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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Aug 30. 2022

에버랜드 사용법

자연농원만 가본 늙은 엄마 아빠의 에버랜드 탐험기

생전 안 가본 에버랜드에 가게 된 이유


초등학교에 간 아이의 첫여름방학이 끝났다.

꽉 찬 한 달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더랬다.


걱정이 무색하게

남편을 뺀 가족들의 코로나 돌림병으로 순식간에 방학이 끝났다.


시어머니 생신으로 찾아뵙기로 한날,

아침부터 몸이 이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진단키트를 했다. 음성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우리 집은 코로나 방역 자체 3단계"라는 가시섞인 말을 들을 정도로

유난을 떨었다.

일단 아이들이 어려 조심스러웠고,

1차 백신을 맞고 이런저런 몸의 이슈(?)를 경험했기에(백신도 1차로 끝냈다)

암튼 조심스러웠다.


근데 시어머니 미역국을 끓여 시댁에 들어가자마자 열이 펄펄 났고

그래도 몇 시간을 시댁에서 보내다 집으로 돌아왔다.


한 여름인데 너무 추웠다.

씻을 힘도 없어 간신히 옷만 갈아입고 누웠다.

혹시나 싶어 자가진단키트를 했더니

닿자마자 2줄이 나왔다.

눈물이 나왔다.

애들은 어쩌나....

심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데,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들면서 앓아누웠다.


40.7도.

아프다. 아팠다.

매일매일 아픈 양상이 달라졌다.


암튼, 나로 시작한 코로나는 이틀 뒤 둘째, 닷새 뒤 첫째에게... 갔다.

..... 줄게 없어서 코로나를 주다니...

방도 화장실도 따로 쓰고 마스크도 끼고 손 소독도 하고 장갑도 꼈는데

소용없었다. 자다가 "엄마" 찾는 둘째가 제일 먼저 걸렸다.

"엄마, 선생님이 엄마 방 들어가도 된다고 했져."

해맑게 합류한 둘째와 격리....


다행히 아이들은 무탈하게 지나갔다.


셋이 해제될 때까지 꼬박 2주가 걸렸다.

그동안 재택근무를 하며 코로나 격리자들을 케어한 남편만 무사했다.

미스터리다.


어렵고도 먼 에버랜드


암튼 그렇게 방학이 끝났다.

휴가도 못 갔고(대부분 계획 같은 게 없다. 그냥 가거나 하루 이틀 전 숙소 잡고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그래서 남편 찬스로 에버랜드에 가보기로 했다.

반백살이 다 되어가는 남편과,

그보다 조금 젊은 나는 자연농원만 가봤다.

에버랜드로 바뀐 다음에는 이름만 들어봤지,

성묘하러 갈 때 도로표지판에서나 봤지,

실물을 영접한 적은 없었다.


#1. 에버랜드 앱은 필수, 깔아야 들어간다

너무 어려웠다.

혹시 나처럼..... 에버랜드 초행길인 이들이 있다면,

반백년만에 가게 된 이들이 있다면

진짜 완전 1도 모르는 이들.... 스마트 예약이 뭔지도 모르는 이들...

이용권을 미리 등록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이들.... 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적어본다.

먼저 에버랜드 앱을 깔고

확보한 이용권을 등록한다.


#2. 아이가 어리다면 로즈가든 쉘터 예약? 당일 예약 실패

어린아이들이 있다면 스마트 예약에서 미리, 로즈가든 쉘터를 예약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전날 고민하다 담날 현장에서 하면 되겠지, 혼자 좋을 대로 생각하다

망했다.

일단, 당일 예약 여부는 불확실하고 (직원마다 답이 달랐다. 원래 당일 여분이 있으면 예약이 된다는 사람도 있었고, 당일 예약은 안된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겨우 찾은 로즈가든 쉘터 앞 직원은 '마감' 팻말을 세워두고 있었다.)

제일 넓은 쉘터는 7만 원, 3개뿐이었는데 방이 비었음에도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2층에 있는 카바나는 4만 원, 1층 대로변(지나가는 이와 눈 맞기 딱 좋은)은 3만 원이다.

