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피는 벚꽃을 보며 2박 3일
20251122-20251124, 2박 3일 삼연휴 캠핑을 다녀왔다. 전회차 글에서 언급했었던 이제는 가족 같은 형님들 두 집과 함께 다녀온 캠핑이다. 이번 캠핑은 사이타마현(埼玉県) 북서부에 위치한 카미카와마치(神川町) 라는 동네이고 이곳은 겨울에 피는 벚꽃(冬桜:후유자쿠라)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 세 가족은 후유자쿠라 명소인 城峯公園내 캠프장으로 토요일 아침부터 부지런한 발걸음을 옮겼다.
작년 5월, 골든위크 때에도 이곳 캠프장에서 2박 3일 캠핑을 했었다. 그땐 후유자쿠라가 아닌 봄의 완연한 사쿠라가 피어 있었고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막 찍어도 인생샷을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이곳 캠프장은 부지런히 예약만 빨리 한다면 제법 넓은 광장의 전체를 카시키리(貸切:통째로 빌리는 것의 개념)할 수 있기에 우리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캠핑도, 큰 형님의 기획력과 추진력 덕분에 같은 광장을 카시키리 할 수 있었고, 우리 세 가족만의 안전하고 프라이빗한 캠핑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었다.
제법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가는 길엔 사고 차량과 고장 차량들로 인한 정체 때문인지 오후 한 시가 거의 다 되어서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여 우리만의 집을 구축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고 공원 내 산책로에는 적절한 라이트업으로 만연한 단풍과 후유자쿠라를 동시에 즐기며 눈에 담아낼 수 있도록 아름다움을 뽐내 주었다.
일본에 꽤 오래 살고 있는 나에게도 겨울에 피는 벚꽃은 생소하다. 그래서인지 봄에 피는 벚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졌기에 오래 기억하고픈 마음에 가득 눈에 담았다. 기온은 어느덧 겨울을 재촉하고 있지만 후유자쿠라 외에도 은행과 단풍들이 어우러져 겨울을 목전에 두고 가을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나도 큰 즐거움이었다.
별은 또 어찌나 많고 선명한지, 늦은 밤 뚝 떨어진 기온과 찬바람에 몸을 잔뜩 웅크리게 되는 것도 아랑곳 않고 이곳저곳 각도를 바꿔가며 눈고 마음에 가득 별을 담고 아쉬운 마음에 카메라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담아왔다.
캠핑을 하는 2박 3일 내내 날씨가 거짓말 같이 맑고 청명했다.
최근 나와 아내는 좀 더 건강하게 살고자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뒤룩뒤룩 쪄버린 살을 빼는 것이 더 우선순위이긴 하다.)
그리고 원래 건강한 삶을 살아온 둘째 형님 내외가 함께 캠핑을 하니, 자연스레 “날도 좋고 경치도 좋은데 한 바퀴 뛰고 오자” 이야기가 나왔고, 기세를 몰아 어린이들도 함께 가벼운 러닝을 다녀왔다. (큰 형님 내외가 건강한 삶을 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해가 없으시길..)
목적지인 시모쿠보타댐(下久保田ダム)은 콘크리트 댐으로서는 제방의 길이가 일본에서 가장 긴 것과 댐의 형태가 L자인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러닝을 다녀오는 길도 가을 끝자락 맑은 공기와 정취로 가득했다.
와, 벌써 애들이 4학년이야.. 했던 것이 엊그제 일인 양 선명한데 계절은 어느새 네 번째 옷을 갈아입을 준비 중이다. 아이들이 1학년 때 처음 만나 처음 함께 캠핑을 했던 때를 떠올려 본다.
당시 사진을 보며 추억해 보니 지금도 어른들의 눈에는 애기애기한 이 아이들이 불과 몇 년 전일뿐인데 까마득히 먼 이전의 일인 것처럼 자그맣고 뽀송하다. 몇 년 새 훌쩍 커버린 이 녀석들과 하루 온종일을 자연 속에서 함께 하다 보면 언성을 높여 나무라는 일도 많지만(실은 하루 온종일 소리 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캠핑만 가면 목이 쉰다.) 집에 돌아와 휴대폰 속 카메라롤을 들여다보면 이 아이들의 웃는 모습, 진지하게 장작을 패고 불을 피우는 모습, 게임하는 모습 등 이 아이들의 모습만 가득 채워져 있다.
계절이 옷을 갈아입듯이 이 녀석들도 변태를 하는 걸까 어느덧 키는 엄마의 어깨만큼 자라 있고 얼굴도 이전에 비하면 볼살이 쏙 빠져 제법 소년소녀 같다.
돌아보면 2025년도 큰 탈 없이 좋은 추억들로 꽉 채워냈다. 이제 정말 한 달 남았다.
급격하게 추워지는 날씨 탓에 어쩌면 2025년도의 마지막 캠핑이었을지 모르겠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 해를 지혜롭게 준비하자며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 조금만 다짐해 보았다.
(너무 굳은 다짐은 하지 않는다. 다짐이 무너지더라도 언제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둘 수 있도록 여유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