"

"그냥 여기 소변을 많이 싸서 진해진 거 아니야?"


신랑은 내가 불안해하자 별게 아닌 거 같으니 확인받자며 약속대로 아동병원에 가기로 했다. 아동병원에 도착해 열을 재보니 정상이었다. 챙겨 온 기저귀들을 보이며 기저귀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열은 있었는지, 아가는 보챘는지 물으셨다.


"혈뇨 같진 않아 보이네요. 그러기에는 아가 컨디션이 너무 좋아요. "


시간이 늦어서 소변검사를 할 수가 없고 하려면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야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응급실을 가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고, 아가가 상태가 좋으니, 내일 소변검사를 하게 소변을 받아오라며 소변통을 주셨다. 돌아오는 길에 신랑은


 "자기가 너무 예민했어. 내가 봐도 별거 아니던데"


예민했나 싶기도 하면서 소변검사의 결과를 본 건 아니니 안심하기도 그랬다. 다행히 그 이후에는 기저귀에 붉은 점 같은 게 보이지 않고 그냥 노랬다. 다음날 아침 목욕을 시키고 소변을 받았다. 신랑이 출근하는 길에 병원에 내고 결과를 듣고 말해주기로 했다. 신랑은 현관에서 이렇게 말하곤  갔다.


"어제 잠깐 그랬구먼. 그냥 노랗잖아. 아무것도 아니야. 걱정 말고 있어"


1시간이 지난 후,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 입원해야 된대. 염증 수치가 3배 높대. 의사 선생님께서 어제 혈뇨였을 거 같대."


신랑의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놀랬다. 이제 백일도 안된 아들을 입원시킨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웠고, 동시에 얼마나 아픈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다고 하기에  아들은 밝은 웃음을 지으며 놀고 있었고, 순간 미안함이 몰려왔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아들을 한동안 품에 꼭 안았다. 병원 생활은 정말 힘든데. 미안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신랑이 올 때까지 아들을 바운서에 놓고 짐을 챙겼다. 돌아온 신랑은 의사 선생님께서 한 이야기를 이어서 해줬다.


"요로감염인 거 같대. 이 정도 수치면 열이 나야 하는데. 그전에 발견했으니 일요일까지 염증치료만 하면 될 거래. 다행이야. 자기가 빨리 발견해서, 나는 기저귀를 봐도 모르겠던데. 자기가 어제저녁에 가자고 보챘음. 열나서 응급실 갈 뻔했어"


신랑에게 삐뽀삐뽀 119 소아과 책을 펴서 여기서 그러라고 했다며 보여줬다. 읽었어도 기저귀 상태가 혈뇨보다는 요산에 가까워 자기였음 그 글을 봤어도 그냥 넘어갔을 텐데 내가 발견해 다행이라고 했다. 책을 덮자, 신랑이 책 표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역시 엄마는 다르나 봐."


 책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아기가 아프면 엄마는 알아요!



.

.

그리고 7일간의 병원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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