 

#2. 먹거리 비싸니 도시락으로? 담번에는 카드만 챙겨가리라

에버랜드 먹거리가 가성비 떨어진다는 정보를 입수한 알뜰살뜰 전업주부인 나는

출격 당일,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과 유부초밥을 쌌다. 물통에 물도 잔뜩 넣고 물티슈와 소독 티슈도 챙겨 짐이 한가득이었다.

쉘터에 두고 다닐 생각에(혼자만의 생각)이고 지고 나섰던 촌닭은

7시 출발을 기대했으나 현실은 8시 반 출발.

차 안에서 김밥 두통을 아침식사로 클리어하고

10시 좀 넘어 도착한 정문 유료주차장은 이미 차가 가득했다.

남편은 "평일 이 시간에 차가 웬 말이냐"라고 놀란 눈치였다.


결론적으로 스마트줄서기 예약을 망한 우리는 11시쯤 도시락을 깠는데,

한 끼 드시면 같은 음식을 재활용하는 법이 없는 남편은 김밥과 유부초밥을 건드리지도 않았고,

두어 시간 후부터 퀭해진 얼굴로 "밥 먹자"라고 했다.


#3. 주차는 카카오 T로 5000원 절약해서 1만 원

주차비는 하루 최대 1만5000원. 카카오T를 깔면 5000원 할인 받은 1만 원에 해결할 수 있다고 해

부지런히(정문 유료주차장 앞에 도착해서야, 줄이 길어 충분했다) 카카오 T에서 주차를 찾아 차량 번호를 등록하고 카드를 등록했다. 제대로 한 건지 확인할 바 없으나, 주차장 입장 전 해결.

주차장에 들어가기 전 등록해야,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실 뭔 정신에 했는지 모르겠다.

내렸더니 다른 이들의 손에도 짐이 한가득이었다. (그들에게는 유모차가 있긴 했다)

초행길인 나는 그들이 전문가(?)로 보였다. 한 짐 가득 싸들고 온 스스로를 칭찬하며

꿈과 환상의 나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갔다.


#4. 들어가자마자 스마트 예약, 로스트밸리? 사파리?

입장하면 무조건 줄을 서야 하는데,

직접 가서 서는 게 아니라 에버랜드 앱에서 스마트하게 줄을 서야 한다.

버스를 타고 초식동물을 만나는 로스트밸리와

사자, 호랑이, 곰 (세 종류뿐이지만) 같은 육식동물을 만나는 사파리가 있는데

이 둘이 가장~~~ 인기가 많아 들어가자마자 봐야 한다고 했다.

떨리는 마음에 입장하자마자  둘 중 아무거나 스마트 줄서기를 했다.

로스트밸리 39분 대기.

바로 사파리를 예약하고 싶었지만

일단 먼저 예약한 곳에 들어간 다음에야 다른 것 예약이 된다고 했다.

대기 시간이 10분 전, 그러니까 9분이 되면 큐알코드가 생성되어 그때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 덕분에 로스트밸리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다니는 내내 늙은 어미는 정신이 혼미해졌는데,

..... 뭔가 하나를 하고 나오면 다 기념품 가게가 기다리고 있던 것도 한몫했다.

귀여운 머리띠를 평생 해 본 적 없는 나는 애들이라도 해주거나 아니면 내가 더 늙기 전에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이곳에 왔지만..... 기념품 가게들의 쪽수에 눌려 탈탈 털리기만 했다. 마트(?)가 나타날 때마다 물건을 고르는 아이들에게 엄마 지금 짐이 무거우니 "갈 때, 사자"고 점잖게 이야기했지만

장난감 앞에서 깨춤 추는 아이들을 말릴 수는 없었다. 나중에는 장난감이 사고 싶었는지, 아이들이 집에 가자고 계속 보챘다.)


#5. 로스트밸리와 사파리 투어, 적금 들어 스페셜 투어 고고?

아이들과 전날, 유튭에서 본 것은 스페셜 투어였다.

애들은 언제 기린 먹이 주냐고 물었고,

스페셜 아닌 그냥 로스트밸리 투어에선 그런 기회는 없었다.

기린 먹이 줄 생각에 새벽같이 일어나 달려온 아이들에게 다~~~ 음에 스페셜 투어 하자고 달랬다.

