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너무나 어려워
캔 유 쎄이 댓 어게인?
쏘리?
이 두 문장이 내가 캐나다에 도착해서 제일 많이 한 말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21살 때 처음해본 외국생활 덕분에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영어에 은근한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비록 깊은 대화를 하기엔 무리였지만.
캐나다에 오니 그런 은근한 자신감도 박살이 났다.
인스타의 릴스에서 자막과 함께 보던 그런 간단하고 심플한 영어가 아니었다.
자막이 없고 속도는 2배인,
멍 때리다 보면 그냥 처음 듣는 언어처럼 느껴져 뿌슝-하고 귀를 빠르게 통과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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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일자리를 구해서 일하고 있는 지금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모두가 캐내디언이라 나는 저 두 문장을 입에 달고 산다.
물론 알아듣는 척하는 미소를 곁들여서 말이다.
지금 있는 곳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이 일하는 친구가 맥주 마시러 가자고 나를 불렀다.
나에게는 이 자리가 편하게 노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의 퀘스트였기 때문이다.
캐나다 문화 적응하고 영어 공부하기 위한 퀘스트. 아직까진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미소만 짓고 있는 벙어리가 되었다!
나한테 친절했던 한 명하고만 가는 줄 알았는데, 6명의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갑자기 합류하기 시작했다.
옆 자리 캐내디언 무리 또한 합류해서 대화를 시전 했고 카드게임도 시작되었다.
정말 놀랍게도 절반 이상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20대 영-한 캐내디안 사이에서 멍하니 미소만 짓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아시안일 뿐이었다.
호주에 있을 때도, 한국에 있을 때도 나는 아시안에 대한 편견에 맞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아시안은 왠지 수줍음이 많고, 영어 쓰는 것에 부끄러움이 많을 것 같다는 편견
그래서 나는 더 아이컨택을 하고 말을 많이, 당당하게 하려고 해왔었다.
우습게도 여기서는 다 말짱 도루묵이었지만.
오랜만에 쓰는 영어여서인지, 원래 내 실력이 여기까지였는지(이게 맞을 거다),
들으면 들을수록 영어의 소용돌이에 빠져서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 빠졌다.
나는 더 긴장하기 시작해 바보같이 웃고만 있는 어색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저 내가 투명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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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
택시기사님의 영어조차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무례한 건 알면서도 나의 English Mode를 꺼버렸다.
참 힘든 날이다.
근데 이런 날이 계속되면 계속되지, 아닌 날은 없겠지?
일단 3개월만 버텨보자. 그리고 이제는 순풍산부인과 대신 미드를 미친 듯이 봐야지.
*오이시영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기록입니다. <나의 도피이야기> 에서 부터 처음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