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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상담

1년을 되돌아보는 교단일기 13화

by 정감있는 그녀 Mar 02. 2025




"선생님, 상담할 내용이 있는데 통화되실까요?"



우리 반 P 어머니께서 상담을 요청해 오셨다. P 조용하지만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학교 생활을 모범적으로 하는 친구다. 사실 얼마 전부터 P가 속한 그룹이 조금 신경 쓰였다. 4명의 친구가 서로 어울렸는데, 유독 한 친구에게 다들 잘 보이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학년 때와 다르게 중학년 여학생들부터는 그룹을 만들어서 우리끼리, 우리만의 관계를 만든다. 그 그룹에서 잘 지내면 좋지만, 한 명이 권력을 잡고 다른 친구들이 눈치를 보게 되는 미묘한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 P가 속한 그룹에서 그 모습이 관찰되었다.



"어머니, 무슨 일이실까요?"

"네, 선생님. P가 A로 인해 많이 힘들어해서 연락드렸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상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1. 1학기에는 잘 친하게 지냈다.

2. 2학기 들어서 아이들이 방과 후나 저녁 시간에 따로 시간을 보냈다.

3. P 어머니께서는 따로 아이들끼리만 밖에서 만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P를 내보내지 않았다.

4. 그다음부터 미묘하게 따돌리는 듯한 말을 했다고 한다.

5. "넌 몰라도 돼." " 넌 왜 이렇게 답답해!" 등 상처 주는 말을 했다고 한다.

6. P 어머니께서는 상처를 주는 친구와 거리를 두고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을 하셨다고 한다.

7. 그러자 A가 와서 "너 왜 다른 애들이랑 놀아?" "네가 먼저 우리 피한 거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며 P는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집에서 공부하면서도 딴생각을 많이 하고, 표정도 좋지 않아 보인다고 하셨다. 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좀 더 지켜보려고 했으나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해서 전화를 하셨다고 차분한 말투로 이야기하셨다.



P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한다. 선생님께 알리는 것도 꺼렸다고 한다. 대놓고 따돌리는 것이 아니고 느낌이 싸하게 미묘하게 상처 주는 상황을 어른에게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여자라면 안다.

그 상황이 쌓이면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지, 그리고 내 자존감도 깎여나간다는 것을.



"어머니, 어떤 상황인지 알겠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관찰해 보니 조금 미묘하게 아이들 관계가 변했더라고요. 살펴보고 있었지만 제가 보지 못하는 부분에서 P가 많이 힘들었네요. 이렇게 연락 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동안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며 어머니의 마음도 좋지 않으셨을 텐데, 거듭 이런 일로 전화드려 죄송하다고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일이라뇨. 이런 일은 꼭 전화 주셔야 하는 문제입니다. 잘 말씀하셨어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P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조금이라도 상황을 나아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고학년을 맡을 때면 한 달에 1~2번 꼭 했던 쪽지상담이 떠올랐다.



쪽지 상담은 요 근래 힘든 일이나 고민, 친구 관계에 대해서 교사에게 쪽지로 전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이 쪽지상담의 장점은 조기에 학급 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과 쪽지상담으로 언제든 자신의 언행이 밝혀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문제 행동을 수정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께 쪽지상담에 대해서 이야기드리고, 개인 상담도 따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학교에서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한 후 쪽지상담을 실시했다.

남자아이들은 '없음'을 쓰고 일찍부터 누워있는데, 여자 아이들은 고민하며 쓰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쪽지상담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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