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지?
소개팅을 하고 또 하고 또 해도 남자친구는 안생겼다.
난리 부르스를 쳐도 안생기는구나, 좌절이 될법도 하건만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가만 있어보자.
나, 그렇다면, 나는 남자를 좋아하나?
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은?
양조위. 남자다.
지진희. 남자다.
소지섭. 남~~자다.
그래 다 남자다. 응.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
그럼 여자는?
조지아 오키프. 그 얼굴이 좋다. (그림은 잘 모른다)
샬롯 갱스브루? 그 여자도 멋있다.
또... 스칼렛 요한슨. 맞다. 그 언니도 멋있다.
세상에는 멋있는 남자와 여자가 너무 많다.
그런데 나는 여자니까, 남자만 좋아해야 하나?
언니들은 조언해주었다.
"소개팅남이랑 뽀뽀 할 수 있는지 상상해봐. 그게 되면 만날 수 있는 거야. 근데 그게 싫다? 그럼 텄어. 튼거야."
그 말씀을 가슴에 품고 전장에 나가곤 했는데, 제대로 확인해 볼 기회는 없었다.
사실 서른 살 무렵까지
남자친구가 없어도 사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출장가서는 취재하고
다녀와서는 마감하고
중간중간 친구들이랑 만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근데 이걸 남자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로 확장해보면?
남자친구(그러니까 개인의 특별한 남자)가 아닐 뿐이지 친구, 동료들이 있었다.
그런데 왜, 나는 서른에도 남자친구가 없다고 이렇게 소개팅을 하고 있을까.
왜?
나에게 물었다.
너는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니?
이유가 뭐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자도 있었다.
많았다. 그렇다면 나는 레즈비언인가?
그들을 만지고 입술을 대고 싶은 적이 있었나?
당시의 나는 제법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그러니까, 나는 충분히 이성을 만날 몸과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안 생긴다.
못생겼으니까? 그럴 수 있지.
근데 일단 성형을 했단 말이다. 아부지가 자그마치 300만원이나 들여서 코를 재건해주셨다.
키도 크고, 날씬하단 말이다.
눈코입은 평균에서 못 미친다고 치자. (그래 그렇다고 치는 거다. 사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아무리 부정적으로 생각해봐도
내가 남자친구를 사귀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여자라면?
그럼 나는 어떻게 하지?
이런 만약의 만약까지를 생각했으니, 당시 그 쪽 방면의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적적(?)으로 결혼해 새끼들 키우며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사는 미래의 내가
서른 살의 내게 이야기해줄수 있다면,
"시잘데기 없는 고민 하지 말고 더 마시고 더 놀아라~~
남자도 실컷 만나봐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좀 만나봐라~~"
할 것인가?
아니다.
"얘야, 대출 받아서 집 사라"
할 것 같다.
중학교 동창 남자친구 중에 커밍아웃을 한 친구가 있다.
이상하게 죽이 맞아 종종 이야기하던 친구였기에
고등학교에 가서도 가끔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털곤 했다.
고등학교 당시 나는 숏커트였는데,
그 아이는 내게 "너는 여자애들이 좋아하겠다"라며
본인의 정체성을 밝혔다.
음, 뭐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왜 이 친구가 성별이 남자임에도 그렇게 죽이 맞았나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무엇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그 친구와는 연락이 끊겼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 친구의 애인이 치과의사라고 하여 살짝 아니고 몹시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부디 어디서건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기를.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건, 여자를 좋아하건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건, 남자를 좋아하건
둘다 좋아하건
둘다 싫어하건
그건 잘 모르겠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아는 척 할 수 없고, 아는 척 하는 건 결례인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이유 없는 법.
나이도 나라도 넘나드는데.
무튼,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과 시름에 잠겨있던 서른 무렵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모양을 했건(머리에 뿔이 나 있어도?!?)
괜찮다, 아니 어쩔 수 없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이런 고민을 들은 대학 동기는 한 마디 덧붙였다.
"게이인지 아닌지 알려면 더 살아봐야 해."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의 말이었다.
아마도, 당시의 나는 영원한 나의 편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남의편과 각개전투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