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3 - 무대 뒤의 속삭임
파트 3: 무대 뒤의 속삭임
콩은 병원 문을 나섰다. 햇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지만, 그는 그 눈부심조차 반갑지 않았다. 병원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비 일행을 본 콩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콩: "그렇게 다 나와서 배웅할 일인가? 너무 거창하네."
자비는 미소를 지었다.
자비: "그런 날이잖아. 네가 스스로 선택해서 밖으로 나온 첫날. 이건 거창해도 돼."
콩은 코웃음을 쳤다.
콩: "선택? 솔직히 누가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서 나오는 기분인데."
자비: "그래도 나왔잖아. 여기까지 온 것도 네 발로 온 거야. 그거면 됐어."
선희는 콩 옆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툭 치며 활짝 웃었다.
선희: "맞아요! 오늘은 콩을 축하하는 날이니까요. 걱정 같은 거 잠깐 접어두고, 그냥 축하 받아요. 축하받을 땐 다들 아무 말 없이 받는 거예요!"
노블이 팔짱을 끼고 콩을 바라보았다.
노블: "걱정은 이해가 되긴 해. 그런데 네가 여기까지 나올 정도면, 이미 이 걱정을 이겨낼 준비가 된 거 아닐까? 그러니까 앞으로 고민은 한 번에 하나씩만 해."
프린터는 뒤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며 중얼거렸다.
프린터: "고민은 필요한 재료일 뿐이야. 가끔 가장 멋진 작품은 고민에서 나오거든. 그러니까 오늘 무대, 꼭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콩은 이들의 말을 듣고 잠시 무거운 입을 다물었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콩은 마술사 경연장에 도착했다. 화려한 조명이 건물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긴장감이 콩을 압박했다.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참가자들이 서 있는 대기실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한 마술사들이 각자의 도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떤 이는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었고, 또 어떤 이는 손에 든 링으로 트릭을 연습하고 있었다.
콩: "…내가 여길 왜 왔지."
콩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손바닥이 땀으로 미끄러워졌고, 숨이 가빠졌다. 그의 빈 가슴에서 차가운 공기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때,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라사이트: "콩, 잘 봤어. 네가 이걸 어떻게 망쳐가는지."
콩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은 없었다.
파라사이트: "정말 이 무대에 오를 거야? 사람들이 널 어떻게 볼지 알면서도? 또 광장에 있을 때처럼 비웃음을 사겠지. 네가 여기 있는 건... 또 다른 실패를 준비하기 위해서야."
콩은 귀를 막았지만, 목소리는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콩: "아니야. 난… 난 뭔가를 보여줄 거야."
파라사이트: "뭘? 네 가슴 속에 있는 허공을? 텅 빈 네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결국 아무것도 아니야."
콩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콩: "그만해. 이제 그만하라고!"
주변의 참가자들이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이 콩의 피부를 찌르는 듯했다. 그는 다시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자비가 다가왔다.
자비: "콩."
콩은 흠칫하며 자비를 쳐다봤다. 자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묘하게 주변의 소음을 잠재우는 힘이 있었다.
자비: "왜 또 그렇게 네가 작아지려고 하냐?"
콩: "…다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내가 뭘 잘못할지 기대하는 거겠지."
자비: "그게 뭐. 쳐다보면 봐라지. 어차피 여기서 네 가슴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선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선희: "맞아요! 콩은 특별한 마술사가 될 거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그걸 아직 모르는 것뿐이에요!"
노블은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노블: "네가 안 한다고 하면 뭐 달라질 것도 없어. 그런데 하기로 했다면, 적어도 그걸 끝까지 밀고 가. 그러려고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프린터는 천천히 콩에게 다가왔다.
프린터: "무대 위는 캔버스야. 네가 뭘 만들지는 네 손에 달렸어. 실패든 성공이든 상관없어. 어차피 네가 주인공이니까."
콩의 얼굴에 스친 불안감이 살짝 누그러졌다. 그의 가슴속에서 조용히 무언가가 일렁였다.
콩은 무대 뒤에 섰다. 그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파라사이트는 여전히 속삭이고 있었다.
파라사이트: "무대 위에서 넘어지는 걸 즐기나 보지. 그래, 한번 보여줘 봐. 그게 얼마나 초라할지."
콩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중얼거렸다.
콩: "초라하더라도... 나는 올라갈 거야."
무대 담당자가 콩의 이름을 불렀다.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콩은 자신의 손끝을 바라보며, 한 걸음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