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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시영 Mar 27. 2023

결핍덩어리 거인

비교의 늪으로 빠지는 길은 너무나 빠르구나.

결핍덩어리 거인




그림 작업에만 집중하겠다고 1년간 돈을 모았다.

열심히까지는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적당한 선에서 적당히.

그리고 그 돈을 다음 1년 동안 써야지, 생각했다.

1년이 지났다. 

목표를 두고 작업에만 몰두를 했다.

목표했던 성과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꽤 많은 것을 해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모아둔 돈이 거의 다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작업에 집중할 때도 돈에 대한 결핍은 있었지만, 

'작업을 위한 투자니까.' 라며 잠시 외면할 수는 있었다.

이제는 아니었다. 

목표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기에, 작업에 대한 방향을 잃고 마음이 떠버린 느낌이었다.

게다가 돈도 없으니 결핍이 깊어지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결국엔 주늑이 들어버렸다.

끝없이 주변과 나를 비교했다.


'이 사람은 부모님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잖아.'

'이 사람은 원래 잘 사는 사람이잖아.'

'이 사람은 원래 잘난 사람 같은데...'


비교의 늪으로 빠지는 길은 너무나 쉽고 빠른 에스컬레이터뿐이다.

그러나 빠져나오는 길은 엄청난 높이의 계단뿐이다.


비교의 늪



그러다 보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돈도 없고, 이제는 작업도 안 하고, 결핍덩어리인 나를

여전히 애정해 주는 사람들은 뭐지?

여전히 응원한다고 말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은 뭐지?

그 신기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너는 왜 나를 사랑하니? 나는 가진 게 하나도 없는데. 너는 아마 큰 실수를 하는 걸 거야."


나는 그런 애정과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허공에 둥둥 띄워놓고 있다. 

여전히 가시 돋친 결핍덩어리이다. 







*그림에 적은 글은 즉흥적으로 적었기에, 브런치에 다시 정리해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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