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상|지난 주말, 캠핑을 다녀왔다.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짧아진 가을이 야속하기만 하다

by tlsgud

푹푹 찌던 지옥불 같이 뜨겁던 여름이 모습을 감추었다.

언제 더웠냐는 듯, 한낮에도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피부를 감싸는 가을이 왔다. 귀한 가을이다.

매년 여름은 점점 빨리 찾아오고 최대한 늦게 돌아간다. 그리고 얄밉게도 가을은 아주 살짝 짧은 소식만 전하고 이내 추운 겨울이 또 찾아온다.

매년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지구가 많이 아픈 것이 분명하고, 다음 세대에겐 더할 나위 없이 미안하다.

아무튼, 요 몇 년 새에 귀하디 귀해진 가을을 만끽하러 지난 주말에 캠핑을 다녀왔다.

후지산을 바라보며 가벼운 1박을 하고자 *야마나시 5대 호수(후지 5호;富士五湖) 중 하나인 모토스코호(湖)에서 캠핑을 즐겼다.

*야마나시현의 5대 호수는 후지산 주변에 있는 다섯 개의 호수를 총칭하는 **후지 5호(富士五湖)**를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야마나카호, 가와구치호, 사이호, 쇼지호, 모토스코호를 말합니다.(출처: 구글검색)
모토스코호(本栖湖)

낮에 비가 내린 탓에 모토스코호의 절경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했지만 잔잔한 호수의 조용한 파동은 여름 내내 더위에 고생한 육체와 정신을 위로하기에 충분했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맛난 음식과 적당히 맛이 베인 직접 담근 매실주를 나눠 마실 때에는 “이 맛에 나온다~” 며 비싼 취미의 가치를 자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쉘터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떤다.

단 1박이었지만 역시나 자연 속에서 좋은 음식과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이번 캠핑 때는 큰형님께서 타코야키에 직접 만드신 마요네즈를 준비해주셨다.


그래서 매년 점점 짧아지는 가을이 더 아쉽고 귀하게 느껴진다.

가을뿐이랴,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귀해진 것은 봄 역시 마찬가지다.

캠핑을 빠져들면 들수록 고가의 취미가 되어간다.

그래서 짧아진 봄과 가을은 야속하기만 하다.(본전을 뽑아야는데, 짧아진 계절은 캠핑의 횟수도 제한된다)

혹자는 겨울의 설중 캠핑을 즐기면 되지 않겠냐 하지만 겨울은 겨울대로 스노우스포츠를 즐겨야 해서 캠핑은 또 뒷전이 되어버리고 만다.

짧아진 가을에 대한 푸념을 술잔을 나누며 함께 간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있자면, 이내 누군가가 묻는다.

“짧아진 계절이 야속한 걸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네 탓인 걸까?”

명쾌한 정답을 내릴 수 없었으나, 짧아진 계절은 지구에 살아가는 인류의 탓이 클 테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것은 내 탓일 테니.. 결과적으로 자연에게 부리는 인간(나)의 욕심이 모든 현상의 원인이라면 원인일 것이다.


아무튼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에게는 이번 캠핑을 통해서 쿨한 작별인사를 보내 주었고, 귀한 가을에게는 최대한 길게 곁에 있어달라는 염원을 담아 반가운 환영의 인사를 보내주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까지 몇 번의 캠핑을 더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귀해진 가을의 파란 하늘과 기분 좋은 공기의 포근함이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게 해 줄 고마운 원동력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며, 아내와 아이에게 괜히 “다음엔 어디 갈까?” 하며 은근슬쩍 다음 캠핑의 동의를 구해본다.

쉘터안에서의 밤은 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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