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상| 도쿄에도 가족이 있다.

친구와 이웃이 가족이 될 때

by tlsgud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알게 된 같은 학교의 학부모들이 있다.

입학하면서 같은 반 친구로 알게 된 가족과 또 그의 지인들 (마침 그들의 자녀들도 또래) , 감사하게도 서로 집도 가까워 정말로 자주 보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아이의 친구를 통해 나와 아내도 의지할 수 있는 형 누나, 오빠 언니를 얻게 되어 참 기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어느새 우리의 가족 같은 그런 깊은 사이가 되었다.


아이들끼리도 형제자매 이상으로 사이가 가까워서인지 친형제 싸우듯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어느새 깔깔대며 자기네들끼리의 세계 속에서 우애를 다지곤 한다.

언제나 함께 꽁냥꽁냥
우애 좋은 형제남매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즈음에 학교에서의 일로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낸 때가 있었다.

일본에 소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드세고 억센 K학부모들이 모인 곳이라 각종 오해와 소문이 쌓여 우리 가족을 힘들게 했던 그때 아내는 참 많이도 울고 아이는 꽤 오랜 시간을 기가 죽은 채 학교를 다녔다. 겹겹이 쌓인 오해들을 풀어보려 나 역시 회사를 조퇴해 가며 학교 선생님들과 면담을 나누어 보기도 하고 손 편지까지 써가며 흉흉한 소문을 진화해 보려 애를 썼던 시간들이었다.

어떤 일이든 겉으로 보기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나 임에도 그즈음 가깝게 지내는 형님들과의 술자리에서 힘든 마음에 눈물을 보인 적이 있었다. (술김에 어리광이라도 부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세간에 겹겹이 쌓인 소문들만 놓고 본다면 그때 형님들은 나를 밀어내거나 소문과 오해가 진실인 양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시원하게 소주를 한 입 털어 넣고는 “다른 모두가 네 편이 아니어도 형들은 네 편이다! 걱정 말고 가족들 챙겨라. 너는 형들이 챙겨줄 테니까..!” 라며 암시롱 않게 이야기해 주었다.

형! 진짜 형!!(같은 우리 형님들)

언제나 내 편이던 진짜 우리 형이 떠올랐다. (그는 건강하게 한국에서 살고 있다. 글을 보면서 혹시나 오해는

없길..)

형님들도 나를 정말 당신들의 동생으로, 지켜주고 싶은 가족으로 생각해주고 있음이 느껴져 뜨겁게 위안이 되었다.


아내와 나는 아이가 입학할 때 이 조그만 아이가 혼자 전철을 한 시간 넘게 타고 등하교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물론 내가 출근하는 날이 많기 때문에 아침에야 중간까지 같이 이동을 한다 하지만 어쨌든 집에 오는 길도 걱정이었고 일본도 종종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어 사고나 사건이 많은 나라기에 어느 정도의 주의와 경계심은 늘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언제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또 만일을 위한 대비책으로 스마트 폰을 쥐어주게 되었고 긴급통화 버튼을 활성화 한 뒤 110(한국의 112) 설정, 그리고 엄마아빠의 전화번호를 최우선 즐겨찾기에 저장해 주었다.

그리고 혹여 진짜 만의 일, 십만의 일, 엄마 아빠가 연락이 닿지 않을 때나 엄마 아빠가 사고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아이가 제일 먼저 도움을 청해야 할 대상으로 형님들 누님들 번호를 저장해 주었다. 엄마빠가 없을 땐, 그들이 우리 아이의 부모다. 아이도 이모삼촌을 제2의 엄마아빠로 여기는 듯하다.

한 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 난 아이가 다섯이다

이모삼촌들과의 만남은 아이에게도 너무 신나는 일이고 엄마아빠한테 만큼 까불이가 된다. 아마 그 집들의 아이들도 비슷하게 나와 아내를 인식해 주는 것 같다. 초등학교4학년씩이나 된 녀석들이 자기네들 할머니 할아버지, 진짜 이모삼촌 앞에서도 안 하는 짓들을 잘도 한다.

(샤워 후 고추를 달랑거리며 거실로 뛰어나와 춤을 춘다던가... 밥상머리에서 엄마 아닌 이모에게 불같이 혼이나도 돌아서면 다시 껍죽거리는 모습들은 얘네도 우리의 사랑이 느껴지니 지들의 민낯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구나 싶어 기특하고 귀엽다.)


아내도 살아가면서 본인의 힘듦과 상담거리들은 언니들과 나눈다. 남편들이 아이들만 데리고 캠핑이든 무엇이든 집을 비우면 똘똘 뭉쳐 밤늦은 시간까지 수다의 꽃을 피워낸다. 아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자세히 이야기 나누어 본 적은 없지만, 아내도 분명 언니들을 마음깊이 의지하고 사랑한다는 게 느껴진다. 그녀의 표정에서 그녀의 말투에서 등등..

아내(왼쪽)는 언니들의 귀여운 막내다

우리 가족끼리 어디 여행이라도 가면 반드시 언니들의 선물과 기념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챙기는 아내다.

그것들의 크기의 크고 작음이나 금액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그 속에 어떤 마음을 담아내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덩달아 마음이 뜨거워지고 행복이 느껴진다. 너무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이웃의 모습은 내가 자라던 시절과 많이 달라졌지만 도쿄에서 우리는 그 시절의 이웃 같은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다. 감사한 일이고, 사실은 꾸준하게 좀 지켜져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좋은 부모만큼이나 좋은 친구, 화목한 다수의 공동체가 공생하는 것이 정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건강할 것이 분명하다.

너무도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한국에 당연히 있지만 이곳에서도 마음 나눌 가족이 있고 따듯한 이웃이 있다는 것은 나와 아내에게 그리고 아이에게도 건강한 사고를 하게 하고 화평한 마음을 갖게해주는 보석 같은 환경이다.

이제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결이 닮아버린 그들과 우리는 새로운 모양의 가족의 모습으로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왜인지 감사가 넘치는 한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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