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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9: Lies and Truth

파트 5 - 빈 공간의 동료

by The being

파트 5 - 빈 공간의 동료


콩은 무대 뒤로 내려왔다. 그의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소리는 단순한 칭찬 이상이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했음을 의미했다.


자비 일행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선희가 달려와 콩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선희: "콩. 진짜 최고였어요! 내가 말했죠?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요!"


콩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콩: "뭐,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


노블은 천천히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블: "너, 꽤 괜찮더라. 특히 마지막 나비 트릭은 놀라웠어. 디테일은 좀 아쉬웠지만, 메시지는 확실했어."


콩은 멋쩍게 웃었다.


콩: "그냥… 떠오르는 대로 한 거야.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었어."


프린터는 한 발 뒤에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 장의 종이를 꺼내더니, 거기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콩: "뭘 적고 있어?"


프린터는 고개를 들어 콩을 바라보며 말했다.


프린터: "네 이야기를. 너 오늘 꽤 좋은 스토리를 만들었거든. 나중에 나도 참고하려고."

콩은 잠시 침묵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콩: "내 이야기가 그렇게 대단했나?"


프린터: "스스로 생각해 봐. 네가 만든 구슬과 나비가 단순히 마술이었는지."


그 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변하며 어둠이 스며들었다. 파라사이트가 무대 한구석에 어둠처럼 나타났다.


파라사이트: "그래, 칭찬받으니까 기분이 좋지? 하지만 이걸로 끝났다고 착각하지 마. 너는 아직도 실패투성이야. 네가 그렇게 보여주려고 했던 이야기? 사람들은 어차피 네 실패의 일부일 뿐이라고 기억할 거야."

콩은 몸을 돌려 파라사이트를 바라봤다.


파라사이트: "그래, 네가 환호를 받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네 가슴 속은 여전히 비어 있어. 이번엔 구슬로 꾸며냈지만, 다음엔 뭘로 속일 건데? 또 네 환상에 기대서 비참하게 끝나겠지."

콩은 입술을 깨물며 파라사이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파라사이트: "한 번 생각해 봐. 저 일행들이 널 정말 받아줄 것 같아? 넌 망가진 놀이기구야. 잠깐은 재밌어 보일지 몰라도, 금방 버려질 거라고."


콩: "그만해."


파라사이트는 비웃으며 한 발짝 다가왔다.


파라사이트: "어차피 넌 네 자신도 믿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날 보낼 수도 없는 거야. 내 말이 맞잖아, 콩. 너는…"


그때, 자비의 목소리가 파라사이트의 말을 끊었다.


자비: "그만하라고 했지."


파라사이트는 돌아보았다. 자비는 천천히 걸어 나와 콩과 파라사이트 사이에 섰다.


자비: "네 말이 더 이상 콩에게 닿지 않을 거란 걸 왜 모르겠지?"


파라사이트: "닿지 않는다니. 웃기지 마. 저 녀석은 여전히 나 없이는 못 버텨. 너도 잘 알잖아. 네가 그런 녀석들을 모아 다니는 게 취미니까."


자비는 잠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차분히 말했다.


자비: "콩의 빈 공간은 네가 차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의 빈 공간은 두려움이나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담기 위한 공간이거든."


파라사이트는 조소를 날렸다.


파라사이트: "가능성? 그런 말장난으로 저 녀석이 바뀌리라 생각하나?"


자비: "사람은 누구나 빈 공간을 가지고 있어. 그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는 오직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어. 콩은 지금, 네가 아니라 스스로를 선택했어. 그러니 이젠 물러나."


콩은 자비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파라사이트를 향해 말했다.


콩: "맞아. 내 가슴 속은 네가 말하는 그런 빈 공간이 아니야. 거긴… 내가 선택한 것들로 채워질 거야. 네가 아닌, 내가 채울 거라고."


파라사이트는 점점 희미해지며 말끝을 흐렸다.


파라사이트: "그래… 또 망해도 나한테 돌아오지 마라."


그는 이내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자비가 콩의 옆으로 다가왔다.


자비: "잘했어."


콩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콩: "이제야 알 것 같아. 내 가슴 속 빈 공간이 왜 중요한지."


자비: "그래. 그건 네가 뭘 담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선희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선희: "그럼 이제 동료가 되는 건가요? 콩도 우리랑 함께 다니는 거죠?"


노블: "뭐, 쓸모는 있을 것 같네."


프린터는 조용히 말했다.


프린터: "너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어.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콩은 잠시 멈춰섰다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콩: "그래. 나도 같이 갈게."


그들은 함께 밤하늘 아래로 걸어나갔다. 별빛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콩은 속으로 다짐했다.


"가슴 속 빈 공간은 내가 무언가를 담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어. 나 같은 사람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누구나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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