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피소드 9: Lies and Truth

파트 4 - 빈 공간의 이야기

by The being

파트 4 - 빈 공간의 이야기

콩은 무대 중앙에 섰다. 조명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관객석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는 손을 떨며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수십, 수백 개의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콩: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에게 속삭였지만, 그 소리는 곧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익숙한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파라사이트: "괜찮긴 뭐가 괜찮아? 저 사람들 다 네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보러 온 거야."


콩은 고개를 저으며 손을 움직였다. 그의 가슴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이 솟아올랐다. 관객들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그는 양손을 들어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콩: "…여기,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콩은 손을 벌리며 가슴 속에서 떠오른 빛을 양손으로 감쌌다. 빛은 점점 투명한 구슬로 변하며 공중에 떠올랐다. 구슬 안에는 어두운 연기가 피어올라, 그 속에서 광장의 장면이 재현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콩을 두려워하며 물러서던 모습, 폭죽처럼 터지는 그의 마술 효과에 놀라 도망치는 아이들.


구슬 속의 장면이 커지면서 관객석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관객들은 마치 그 광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느꼈다.


파라사이트가 이번에는 무대에 환영으로 나타났다. 그의 형체는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처럼 보였다.

파라사이트: "봐라, 이게 네 진짜 모습이야. 실수투성이.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만 남기는 실패자."


콩의 손이 흔들렸다. 구슬의 빛이 약해지며,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다시 커졌다.


파라사이트는 한 발짝 다가오며,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파라사이트: "너 이걸 보여주면 뭘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저 사람들 눈엔 너, 그냥 미친놈일 뿐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마술로 그걸 숨길 순 없다고."


콩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그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싶었지만, 이미 그의 손은 구슬을 잡고 있었다.


파라사이트: "내 말 들어. 이건 네가 감당할 수 없는 무대야. 그냥 멈춰. 무대 위에서 도망가도, 너답잖아?"

콩은 이를 악물고 속삭였다.


콩: "아니야… 넌 틀렸어. 이건… 내 이야기야."


파라사이트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파라사이트: "그래, 한번 해보지. 망가지는 것도 네 선택이니까."


콩의 손끝에서 빛이 퍼져나오자, 구슬 속의 장면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가 마술을 연습하던 모습이 나타났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다시 손을 뻗어 마술 도구를 잡는 장면, 그리고 아이들이 환히 웃으며 그의 마술을 바라보는 모습이 구슬 속에 담겼다.


파라사이트는 그의 옆에서 비웃었다.


파라사이트: "이게 네가 가진 전부야? 몇 번 웃음받으려고 목숨을 걸겠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콩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구슬을 손끝으로 튕겨 공중으로 날렸다. 구슬은 천천히 회전하며 조각조각 부서졌고, 그 조각들이 각각 반짝이는 작은 빛이 되어 관객석으로 흩어졌다.


관객들은 저마다 손끝에서 떨어지는 빛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콩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콩: "빈 공간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 안에… 새로운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파라사이트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끝은 점점 희미해졌다.


콩은 손을 내렸다가 이번에는 가슴 속에서 커다란 나비 모양의 빛을 만들어냈다. 나비는 그의 손끝에서 날아오르더니, 무대를 가득 메우며 화려하게 날갯짓을 했다. 나비의 날개에서 흩어진 작은 불빛들이 무대 전체를 채우며 반짝였고, 마침내 관객석까지 퍼져나갔다.


나비는 마지막으로 무대 위를 빙글 돌며 하늘로 사라졌다. 그 순간, 조명이 완전히 꺼지고 다시 켜지며 무대가 마술의 끝을 알렸다.


관객들은 숨을 멈췄다가, 폭발적인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콩은 무대 중앙에 서서 관객들의 반응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콩: "이게… 가능하구나."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의 가슴속 빈 공간에는 더 이상 차가운 공기가 돌지 않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