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으로 이사하면 보통 신고식들 하시…죠??
4년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을 때였다.
우리 집의 현관은 옆으로 밀어서 열고 닫는 여닫이 문인데 도어록이 달린 여닫이 문이다.
흔히 도어록이라 하면, 번호를 누르거나 지문, 혹은 요즘은 동체인식을 통해 문의 잠금과 해제가 가능한 제품들을 연상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듯.
그런데 일본의 도어록은 그렇지 않다.
일단 도어록 자체가 흔치 않은 나라이다. 여전히 열쇠로 문을 여닫는 아날로그 방식의 현관들이 90퍼센트 이상일 것이다.
신축, 구축이라 할 것 없이 아날로의 방식의 도어록은 국룰인 양 일본 대부분의 주택과 맨션에 보급되어 있다.
아날로그를 정말 너무 사랑하는 나라다 일본은.
(인터넷뱅킹도 2013년에 처음 겨우 사용했던 것 같다…)
이렇게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일본에서, 여전히 물리키로 현관을 열고 잠구는 수많은 집들 중에 흔치 않은 전자식 도어록이다 우리 집은. 그러나 그 전자식 도어록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문이나 번호 뭐 그런 첨단기술이 탑재된 것이 아니라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손잡이 부근에 인식시켜 문을 열고 닫는.. 전자식인데 뭔가 덜 전자식 같기도 하고, 키만 없지 결국 반드시 카드를 소지해야만 하는 뭔가 불편한 전자식이다. 반쪽짜리 첨단이랄까…
아무튼 첨단 아닌 첨단현관을 가진 우리 집이고 이 집에 우리는 몇 년 전에 신축하여 이사를 들어왔다.
이사 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던 때였던 것 같다.
우리는 근처 마트에서 장도 보고 귀갓길에 식사도 배불리 하고 집에 돌아왔고 집 앞에 차를 잠시 정차한 후 장 본 물건들을 주섬주섬 꺼내어 일단 집 안으로 들여놓고 있던 중이었는데, 집 안으로 먼저 들어갔던 귀여운 아들 녀석이 기특하게도 도와준다며 집 밖으로 나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건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그런 기특함에 미소를 띠던 것도 정말 잠시였고, 순간 나와 아내의 시선은 현관문을 응시했는데, 아뿔싸!
아들 녀석이 도와주겠다며 나오면서 문을 닫았네..? 문이 잠겼네..? 카드키는 이미 아들 녀석이 집에 들고 들어갔는데…??
약 5초간의 정적이 마치 5분 같이 느껴졌다.
“우리 아들 착하네~” 하던 상냥한 엄마아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불을 뿜는 드래곤처럼 엄마아빠는 아이에게 원망 섞인 꾸짖음을 내뱉고 있었다.
불호령을 한다고 문이 열릴 턱이 없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붙들고 감성소비를 해봐야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라앉히고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다른 여분의 카드키는 당연히 집안에 있고 1층의 모든 방의 창문은 잠겨있다. 2층 베란다로 어찌저찌 올라갔다 쳐도, 2층 역시 창문은 잠겨있고 결국 들어갈 방법은 없었다. 그때의 시간이 대략 밤 10시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내와 나는 인터넷 검색을 하며 최근까지 집에 관련하여 여러 가지 연락을 주고받던 부동산 영업맨에게 전화를 넣어 소개해 줄 만한 열쇠업자가 있는지, 이런 경우 어떻게 문을 열 수 있는지 등을 물어가며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검색을 통해 인근에서 가장 싸게 응대해 줄 수 있는 업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 업자는 후에, 부동산 영업맨이 소개해준 업자와도 동일했다. 덕분에 조금 할인을 받았다.)
아무튼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업자는 우리 집에 도착했고,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그 방법이라는 것이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너무 달라 꽤나 당황했었다.
방법인즉슨, 일단 카드키의 재사용을 전제로 작업을 할 것이기에 전자기판 쪽은 건드리지 않고 물리키를 사용하는 열쇠구멍을 드릴로 뚫고 확장하여 물리키와 걸쇠의 기능을 파괴하여 문을 연다, 그 후 물리키의 부품은 새것으로 교체할 거고 작업 예상소요시간은 약 두 시간이고 금액은 20만 엔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냉정하고 신속하게 해 주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그래도 할인을 받아 15만 엔 정도에 합의를 보았다.. 문 따는데 150만 원이란다.. 참 나….)
아내는 그 설명을 듣는 순간부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ㅎㅎ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멀쩡한 아파트 팔아 주택으로 왔냐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온갖 세상의 짐과 원흉들을 홀로 끌어안기 시작했다.
뭐…마음은 아프지만 일단 괜찮다, 다 지나가는 일이다, 그럴 수 있다라며 위로를 건네고 작업자에겐 진행을 의뢰했다.
뼈아픈 15만 엔짜리 작업이 밤 11시 즈음부터 온 동네가 떠나갈 듯한 굉음을 내며 시작되었다. ㅋㅋ
우리 집 현관문은 두께가 10㎝가 넘는다. 하필 또 튼튼하고 무거운 아주 보안에 중점을 둔 두꺼운 문짝을 달아뒀다…
(직전까지 맨션에 살았던 터라, 보안에 관련해서는 꽤나 신경을 썼던 우리다.)
그 두꺼운 문을 드릴로 후벼 파며 굉음과 함께 구멍을 내는 작업이 약 한 시간 정도 이어졌고 걸쇠 부분을 소위말해 빠가를 만들어 구멍을 확장하여 전문적인 도구를 이용해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고 집안에서부터 환한 불빛이 어두운 바깥을 비추었다. 열렸다!!
드디어 집에 들어갈 수 있다! (11월의 도쿄는 밤엔 1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꽤나 장시간 추위에 떨었는데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거의 12시가 다 되어 우리는 온전한 귀가에 성공했다.
그리고 귀가와 동시에 150만 원을 지출했다. 몸은 집에 왔는데 돈이 같이 안 왔다.. 돈은 가출을 했다..
우리 가족에겐 뼈아픈 기억이다.
그러나 우리 집 현관문의 보안은 더욱 완벽해졌다. 부동산이 가지고 있을 여분의 마스터키마저도 현관문 걸쇠의 파괴와 교체로 인해 이제는 소용이 없으니, 이 집은 우리 가족 세 사람만이 여닫을 수 있는 철옹성이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웃음 나오는 추억이 되었지만 그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나름의 대책도 갖고 있다. 우리만 아는 비밀스러운 곳에 혹시 모를 재발에 대비한 대비책을 잘 준비해 두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외출하면서 양수기함에 열쇠를 숨겨두시던 것이 생각나기도 한다.)
새 집으로 이사할 때의 그 기쁨과 설렘이 말도 못 하게 크지만 이런 신고식은 두 번 다시없었으면 좋겠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이런 보수, 수선에 관련한 서비스업 가격은 아직 일본, 너~무 비싸서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일본에 주택살이 하시는 독자분들은, 이런 신고식들 한 번 씩들 하셨나요? ㅎㅎ
25년 끝자락에서 떠올려본 몇 년 전의 웃지 못할 추억을 끄적거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