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 "얘야, 난 IMF 때 해고되었단다.

해고 노트 열한 번째 페이지

by 신보라

1997년, 어느 날부턴가 뉴스에서 아이. 엠. 에프.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지금은 삼십 대가 된, 당시 초등학생들에게 IMF란 아이 러브 유 다음으로 배우게 된 영어였다. 많은 가정집에 거실을 차지했던 텔레비전 브랜드인 대우전자의 부도 뉴스에 아이들은 잠깐 관심을 가졌다. 그마저도 금성 텔레비전을 새로 들인 집에서는 금방 잊히게 되었다. 운 좋게 외환위기 타격을 피했던 가정의 아이들에게 IMF는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이 자라서 고등교육을 받는 시기가 되어서는 한국의 외환위기가 역사책에 등장했다. 그제야 그 안에 담긴 실업의 공포와 지금까지 미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양한 것들이 그 안에 있었다. 실업자가 양산되고 지금까지도 문제 되는 '비정규직' 이 크게 늘어난 것의 시발점도 그 안에 있었다.


Q. 안녕하세요. IMF 때 일자리를 잃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근무한 회사와 직무는 어떻게 되셨나요?

A. 벌써 20년도 더 됐네요. 1996년에 철강회사에 입사해서 총무부 비서로 근무했습니다.


Q. 당시 회사와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셨어요?

A. 원래 하던 업무에서 강제 차출되어 부사장 비서로 갑자기 가다 보니 상사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았어요. 그래도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상중하로 따지면 중 정도 되는 것 같아요.


Q. 해고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A. 그 당시 회사가 IMF로 구조조정 중이었어요. 어려운 시기에 미혼사원 등을 차별적으로 권고사직 중에 있었어요. 막상 제 차례가 되니 시원섭섭했어요.


Q. 해고가 인생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A. 장단점 모두 있어요. 단점은 지랄 맞은 전 남자 친구와 더 오랜 시간 징글 하게 엮어졌다는 점이에요.

장점은 퇴사와 전 남자 친구 덕분에 새로운 직업을 찾게 되어 이전보다 생각의 폭이 더 넓어졌어요.


Q. 해고의 타당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당연히 부당했죠. 마음에 안 드는 여사원부터 해고한다는 뉘앙스였어요. 요즘 세상이라면 아마 더 난리 났을 거예요. 미혼인 사람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이야기해서 더 기분이 나빴어요.


Q. 당시 조직에 대한 나의 기여도와 나의 퇴사로 인한 회사가 입었을 타격

A. 기여도는 부사장님 보좌했던 부분이라 큰 타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좀 까다로운 분이라 다음 직원이 고생했을 거라 생각해요.


Q. 해고 이후 나와 회사의 모습 그리고 현재

A. 회사는 얼마 후 망하고 다른 회사로 사명이 바뀌었어요. 저는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어요.


Q. 근무했던 회사 동종업계의 해고 동향

A. 해고율은 예전과 비슷한 정도 같아요. 전보다 비정규직이 많아진 것 같아요.


Q. 날 해고한 사장님한테 하고 싶은 말

A. 어쨌든 시간 지나서 지금 백수가 되셨을 텐데 기분이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당신 때문에 해고된 많은 사람들, 상황은 이해되지만 미혼 직원들을 그렇게 해고시켜야 했나 생각도 듭니다.


Q. 날 해고한 회사의 동종업계에서 해고당한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먼 미래가 될지 가까운 미래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전문적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또 다른 직업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열공하시고 좋은 미래를 준비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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