그래도 로스트밸리는 알찼다. 먼발치에서 쉐이프만 보던 동물 몇몇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탐험대장(?)님의 설명이 더해져 재미있었다.


로스트밸리에 들어오자마자 사파리 투어에 스마트하게 줄을 섰지만 139분 대기로 떴다.

나는 몰랐다.

로스트밸리랑 사파리 투어만 스마트 줄서기 하고 나머지 놀이기구들은 진짜 줄 서서 타는 것을..

그래서 바로 옆에 아마존 익스프레스가 있었지만

이미 사파리 예약을 했고 139분이나 기다려야 했기에

그냥 지나쳐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알았으면 기린을 보고 나오는 길에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타고 좀 쉬다 바로 옆 사파리로 갔으리라.


#6. 놀이기구 몇 개 타고 식당으로, 주문도 앱으로

직원에게 받은 에버랜드 지도는 영문이었고,

나는 방금 시골에서 상경해 서울역에 내린 소녀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계속 휴대폰을 확인하는 남편에게 뭣 좀 알아냈냐고 하니

이따 퍼레이드랑 불꽃쇼가 끝내준다며

그거 어디서 몇 시에 하는지 찾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그때까지 못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언제나 불안한 생각은 잘 맞는다)


장난감에 흥분한 아이들은 잠시 기운이 뻗쳤지만 사파리 투어가 끝나자, 지쳐 보였다.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30분 줄 서서 타고, (재미있었다!)

퀭해진 남편과 밥 먹을 곳을 찾았다. 내 보따리에는 아직도 유부초밥과 김밥이 춤추고 있었다.

쿠치나 마리오? 피자와 파스타 파는 곳으로 들어갔다.

주문도 식탁에 있는 큐알코드를 찍어 앱으로 하라고 했다.

내가 늙은 건지, 세상이 바뀐 건지

코로나 내내 집에만 처박혀 있는 동안.... 그동안 세상이 이렇게 바뀐 걸까?

아니면 에버랜드만.... 이렇게 스마트폰 없는 자는 입장도 못하고 밥도 못 먹는 것일까?

파스타에 피자, 에이드, 풀만 있는 샐러드에 식전 빵을 추가해 앱으로 주문하고 계산까지 했다!!!

(신규 가입자 15만 원 캐시백 이벤트로 만든 삼성카드..... 가 한도액을 향해 달려가는데 일조한 에버랜드!!)

주문하고,

계산까지 됐다고 하자 남편이 나를 쳐다봤다. 좋으냐?


음식은 맛있었다.

특히 코로나와 영유아기를 함께해 외식의 추억이 거의 없는 둘째는 식당에서 뭔가를 먹는 것 자체를 너무 좋아했다. 김밥과 유부초밥으로 아침식사와 점심까지 마친 아이들은 크림 파스타와 고르곤졸라를 또 신나게 먹었다. 코로나, 걸리고 싶지 않았지만 걸리고 난 후 해제가 풀리니, 외식할 용기가 나는 건 왜일까. 슈퍼 면역 기간, 그거 확실한 건가?


밥을 먹고 로즈가든 쉘터 앞 로즈가든을 뛰어다니다 스티커 사진을 찍고

잠시 고민하고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다.


마무리는 쇼핑, 퍼레이드는 다음 기회에

첫째는 독수리 모양 장난감, 둘째는 옛날 사파리 투어 버스 같은 호랑이 버스를 골라

기분 좋게 집으로 가려고 나왔다.

5시가 다 되었다.


늙은 우리는 지치고 피곤했다.

어린 새끼들도 힘들다고 했다.

퍼레이드와 불꽃놀이가 궁금했지만 다음번에 오자고. 그때는 오후에 와서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를 보자고 했다.


주차장을 나서자 카카오 T 자동결제 문자가 왔다.

차에 타자마자 둘째는 잠들고 뭐라고 뭐라고 떠들던 큰 아이도 곧 조용해졌다.


에버랜드에 다녀와서 이틀 동안 온몸이 쑤셨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수련회 다녀온 다음날처럼....

남편도 같은 증상이라고 했다.


불꽃놀이와 퍼레이드, 보러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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