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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시영 Oct 13. 2023

나의 도피 이야기

산 넘어 산,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산 넘어 산!





거의 3개월 만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바쁘던 3개월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니 행복할 뿐이다.

물론 내 이야기는 행복보다는 우울과 시궁창에 더 가깝긴 하지만...


나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왔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디데이가 이렇게 빠르게 다가오다니.

작년에 그렇게 가고 싶던 대학원에 떨어진 이후, 미술작업에 대한 흥미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참 이상하다. 그렇게 원했던 대학원과 작가 생활이었는데.

작가에 대한 갈망도 사라지고 내게 남은 건 도피뿐이었다.

그리고 그 도피란 워킹 홀리데이였다.


스물한 살 때 멋모르고 다녀왔던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대학입학 후 학교에 적응을 못했고, 그림 그리는 것도 즐겁지가 않았다.

이것저것 학교를 떠나 대외활동을 즐기다가 엄마의 제안으로 별생각 없이 워홀을 선택했다.

그리고 약 2년간의 워홀생활은 내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항상 생각을 했다. 언젠가 또 다른 나라로 워홀을 떠나겠다고.


그렇지만 원하던 대학원을 떨어지고 바로 떠난다는 건 왠지 도피처럼 느껴졌다.

이 한국에서 성과도 이루지 못한 채 도망가버리는 느낌이었다.

분명 가서는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될 텐데, 내 커리어 하고 멀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이런 고민을 잠시 하는 척했지만, 

나는 도피라는 단어 위에 여러 이유를 만들어 대신 경험이란 단어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또다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심했다.



------



영어라는 제일 큰 목적과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아메리카 대륙을 생각하며 캐나다로 선택했다.

캐나다 워홀은 정해진 기간에 신청을 하고 랜덤으로 추첨이 되어 뽑혀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운이 좋게도 캐나다 워홀을 신청한 지 2주가 되었을 때,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가게 되는구나, 결국 가야 되는구나 라는 설레는 마음과 울적한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대학원 떨어진 후,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쿨한 척해왔던 것 같다.

이건 워홀을 가라는 계시인 것 같다며, 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그리고 너무나 기대된다면서.


막상 결정되고 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 진짜 가게 되는구나. 고작 마음먹는 일이 너무나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막상 갈 준비를 하니 더 큰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자를 최종적으로 받기까지 한 달이 넘게 서류를 준비하고 기다리다 지치고 나서야 겨우 한 개의 산을 넘었다.

비자가 최종 승인 나니 이력서를 쓰고 끊임없이 수정해야 하는 산이 있었다.

어느 지역으로 가야 하는지, 어떤 집을 구해야 하는지, 

얼마나 살아야 하는지 까마득해 보이는 산이 또 있었다.

또 일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 건지? 인터뷰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건지?

영어는 어떻게 쓰지? 영어, 이거 왜 이렇게 어려운 거지?


세상에 내가 워홀을 다녀왔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게 다 막막하고 까마득했다.

무식하게 용감했을 예전의 내가 기특하고도 그리웠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여러 고난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호주 워홀 생활하면서 내가 느낀 가장 큰 것은 이거다.

내가 예상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예상치 못한 일들만이 일어난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냥 앞으로의 나에게 맡기자 라는 생각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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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편에는 도피라고 생각해 왔던 워킹홀리데이였다.

그러나 이 많은 산들을 마주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도피라고 치부하기엔 나에겐 너무나 큰 산들이었고, 많은 노력이 또한 뒤따라야 했다.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도 내 옆에 든든히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도피라고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이곳 캐나다에 도착해 있다. 

역시나 예상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마주해 오며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역시나 지금 있는 곳에서도 만만치 않다고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주 막막하고 기대가 된다.

정말 참 What's next?이다.










*오이시영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기록입니다. 이 편부터 처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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