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상|스즈키 짐니 이야기_3

1년 동안 너무 고마웠어. 눈물로 떠나보낸 짐니

by tlsgud

어쨌든 실용적이지 못했고,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할 때 여러모로 불편함이 많았었던 탓에,

디자인이 모든 단점을 커버할 것이라는 나의 큰소리와는 다르게 불편함은 금세 커져갔고, 그렇게 우리 가족은 짐니와의 이별을 맞이했다.

1년 동안 불편했지만 추억이 많은 차였기에 휴대폰 속 카메라롤에는 짐니의 사진들로 여전히 가득하다.

불편했지만 짐니와는 일본의 이곳저곳을 신나게 누볐고 무엇보다 아들 녀석은 짐니를 마치 자신의 놀이터인냥 신나게 오르고 내렸다.

신나게 오르내리던 짐니
항상 사진은 위에서
현관문을 열면 일단 오르던 아들
히치캐리어를 추가했을 땐 계단이 생겼다며 좋아했었다

캠핑을 떠나면 차 위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그 작은 트렁크에 모여 앉아 군것질도 하고 게임도 하고 다 같이 차 뚜껑에 오르기도 하고! (찌그러질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말릴 수가 없었다)

비좁은 트렁크에 다섯이나 ㅋㅋㅋ
친구들과 함께 차 위에 올라 오순도순 놀던 아들
눈 돌리면 오르고 있었다
멋지게 짐니 티셔츠까지 ㅎㅎ
정글짐 짐니

날이 좋은 주말, 아빠가 마당에서 세차라도 하고 있으면 꼭 이내 뛰어나와 손수 고압수를 뿌려주고 구석구석 거품뭊혀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아들 녀석 못지않게 아내도 짐니를 참 예뻐했다.

작은 차지만 차고가 높은 탓에 운전하기가 너무 편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SUV지만 차체가 작고 귀여운 디자인 덕에 소위 하차감이 좋아 거리에서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기도 했다. 짐니는 일본에서 ジムニー女子 (짐니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SNS등에서도 심심치 않게 짐니와 함께한 어여쁜 여성들의 사진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아내도 짐니오너이며 ジムニー女子였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실제, 짐니는 아내의 명의였기에 명확하게 짐니의 오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아내는 짐니를 예뻐했다
ジムニー女子였던 아내
ジムニー女子 아내
손수 밥도 먹이고... ㅋ

짐니에 대한 애틋함을 가진 인물의 끝판왕은 단연 나였는데, 아내와 아들 녀석의 짐니에 대한 애틋함을 나의 휴대폰 카메롤을 꽉 채울 정도로 기록하고 기억했다. 짐니가 처음 우리에게 온 날부터 떠나가는 날까지 수 백, 수 천장의 사진을 찍어댔다. 인스타그램에 짐니의 계정을 만들어 짐니사진만 올려대고 온갖 짐니에 관련한 해시태를 동원해 짐니오너들과 라이킷을 주고받으며 소통했을 만큼 짐니 사랑에 최선을 다했던 나였다. (짐니의 계정은 이름만 바꾸어 현재 타는 자동차의 계정으로 바뀌어 있지만, 사진은 여전히 남아있다.)

틈만 나면 짐니의 사진을 찍어댔었다
내 눈에선 언제나 꿀이 떨어졌다
집에서도 이쁘지만 밖에서는 더 할 나위가 없던 짐니
꺽어서 봐도 이쁜 짐니
아무곳에서나 어느 때나 이쁜 짐니
눈 소복히 쌓인 예쁜 짐니

이런 우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던 짐니였기에, 떠나보내는 날은 정말 마음이 묘연하게 슬프고 헛헛했고, 눈물도 좀 흘렸는데 특히 우리 아들은 보닛이 뜨거운 줄도 잊고 짐니를 안아주고 만져주며 참 오랫동안 이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짐니를 보내고 대차를 빌려 타고 오는 내내 울었다. 참 슬프게도 울었다.)

떠나 보내던 날.. 이미 울고 있었다
미안해 짐니. ..널 보내서 미안해..
괜찮은 척 하다가, 헤어지기 전 너무도 아쉬워하던 우리 아들 ㅠㅠ

예뻤고 재밌었던 차였다.

사랑을 듬뿍 주었고 수많은 추억을 선물 받았다.

지금은 현관을 열고 주차장을 바라봐도 짐니는 없지만, 길에서 짐니를 마주할 때면 반가움은 여전히 남아있어 괜스레 미소가 떠오른다. 괜히 경적도 짧게 울려보고 하이빔으로 어색한 인사도 보낸다.

정말 언젠가는 다시 타게 될 날이 올까?

사물이나 어떤 현상을 의인화하여 감정을 이입하는 편은 아닌데, 무언가 특별했던 나의, 아니 우리의 짐니였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발이 되어 엔진이 닳고 닳도록 신나게 달려주고 있다면 좋겠다.

짐니 이야기 끝.

안녕 짐니. さようなら、ジムニー。今までありがとう。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