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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7 - Dive to Blue(1)

파트 1 - Into the Abyss

by The being

파트 1 - Into the Abyss


어둠이 짙게 깔린 회의실. 스트라이프가 의자에 앉아 목을 움찔거리며 긁는 틱 증상을 반복한다. 손끝이 탁자 위를 톡톡 두드리며 불안한 리듬을 만든다. 방 중앙에는 어둠 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윽고 그 연기는 스멀거리며 기이한 실루엣으로 모여든다. 얼굴이 희미하게 일렁이고, 그 형체는 끝없이 변형되며 안정되지 않는다. 눈이 떠지거나 입이 미소를 짓는 듯하지만 곧 사라지고 흔적도 남지 않는다. 파라사이트다.


스트라이프: 늦었다. 기다리게 하지 마라.


(그의 목이 짧게 경련을 일으킨다. 손끝이 다시 탁자 위를 톡톡 두드린다.)


파라사이트: 흐흐흐… 저를 부르시다니, 무슨 일입니까?


스트라이프: 김민석이다. 자비 일행이 그를 구하러 온다.


(스트라이프의 손짓과 함께 공중에 김민석의 모습이 투영된다. 작은 방 안, 컴퓨터 모니터의 희미한 불빛만이 공간을 비춘다. 민석은 침대 위에 웅크린 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무기력하게 화면을 스크롤하고 있다. 방 안에는 라면 냄새와 축축한 공기가 가득하다. 그는 모니터에 멈춘 게임 로비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 스마트폰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한다.)


김민석: 그냥... 아무도 연락 안 하면 좋겠어.


(민석은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감는다. 스피커에서 반복되는 게임 음악도 이제는 그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다.)


김민석: 나가봤자 똑같잖아. 그냥 여기 있을래.


(이때 방 안의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진다. 차가운 바람이 창문을 흔들고, 파라사이트가 검은 연기처럼 민석의 방에 스며든다. 민석은 눈을 감고 있지만, 무언가가 그의 몸 위에 내려앉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파라사이트: 그래, 넌 여기 있는 게 맞아. 아무도 너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나가봤자 상처만 남을 뿐이야.

(민석은 떨리는 숨을 내쉬며 속삭임에 점점 빠져든다. 머릿속에 가족의 비난과 친구들의 외면이 겹쳐지고, 그의 과거 실패들이 파라사이트의 목소리와 함께 되살아난다.)


파라사이트: 여기 있으면 돼. 그냥 조용히, 아무도 널 방해하지 않게.


김민석: ...그래. 나갈 필요 없어. 그냥 여기 있을래.


(파라사이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민석의 마음 속 깊이 파고든다. 검은 그림자가 그의 몸을 감싸며 민석의 의지는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방 안의 공기는 더욱 짙고 무거워진다.)


스트라이프: 그래. 그를 묶어라. 문을 열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라.


(스트라이프는 목을 움찔거리며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린다.)


파라사이트: 걱정 마십시오. 자비 일행이 오기 전에 모든 게 끝날 겁니다. 아무도 그 문을 열지 못합니다.


(스트라이프는 짧은 경련과 함께 눈을 두세 번 깜빡이고 탁자를 한 번 더 두드린다.)


스트라이프: 가라.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파라사이트는 연기처럼 흩어지며 민석의 방으로 완전히 스며든다. 회의실에 남겨진 스트라이프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속삭인다.)


스트라이프: 이번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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