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하는 우리의 명절
얼마 전, 한국에선 10 연휴라는 긴 휴일과 함께 매년 그렇듯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는 풍성한 한가위였다.
매년 명절 때가 되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쇠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분명, 자책해야 할 일은 아닌데도 말이다.
일본에 터를 잡고 산 지가 어느덧 곧 20년이다.
학생 시절에는 명절 때마다 한국에 다녀오는 경비가 부담이 되기도 했고,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한국의 명절 연휴에 맞추어 학교를 쉴 수 있는 노릇도 아니었다 보니 자연스레 설도 추석도 크게 의미를 두고 살 지 않았었다.
그저 여건이 되어 가끔 한국에 가게 되어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친인척을 잠시잠깐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최근 한국 소재한 거래처와 메일을 주고받던 중,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라며 추석연휴를 잘 보내라는 안부인사를 들었다.
생각해 보니, 학생이 아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새삼 느꼈다.
나도 아내도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며 경제활동을 하고 이곳에서의 우리의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윤택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물론 아이도 제 나름의 학창 시절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역시 하루하루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 중일 테다.
아무튼 우리의 생활 기반은 이곳이고, 한국의 명절을 고려해 가며 쉬거나 일을 조율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라, 이번 명절도 영상통화로 부모님께 안부인사를 대신했다.
(무엇보다 명절 때가 되면 항공권의 값이 상당히 비싸진다.)
부모님은 누구보다 우리의 사정을 이해해 주시기에 전화만 주는 것으로도 고맙고 풍성하다 하시고, 형네 내외도 서로 안부를 물었으면 됐다, 건강만 해라 한다.
외국살이 하는 나에겐 명절을 사실 어떤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보단 우리 가족이 한국에 어쩌다가 들어가는 그때가 오히려 더 명절같이 느껴진다. 가족이 그때에 다 모이니 그때가 제일 풍성하다면 풍성하고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니 어떤 때보다 더 명절 같은 것이 사실이다.
내가 어릴 적부터 명절이라는 것은 한국에선 참 중요한 민족의 행사였고 내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명절이 갖는 의미는 사회를 구성하는 각 가정마다 그 깊이는 다르겠으나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로 인식되고 있을 것이다.
일본에 살면서 이곳에서도 참 가족같이 가깝게 지내는 이웃들과 친구들이 있다. 한국처럼 긴 휴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풍성한 주말을 함께 보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 집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아이들은 신나게 게임을 하며 진하게 오랫동안 함께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새삼스럽지만 잘 생각해 보면 거의 매주, 적어도 달에 한두 번은 항상 이렇게 모이는 것 같다.
캠핑을 함께 가기도 하고, 어느 누구의 집에 모여 놀기도 하며 이러한 주말을 보내는 날이 정말 많은데,
마치 달에 한두 번은 명철처럼 풍성하게 보내고 있지 싶다.
다들 내 고향을 떠나와 타향에 정착했고 누구의 어떤 도움도 없이 기업을 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며 자녀를 양육하며 어떤 공통분모를 갖고 살아가기에 자주 모여 회포도 풀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미안한 마음도 드는 반면에 이곳에서 서로 위로하며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들은 만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어찌 보면 명절보다도 더 풍성하고 따듯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명절은 분명 우리나라의 값진 문화적 유산임에 틀림이 없고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시대가 변모해도 지켜질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공동체의 연결고리 일 것이다.
조금 다른 의미의 명절을 보내기도 하고 주체와 대상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곳 동경에도 어떤 의미의 명절은 분명 있는 듯하다,
그 따듯함이 하루를 살게 하기도 하고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고마운 사람들, 정말 고마운 동경의 가족들.
동시에 그리운 한국의 가족들, 또 우리가 모일 풍성하고 사랑 넘칠 그날을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