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3 - 첫 번째 시도
파트 3 - 첫 번째 시도
(장면: 민석의 방 앞. 자비, 선희, 노블, 프린터가 문 앞에 서 있다. 문틈 사이로 검은 연기가 스멀거리며 방 안에 가득 찬 절망과 고립을 암시한다. 자비가 조용히 손을 문에 얹고 빛을 흘려보지만, 어둠은 그것을 삼킨다.)
선희: "여기 맞지? 그 애가 있다는 방."
자비: "응. 하지만 이 문은 마음이 먼저 열려야만 열릴 수 있어."
프린터는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쉰다.
프린터: "감정 싸움은 늘 골치 아프지. 이런 상황에서 내 능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문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프린터: "사실 난 이런... 아니, 감정 문제 자체가 어렵다. 대체 어떻게 해야 마음을 여는 거냐?"
노블은 미소를 지으며 프린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노블: "그런 건 너 혼자 고민할 필요 없어, 친구. 오늘은 우리 모두가 힘들어."
(선희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다. 방 안은 여전히 고요하다. 문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파라사이트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파라사이트: "돌아가라. 이 방은 나의 것이다. 민석은 여기 남겠다고 했다. 그의 선택이다."
자비는 조용히 눈을 감고 대답한다.
자비: "그건 그의 진짜 선택이 아니야."
파라사이트: (비웃으며) "너희는 몰라. 이 아이는 나가봤자 상처받을 뿐이야. 그는 이 방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 아무도 그를 이해할 수 없어."
방 안에서 민석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민석: "...돌아가. 나갈 필요 없어. 그냥 여기 있을래."
선희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선희: "민석아, 난 직접 방에 틀어박힌 적은 없지만 두려운 마음은 잘 알아. 누군가를 돕는 게 무섭고, 잘못하면 더 상처 줄까 봐 멈추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
그녀는 조용히 문에 손을 얹는다.
선희: "하지만 알게 됐어. 혼자선 어렵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 두려움을 넘을 수 있더라. 우리도 함께할게."
방 안의 어둠이 미세하게 흔들리지만, 민석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는다.
파라사이트: "거짓말이야. 넌 결국 혼자일 거야. 나가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노블이 앞으로 나선다. 그는 조용히 민석을 향해 말을 건넨다.
노블: "민석아, 나도 끝났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두 팔을 잃었을 땐 내가 다시 뭔가를 만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때는 모든 게 멈춘 줄 알았어."
그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 바라본다.
노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쓰여지는 중이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프린터는 더 이상 투덜대지 않고, 조용히 진심을 담아 말을 건넨다.
프린터: "난 네가 지금 여기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예전에 어떤 애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냥 지금의 네가 스스로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하지만 민석은 여전히 침묵을 지킨다. 그는 웅크린 채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다.
김민석: "...아니야. 이제 다 끝났어. 난 더 이상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아."
파라사이트가 조용히 웃음을 흘린다. 검은 연기가 더욱 짙어지며 자비 일행을 방 밖으로 밀어낸다.
파라사이트: "너희는 이 아이를 이해하지 못해. 그는 여기 머물기로 했어. 그리고 그게 그의 진짜 선택이다."
문이 굳게 닫히고, 자비 일행은 문 밖으로 밀려난다. 선희가 절박하게 문을 두드린다.
선희: "민석아! 제발... 나와줘!"
하지만 방 안은 고요하다. 대신 파라사이트의 속삭임이 울려 퍼진다.
파라사이트: "거봐. 이게 네가 원하는 거잖아. 아무도 널 괴롭히지 않아. 그냥 여기 있어."
자비가 선희의 어깨를 조용히 잡으며 고개를 젓는다.
자비: "아직 아니야. 지금은 그를 데려올 수 없어."
선희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인다. 눈물이 맺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노블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등을 돌린다.
노블: "진짜로 마음이 닫혔나 봐...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아."
프린터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린다.
프린터: "그 애가 스스로 나와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자비는 무거운 표정으로 문을 바라본다. 방 안의 어둠은 여전히 짙지만, 그 속에는 희미한 균열이 생긴 것을 느낀다.
자비: "끝난 게 아니야. 다시 올 거야. 준비가 되면 우리는 또 와야 해."
일행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떠난다. 실패의 무게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지만, 그 안엔 여
전히 희미한 가능성의 불씨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