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픔은 나의 약국에서는 나을 수 없어요."
이번 편지는
슈프레발트의 강 위에서
당신을 치료하고,
다시 약사로서
타인을 치료하는
엘리
당신에게 적을게요.
뤼베나우의 도시를 둘러보다 Spreewald(슈프레발트) 그리고 Kahnfahrten(나룻배 터)라는 이정표를 발견했습니다. 이젠 정말 슈프레발트를 만날 시간이 다 왔나 봐요.
당신이 알려주었듯, 슈프레발트는 정말 덥고 습했어요. 그게 오이피클이 특산품인 이유라면서요.
많은 오이피클이 여행자의 발을 잡지만, 이걸 이겨내고 당신을 만나는 순간을 잡았습니다.
슈프레발트는 전 지역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록되어, 오로지 나룻배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사실, 좋은 모터보트나 다른 이동수단이 있어도 캡틴을 만날 기회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저 또한, 캡틴이 운전하는 나룻배 투어를 기다리며 잠시 앉았습니다.
그 순간, 엘리 당신이 옆에 앉네요. 그리고 꽤 능숙한 영어로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동양인 여행자는 꽤 오랜만에 봐요."
"그러게, 이 좋은 곳을 왜 그렇게 감추어 두셨어요."
대화를 이어나가던 우리에게 캡틴이 배에 오르라고 손짓하네요.
이렇게 우리가 보낸 강 위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배에 오르자마자 당신은 익숙하게 뱃머리로 향했습니다. 그러고는 품에 끌어안고 있던 노란 꽃과 재떨이를 조심스레 올려두었죠.
제가 물었습니다.
"담배를 피우시나 봐요."
"저 말고 저희 남편이 담배를 좋아했어요."
당신은 그렇게 2년 전 떠난 배우자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이 나룻배 위에서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받았어요. 그때도 참 예쁜 꽃을 받았거든요."
"저랑 남편은 여기 슈프레발트에서 10년 동안 같이 약국을 했는데, 재작년 남편이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저는 아직도 약사예요.
저희 약국에서 사람을 치료하죠.
그런데,
제가 가진 아픔은
저희 약국에서는 나을 수 없어요.
당신과 당신의 남편 이야기를 들은 저는 사랑을 고민해요.
저는 늘 이별이 있는 사랑을 경험했어요.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은 채도가 높은 꽃잎을 갖지만, 결국은 이별이라는 끝을 감춰두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이별했지만 사랑을 하네요.
아니 어쩌면 이별이 사랑의 끝이 아닌 것일까요?
나룻배가 휴게소에 도착해서야 저는 고민하던 미간을 풀었어요.
그러고는 당신에게 작은 샌드위치를 선물하며 꽤 어려운 질문을 합니다.
"엘리, 당신이 아직 이 강가를 찾는 감정은 사랑인가요?"
그때의 저는
오늘과 내일을 사랑했지만,
남편이 떠난 지금은
어제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렇게 당신은, 슈프레발트에 흔치 않은 동양인 여행자에게 사랑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사랑을 고민하고 있지만, 당신 덕분에 한 가지 걱정이 없어요.
이별을 만난 사랑이지만, 사랑을 했던 어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렇게 당신과의 강가 위 대화를 마쳤습니다.
아참, 당신이 마지막에 했던 말을 기억하나요?
"Jauney, 다음에는 발이 시릴 만큼 추운 겨울에 와. 꽁꽁 언 강가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자."
저는 아직도 그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날에는 제가 꽃을 조금 준비할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