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싫었다. 기어코 또 죽지 않고 끈질기게도 삶을 붙잡았구나 싶어서. 태어남을 원망한 적은 없지만 살아감에 있어 진절머리가 났던 나는, 그럼에도 생일이면 축하받고 싶다는 마음을 고이 품는 것에 스스로 역겨웠다. 꼴에 그래도 사랑받고 싶구나, 병신같이. 겨울에 태어나 겨울이 싫어서 죽으려면 확실하게 겨울이 낫겠다고, 봄, 여름, 가을에 다짐을 했던지라 또다시 겨울이 오면 나는 다음번 봄을 생각하며 소원을 빌었다. 서둘러 촛불이 꺼지기 전에, 최악의 하루를 끝내면서.
생일 전날 호텔에서 함께 밤을 새우고 날이 바뀌는 바로 그 순간에 나를 꼭 안아주겠다고, 나보다 더 들떠서 내 생일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너는 조잘대곤 했다. 봄은 지나고 한여름 그리 특별하지 않은 하루였다. 나는 그때 여기 없을지도 모른다고 별 의미 없이 툭 말하니 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농담이었다. 농담이라니까. 매일 아침이면 구체적으로 다짐했던 마지막을 아주 잠깐은 삼켜버렸다. 잠깐은 괜찮겠지, 겨울에 태어나 오랜만에 겨울을 기다리고 싶은 최악은 아닌 하루였으니.
사랑하는 그녀의 장례식에서 생일을 맞이한 날, 생일 전날이었는지 다음날이었는지, 눈은 내렸는지 내리지 않았는지. 구두 굽에 발목이 아파 발을 돌리면서도, 오늘이 며칠인지, 하루는 지났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하루였다. 내일 아침에도 나는 죽고 싶을까? 질문은 자꾸 뱉어내는데 대답이 생각나지를 않는다. 그러다 누군가 대뜸 생일 축하한다길래 고맙다고 했다. 새벽이 되었구나 짐작은 했는데, 그녀는 과거가 됐구나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는 죽었다. 나는 아직이다.
생일은 싫다. 마땅치 못한 삶에 가당치 않은 박수로 지새우는 저녁이 싫다. 저번 생일에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행복하기를 바라며 빌었다. 나의 행복을 바라던 그 여자가 기어코 런던에서 아침을 맞이했기를, 늦었어도 늘 지껄였던 자기만의 행운을 붙잡았기를, 소원했다. 테이트에서 오필리아를 만났기를, 그래서 그녀 손에도 결국 꽃이 잔뜩 쥐어졌기를. 무심결에 흥얼거리며 흘려보낸 노래가 아주 멀리 돌아서 그래도 한 번쯤은 나한테 닿기를, 그런 보잘것없는 소원을 빌었다.
나이를 먹고는 애써 특별하게 보내려 하지 않아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의 친절을 받아먹기로 했다. 뭐 잘났다고 그것마저 삼키지 않으려 하겠나. 작년 생일에는 그랬다. 케이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구태여 촛불 하나 꽂겠다고 자원 낭비는 하지 말자고 했는데, 당신께서 사 오신 딸기 생크림 케이크 하나가 뭐 그렇게 소중했는지. 조금은 내 신경이 말랑해졌나 싶어 괜스레 머쓱했다. 그날 먹었던 값비싼 몇 끼의 식사들은 혀 끝에서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당신의 사랑만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무용한 것들을 껴안을 여유는 있었으면 좋겠다. 평안하지만은 않겠지만, 조금은 덜 미웠던 작년 생일처럼. 그니까 올해는 그냥 달이 유달리 빛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그걸 보며 평안하지 않아도 평안하다고, 거짓말이라도 잠시나마 평안했으면 좋겠다. 소원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