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전, 2023
1. 그냥, 사람 2
홍은전 작가의 '그냥, 사람'이라는 책을 읽고 바로 이 책을 연달아 읽었다(같이 추천받아서!).
아직 한 권의 책이 더 있는데('집으로 가는 길')
그건 바로 읽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며칠 전 포스팅한 그냥, 사람이라는 책의 버전 2라고 할까나..?
내용은 거의 유사하다.
같은 방식의 글쓰기와 칼럼에 연재한 글의 집합이다.
혼자 생각하기로는 나는 동물이라는 책에서는 동물(비인간)에 대해 좀 더 얘기할 줄 알았는데,
장애인 관련한 것과 동물 관련한 것 반반 정도 되는 듯했다.
음..? 그럼 좀 더 얘기한 건 맞구나..?!
책이나 저자의 소개는 앞에 포스팅 한 글을 참고하면 된다.
사실 거기서도 제대로 하지는 않았지만,,ㅎㅎ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빠르게 와닿은 문장으로 간다.
2. 와닿다
"왜 수어를 모르는 침팬지는 외롭게 감금되고, 그렇지 않은 침팬지는 대중적 항의를 불러일으키는가. 언어는 어떻게 그런 권력을 갖게 되었나. 우리가 케이지에서 꺼내고 싶은 것은 침팬지가 아니라 언어라는 인간적 능력이 아닌가."
p.20
짐을 끄는 짐승들이라는 책 내용을 인용한 것인데, 매우 와닿았다. 나와 타자를 혹은 인간과 동물을, 장애와 비장애인을 구별하고 혹은 수용하는 기준과 관점에 대해서 통찰을 주는 대목이었다.
<짐을 끄는 짐승들>은 이렇게 시작하는 책이다.
"동물 산업 곳곳에 장애화된 몸이 있다. 또한 동물과 장애인이 억압당하는 방식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동물과 장애를 둘러싼 억압이 서로 얽혀 있다면 해방의 길 역시 그렇지 않을까."
p.27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이곳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과 나의 해방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봅시다."
p.59-60
위의 두 문장은 이 책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이다.
'해방'이라는 단어, 그 해방이 서로 간에 연결되어 있음,
그리고 그것이 능력주의,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은, 성공한, 성공할 것 같은 특정 누군가가 아니라 그것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비인간, 동물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그러한 결코 끊어낼 수 없는 연결성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
그래서 나 혼자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에게 기대어 살아가고 있음과 그래서 모두를 소중히 해야 함을 아는 것.
그것이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해방의 의미인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대답하던 어느 날 그는 불현듯 이 질문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좋아한다는 그 '고래 퀴즈' 같은 것임을 깨달았다. 퀴즈는 이렇다.
"몸무게가 22톤인 향고래가 500킬로그램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먹고 여섯 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
질문을 받는 순간 눈알을 굴리며 계산기를 돌리기 시작한 사람들의 머릿속이 엉키기 시작할 즈음 정답이 발표된다.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
고래는 포유류라 알이 아닌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고래 퀴즈의 교훈은 이것이다.
"초점을 잘못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다. 핵심을 보아야 한다."
**'이 질문'은 채식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계속 채식의 이유를 묻는 것을 말함
p.141
초점. 나의 이해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자신의 관점을 깨 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껴보기도 하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교체도 하면서 관점을 넓히는 건 중요하다.
<동물 홀로코스트>를 읽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책이다.
"동물과의 관계에서 모든 사람들은 나치이다. 그 관계는 동물들에게는 영원한 트레블린카(유대인 처형 수용소)이다."
p.161
과격하다. 근데 사실이다.
언젠가 우리가 인간의 언어라는 틀에서 벗어나,
마치 영화 미키 17의 외계 생명체(영화에서는 그걸 동물이라고 부르지만,,)를 만나거나 동물의 언어를 해석하고 그들의 표현 방법을 찾게 된다면.
우리는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출근길 지하철이란 노동력을 이동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중요한 컨베이어벨트다. 컨베이어벨트 위의 인간은 걸림돌을 치우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그 레일에서 가장 먼저 치워진 자들의 이름이 바로 장애인이다. 지하철 시위 때문에 갈등이 심해진 게 아니다. 지하철 시위가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억압을 생생하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p.170
이반 일리치의 글이 생각나는 문장이다.
한 30쪽 정도 읽다가 깜빡? 하고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인데.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라는 책이 있다. 그림자 노동이라는 책도 있다(이건 읽었다)
이반 일리치는 저서에서 탈학교화를 주장하는데,
학교가 사람들을 '학교화'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더 넓은 기회와 가치가 표준화되어 버리고
수업을 배움으로, 학년 진급을 교육으로, 졸업장을 능력의 증거로 인식하는 현상이 생긴다. 대개의 경우 거기서 벗어나면 안 되고 벗어날 수 없다.
음,, 아무튼 생각이 났다. 위의 문장과 맥락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얼굴에서 짐승이 보이면 전쟁이나 학살이라고 부를 텐데, 짐승의 얼굴에서 인간이 보이면 그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p.219
농업혁명의 일부로서 인간 진보의 핵심이라고 여겨졌던 가축화의 디테일을 아는 건 매우 중요하다. 차별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동물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이 사회의 토대가 되고 자연적 질서로 인식되면서 어떤 폭력과 무자비함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면 동물뿐 아니라 인간까지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루게 된다. 바로 인간 노예제이다. 노예제는 동물을 예속화하는 가축화가 인간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이 책(동물 홀로코스트)은 말한다.
p.229
어떤 앎은 나에게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고 어떤 앎은 내가 쌓아온 세계를 한 방에 무너뜨린다. 전자는 나를 성장시키고 후자는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p.243
전자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앎이다.
후자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앎이다.
세계를 무너뜨리고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는 것은
안정성의 신화를 신봉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불안정하고 위험해 보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