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단어]끊다

by 정감있는 그녀


끊다

: 하던 일을 하지 않게 하거나 멈추게 하다.


떼쓰는 둘째 아이의 모습

익숙한 무언가를 끊는다는 것, 참 힘든 일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더 끊기 어렵.

저는 믹스커피를 정말 좋아합니다. 건강을 위해 끊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니다. 믹스커피가 주는 달콤 쌉싸름한 맛과 향을 체할만할 것을 찾지 못했거든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와 엄마에게 익숙한 일을 끊어야 할 때가 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수유니다.

저는 아이 둘 다 모유 수유를 했니다. 돌 때쯤 모유 수유를 중단하기 위해 가슴에 밴드를 붙이고 그 위에 곰돌이를 그렸니다. 아이가 먹고 싶을 때 밴드를 보여주며 곰돌이에게 양보해 주자고 우리는 이제 밥을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말도 안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두 아이 모두 이 방법으로 엄마 젖과 이별할 수 있었니다.

처음에는 울기도 하고 반발도 있었니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 젖과 빠이빠이하고 밥을 먹어야 하는 거야.”라고 일관적으로 알려주었니다. 하루 이틀 찾더니 그다음부터는 찾지 않군요. 너무 신기했습니다. 무사히 수유를 끊은 아이는 밥과 우유에 적응해서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수유를 끊으면서 아이는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 들었니다. 엄마를 벗어나 탐색하는 범위가 늘었고 잠도 잘 잤니다. 엄마 가슴을 찾는 아이가 짠해 보이고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니다. 아이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던 수유 행위를 끊는 게 엄마에게도 허전함을 가져다주었으니까요.

작물마다 심는 시기가 있니다. 당근은 3월과 7월에 심고, 김장 배추는 8월쯤 심니다. 제 시기에 심으면 맛도 좋고 튼실한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니다. 작물처럼 아이에게도 때가 있는 것 같니다. 적절한 시기에 씨앗을 심어야 하듯이 아이도 때에 맞춰 새로운 것을 심어주고 적응시켜줘야 니다. 그래서 엄마는 허전한 마음을 꾹 누르고 아이가 성장할 수 있게 와줘야 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생각하면 익숙한 것과 이별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적응하는 일의 연속이었니다.

익숙한 빠는 행위를 끊고 씹어 넘겨야 하는 밥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쌀 수 있는 기저귀와 이별하고 구멍 뚫린 이상하게 생긴 변기와 친해져야 죠. 엄마 품이나 유모차에서 따뜻하고 편하게 이동했다면 어느 순간 내 두 발로 수천 번 넘어지면서 걸어야 니다. 엄마가 없어도 애착 인형과 함께 잠을 자야 하고 애착 인형 또한 때가 되면 놓아주야 합니다.

예전에 TV프로그램에 6살인 아이가 엄마 젖을 먹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솔직한 말로 는 기괴스러운 느낌이 들었니다. 엄마 젖을 먹고 있는 아기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니다. 하지만 다 큰 아이가 젖을 먹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 너무 불편더군요.

친구도 아들이 기저귀를 떼지 못해 고생을 했었니다. 아이 입장에서 구멍이 뚫린 변기는 빠질 것 같은 무서움이 니다. 친구 아들도 그 무서움이 컸는지 변기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똥을 참다가 변비에 걸렸고, 변기에 싸지 못하고 6살이 되도록 기저귀에 대변을 봤다고 합니다.

아이가 크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을 과감하게 끊고 새로운 것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익숙한 것을 잘 버리지 못니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친구일수록 더 힘이 죠. 하지만 끊어야 할 것을 끊지 못하면 아이는 성장하지 못하고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돌아오게 니다. TV 프로그램 속 아이처럼.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힘들어해도 끊어야 할 시기에 끊을 수 있도록 단호해질 필요가 있니다. 이 결핍과 좌절을 겪어내며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말니다.

는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미리 알려주는 방법을 썼니다.

“언젠가는 기저귀를 떼고 누나처럼 팬티를 입게 될 거야.”

“지금은 엄마, 아빠와 자지만 언젠가는 너 방에서 혼자 자야 하는 거야.”

“나중에는 스스로 씻어야 해. 엄마가 옆에서 봐줄 테니 한 번 연습해 보자.”

이렇게 예고를 하고 조금씩 연습을 했니다. 갑자기 닥쳐오는 게 아니라 아이들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말입니다.

아이는 익숙하지만 지금 내 나이와 맞지 않는 행동과 이별해야 니다.

어색하지만 새로운 일을 만나 적응도 해야 하죠.

잘 끊고 잘 맺기.

단순하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말이에요. 하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아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잘 끊고 맺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우선 저는 건강을 위해 믹스커피부터 줄여야겠니다. 끊겠다는 말은 도저히 안 나네요.

역시 끊는다는 건 참 어운 일입니다.



끊다

: 아이 성장을 위한 아름다운 이별



추가글:

나를 불안하게 하는 다른 엄마와의 만남을 끊으면 좋겠니다. 아이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만나기보다 나에게 편하고 좋은 사람과 만나기를 바니다. 그 사람이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를 키우면 너무 복 받은 니다. 그렇지 않다 해도 육아에 지친 내 마음이 쉴 수 있는 만남이기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끊고 잘 맺기. 엄마에게도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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