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3 - Bless

Part 7 - 이어지는 마음 1

by The being

Part 7 - 이어지는 마음 1


비는 조금씩 그쳐가고 있었다.


밤새 도시를 휘감던 억수 같은 빗줄기는 가늘어져, 지붕과 폐허 위를 흘러내리는 물줄기만 남았다.

먹구름은 여전히 하늘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틈새로 새어나온 은빛이 잿빛 도시에 희미한 윤곽을 드러냈다.

그러나 감염자들의 합창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보라… 보라…”


저주와도 같은 울음소리는 골목과 건물 틈새를 메아리치며 사람들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그 속에서 흩어진 다섯 명은, 각자의 장소에서 서로의 파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노블 ― 글귀의 파동


폐허가 된 도서관.


무너진 서가 사이에서 곰팡이 냄새와 젖은 책 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천장의 구멍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져, 바닥 웅덩이에 동그란 파문을 만들었다.

노블은 축축한 종이뭉치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종이는 이미 무너져내릴 듯 흐물거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어 종이를 펼쳤다.


노블: 멈춰라.


글귀가 적히자마자, 도서관 입구에서 기어들던 감염자들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까만 눈동자가 허공을 향해 얼어붙고, 뻗던 손이 공중에서 정지했다. 합창은 한순간 끊겼다.

노블은 움찔하며 종이를 움켜쥐었다.


노블: 혹시… 누군가가 보고 있는 건가…?


그의 심장은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요동쳤다. 그러나 그는 다시 펜을 들어 글을 새겼다.


노블: 물러서라.


정지한 감염자들이 동시에 뒤로 밀려나 벽에 부딪혔다. 덜컥, 철제 책장이 기울어져 쓰러지며 그들과 노블 사이를 가로막았다. 도서관이 잠시 숨죽인 듯 고요해졌다.

노블은 깊게 숨을 몰아쉬며 또 하나의 글귀를 적었다.


노블: 길을 열어라.


무너진 벽 한쪽이 갈라졌다. 돌더미가 옆으로 밀려나며, 바람 한 줄기가 스며들었다. 먼지와 빛이 뒤섞인 새로운 통로가 나타났다.


노블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펜 끝이 마지막 문장을 새겼다.


노블: 나는 이 힘으로… 반드시 길을 써 내려가겠다.


순간, 도서관 전체가 울렸다. 그 파동은 벽을 넘어, 도시 전역으로 스며들었다.


프린터 ― 낙서의 메아리


좁은 골목.


비는 잦아들었지만, 빗물이 여전히 바닥을 흐르며 작은 강을 만들고 있었다. 벽은 젖어 검은 얼룩을 만들었고, 그 위로 감염자들의 발자국 소리가 메아리쳤다.


프린터는 뢰브펜을 움켜쥐고 벽에 등을 기댔다. 숨이 거칠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펜을 휘둘렀다.

번진 낙서가 현실의 장막처럼 솟구쳤다. 엉킨 선들이 비와 뒤섞여 벽처럼 감염자들의 길을 막아섰다.


프린터: 내 낙서가… 살아남았어.


감염자들이 장막을 두드리며 포효했지만, 그때 벽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벽을 울리고 있었다.


프린터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을 찢고 번개가 내리쳤고, 그 빛 속에서 희미하게 글귀의 흔적이 겹쳐 보였다.


프린터: …노블. 네가 살아있구나.

그의 입술이 떨렸다.


모방밖에 못한다고 여겼던 자신이, 이제는 세상을 지키는 장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콩 ― 균형의 빛


다리 아래.


폭포처럼 쏟아지던 빗물은 잦아들었지만, 기둥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는 여전히 우렁차게 떨어졌다. 축축하고 어두운 공간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콩은 선희와 함께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나 감염자들의 그림자가 어둠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콩의 손끝에서 빛이 퍼졌다. 이번의 빛은 폭발적이지 않았다. 부드럽고 단단하게 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감염자들이 그 안에 휘감기더니, 파동에 씻겨 사라졌다.


콩: 정말… 내 빛이?


선희는 지팡이를 짚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희: 응. 분명 누군가가 느끼고 있을 거야.


콩은 눈을 감았다. 자비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네 빛은 균형을 만들 수 있어.”


콩: 자비… 선희는 내가 반드시 지킬게.


빛의 파동이 도시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종이를 떨리게 하고, 벽화를 흔들며, 멀리 있는 울림과 공명했다.


논알콜 ― 울림의 잔향


폐허가 된 골목.

논알콜은 부아 디빈느를 가슴에 꼭 안고 있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깊

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몸 전체로 울림을 만들어냈다.


낮고 깊은 파동이 벽과 건물, 땅을 울렸다. 창문이 덜컥거리고, 빗물이 동그란 파문을 그리며 진동했다. 감염자들의 합창이 순간적으로 끊겼다.


논알콜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픽스를 떠올렸다.

논알콜: 픽스… 언젠가 너의 영혼의 울림을 세상이 알아줄 때가 올 거야. 그리고 그 울림은 반드시 닿을 거야.

도시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노블의 종이가 흔들렸고, 프린터의 벽화가 진동했으며, 콩의 빛마저 리듬을 타듯 흔들렸다.

노블: …논알콜.

프린터: …논알콜.

콩: …논알콜.


논알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부아 디빈느를 꽉 움켜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논알콜: 그래. 이제 세상을 나의 음악으로 러브 앤 피스를 만들어보자!!


선희 ― 이어지는 감각


다리 밑.


선희는 눈을 감고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감각은 빗방울 사이를 타고 퍼져나갔다.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노블의 글귀가 현실을 바꾸는 떨림.

프린터의 낙서가 형상으로 솟아나는 메아리.


콩의 빛이 균형을 이루는 파동.


논알콜의 울림이 도시 전체를 진동시키는 울음.


선희: 느껴져… 네 명 모두. 살아있어.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해.


그녀의 목소리는 빗방울에 씻겨 사라졌지만, 어딘가로 스며들어 모두의 가슴에 닿았다.


불씨의 교차


비는 거의 멎어 있었다.

그러나 도시 위에는 여전히 네 가지 힘의 울림이 겹쳐 있었다.


글귀는 현실을 바꾸며 길을 열었고,

낙서는 장막이 되어 벽을 세웠으며,

빛은 균형을 이루며 사슬을 만들었고,


울림은 합창을 끊어내며 도시를 떨게 했다.

아직은 미약했지만, 분명 존재하는 소리였다.


그것은 단순한 신호가 아니었다.


이어지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은, 다시 하나로 모여드는 길의 시작이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