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상| 회의중에 xx사진을 보낸다고?

나는 존중하는데 그는 나를 존중하지 않았다.

by tlsgud

회사에 게이 동료가 몇 있다.

회사의 분위기는 매우 좋다. 그 누구도 성소수자인 그들을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렇지 않은 나나 다른 동료들과 동인하게) 그들의 능력에 준하는 평가를 받고 같은 대우를 받으며 상당히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어떤 장벽 없이 친구처럼 때로는 엄격한 선이 있는 동료로서 매일 각자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회사는 LGBTQ+에 관련한 세미나도 많고 나아가 사회적인 활동의 일환으로 사회속의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고 물리적, 정신적으로 서포트하는 행사 또한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사회적인 평판도 꽤나 훌륭한 회사이다.

몰론 개개인의 속내야 다 들여다 보지 못하니 회사의 방향성과는 조금 다른 개인의 신념을 가진 이도 분명 있을테지만 그렇다고 그 신념을 바탕으로 어떤 누군가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못된 사람은 없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회사에 꽤나 친밀하다고 느끼는 성소수자 동료가 있다.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꽤나 유쾌하고 밝은 성격의 사람인지라 긍정적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어 그를 꽤 좋은 동료이자 친구라고 느낀다. 나이는 나보다 많지만 그의 업무 특성상 매우 젊고 트렌디한 감각이 주변 사람들을 꽤나 즐겁게 해준다.

그는 사내에서도 이미 커밍아웃을 오래전에 한 사람이고 그의 성인지로 인해 불편을 겪거나 피해를 보는 동료도 없다.

다만 그는 올해 초부터 공공연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좋아한다, 관심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나에 대한 본인의 취향을 드러내곤 했다. 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고 그냥 웃어 넘기며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냈다.

그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내 인생에 달라질 것은 없고, 그로서 할 수 있는 적당한 장난 정도로 여겼기에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여전히 좋은 동료이자 친구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최근 내가 어떤 회의에 참석해 있을 때, 그가 Teams로 메세지를 보내왔다.

메세지엔 그가 보낸 사진이 함께였다.

“xx씨, 새로산 내 팬티가 도착했어!”

블러처리를 했지만 꽤나 민망한 모양과 색깔의 팬티다

사진 이미지를 보자마자 당황과 민망함이 동시에 밀려왔고 이어서 어쩌라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몇 초 후, 불쾌한 마음을 느꼈다.

“나는 너를 존중했고 이해하는데 너는 나에게 왜 이렇게 무례하지? 게다가 지금은 회의중이라고!”

그는 분명히 무례했고 나는 잘 모르는 수치심을 느꼈다.

설사, 그가 그렇듯이 내가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동성이 아닌 이성 간에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 느껴졌다. 게다가 지금은 업무중이고 다른 사람들과 회의실에서 회의중이라고!

그 메세지는 내가 느끼기엔 충분히 추행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서로의 성별이나 성적지향을 떠나서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신은 성소수자로서 느끼는 불평등이나 어려움을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털어놓으며 존중을 바라고 이해를 바라는데 정작 나의 입장과 취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구애를 하는 것도 화가나고 나아가 일반적이지 않은 이러한 방식의 접근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존중을 바란다면, 저역시도 충분히 타인을 존중했어야 하고 행동에 더 주의가 필요했어야 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몇 주의 시간이 지났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 일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다만, 그와는 일 대 일로 확실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네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장난이 아니고 정말로 진지하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면 먼저 너와의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라 일러주었다. 어차피 나는 당신과 다르니 우리 관계에 어떠한 긍정적인 결말도 기대할 순 없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친구로 지내고자 한다면 내가 당신에게 그러하듯 충분한 존중과 배려를 우선해주기를 당부했다.

그는 어른스럽고 지혜롭게 아주 확고하고 단호한 어투로 사과해 주었고 우리의 관계는 크게 틀어짐 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나도 지난 일은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크고 작은 공동체 속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실수들과 실패, 혹은 성공과 배움이 있다.

이번 일을 통해 그는 실수를 경험했고 배움을 취했길 바란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음을 통해 회사에서 혹은 사회 속에서 곤란함을 겪지 않길 바란다.

시간이 좀 지나고 돌이켜 볼 때,

2025년 중에 가장 임팩트 있었던 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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