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상|스즈키 짐니 이야기_2

디자인으로 모든 단점을 커버할 거야. 그런데..왜..

by tlsgud

스즈키 짐니 이야기는 오늘의 이야기 이후 한 회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우리는 이 작은 차를 타고 이곳저곳 참 재미있게 누볐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런 결정들을 몇 번 해야 했었다.

우리의 짐니는 가장 먼저 루프랙을 장착했고 그로부터 약 3개월 후 히치캐리어를 장착하기에 이르렀다.

이 작은 1500CC의 자동차는 머리 위에 약 30kg, 엉덩이 뒤에 약 20kg의 짐을 싣고, 나와 아내, 그리고 아들 녀석까지 총 셋을 태우고 산으로 들로 바다고 열심히 우리를 실어날랐는데, 차는 작고 엔진의 출력도 한계가 있다 보니 고속도로라도 올라가면 장거리를 가는 내내 비명을 질려댔고, RPM은 떨어질 줄 몰랐다.

루프랙은 셀프장착
머리위로 스토리지박스를 세네개씩 실었다
히치캐리어 셋업 하던 날, 옆에선 같은 색의 FJ크루저가 정비중 이었다
머리위도 엉덩이에도 한계까지 실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차는 설계자체가 패밀리를 염두에 둔 차가 아니었기에, 뒷자리에 앉은 우리 아들은 창문조차 열리지 않는 비좁은 자리에서 있는 힘껏 몸을 구겨 넣은 채 두세 시간씩 이동해야 했으니 그 녀석의 고충은 사실 우리가 듣지 않아서 모를 뿐 엄청났으리라 짐작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은 한 동안 짐니와 등교했다

“모든 단점을 디자인으로 커버하는 차” 라며 주변사람들에게 그렇게 짐니 자랑을 했었는데, 문득문득 운전 중 구겨진 아이를 볼 때면 참 애비가 철이 읎어 미안하다…싶었다.

아들녀석은 꽤나 짐니를 아껴주었다

당시 아들은 초등학교 1년생이었는데, 초1에게 1년은 슈퍼울트라 성장기라 매일 커지는 아이가 너무 대견스러운 동시에 아이가 앉는 자리는 점점 작아져서 여간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가끔 친구들 혹은 지인들을 태워야 할 때, 한국에서 부모님이 방일을 하실 때 등등 곤란한 일도 만만찮게 많았다.

한 번은 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신다 하여 호기롭게 나리타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는데, 아뿔싸, 비가 왔다.

두 분이 가져오신 캐리어를 실을 공간이 짐니엔 없는데…

주륵주륵 내리는 빗 속에 두 분의 캐리어는 짐니의 히치캐리어에 실린 채 비를 맞으며 집으로 왔다.ㅎㅎ

(물론 엔진은 비명을 지르며)

지인을 태웠을 땐, 자꾸 무릎이 앞 좌석 등받이에 닿아 한 시간쯤 운행 후엔 지인의 무릎엔 살짝 멍이 든 적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일화들과 더불어 주말엔 캠핑이나 나들이, 겨울엔 스노보드를 타러 거의 매주 차를 운행하는 우리 가족에게 짐니는 너무 예쁘지만 패밀리카로서는 단점밖에 없었기에 스을 매력을 잃어갔다.

그치만 여전히 코로나 팬더믹의 여파로 짐니는 여전히 대기자가 속출 중이었고, 차량의 희소성과 인기의 힘 덕분에 어느 순간 중고차가 신차의 가격을 뛰어넘는 기적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때는 이때였다!

아내에게 기변을 제안했고, 여지껏 말은 안 했지만 피로함을 분명 느끼고 있던 아내는 흔쾌히 수락, 누구보다도 차 파는데 진심이 되어 내가 출근을 한 평일에 나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중고차 매매업자들과의 미팅을 진행해주었고, 덕분에 살 때 보다 더 좋은 가격으로 우리는 짐니를 떠나보내기로 했다.

예쁜 차였지만 실용적이지 못했던 짐니.

가끔 비포장길이나 캠핑장 진입하는 험준한 길목에선 여지없이 코뿔소와 같은 터프함을 보여주었지만 실용적이지 못했던 짐니.

산이든 바다든 기가 막힌 피사체가 되어주었지만 실용적이지 못했던 짐니.

빗길이든 눈길이든 파트타임4륜으로 어디든 맞서주었지만 실용적이지 못했던 짐니.

캠핑 때마다 테트리스는 스트레스 였다.. 쉽지 않았어

1년 만에 떠나보낼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는 “실용적이지 못했던 탓”이다.

짐니를 떠나보내며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나이가 들고 아이가 독립하고 곁을 떠나면, 그때 다시 짐니 타자”


다음 화에서 짐니 이야기의 마지막, 떠나보내던 때를 발행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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