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적정 수면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4~5시간만 자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8시간은 자야 컨디션이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잠이 많은 사람입니다. 8시간은 기본이며 주말에는 12시간 가까이 잠을 잤습니다. 오래 누워있으면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그 말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누워 있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육아는 잠이 부족한 삶을 안겨주었습니다. 잠부족은 임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볼록 나온 배로 인해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특히 둘째는 남자아이여서 그런지 갈비뼈를 자주 눌렀고 장어처럼 꿈틀대서 밤에 자주 깼었습니다.
아이를 낳은 후 자세는 편히 잘 수 있었으나 수유로 인해 2~3시간마다 깨야 했습니다. 밤중 수유 없이 내리 자는 시기가 오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는 주기적으로 잠에서 깼습니다.
원더윅스라는 말을 아시나요? 엄마가 되면 새롭게 알게 되는 단어입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급성장하는 시기를 뜻하는 말이나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자주 보채고 잠을 자지 못해 힘든 시기죠.
원더윅스 시기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아이가 성장할 때마다 밤에 자주 깨고 보챘습니다. 이가 난다던가 뒤집으려고 한다던가 기기 시작했다던가 아이가 성장할 때마다 어찌나 힘들게 하던지. 아이의 성장은 기쁜 일이지만 저는 잠이 고팠던 시절이었습니다.
성장 시기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잠을 못 이룹니다. 열을 체크하고 해열제를 먹이고 차가운 손수건을 이마에 대주면서 아이가 괜찮은지 살펴봅니다. 밤새 아이를 돌보느라 쪽잠을 자게 되는 겁니다.
첫째 아이가 2살쯤 되었을 때 갑자기 머리가 빙그르르 돌면서 앉아있기도 힘든 적이 있었습니다. 이석증이 온 것이었습니다. 이석증은 귀 안에 균형을 잡아주는 돌이 빠져 어지럼증을 느끼는 병입니다. 갑자기 찾아오는 이석증의 경우 스트레스와 잠부족이 원인일 때가 많다고 합니다.
잠이 많았던 사람이라 잠이 부족한 일상에 힘이 부쳤던것 같습니다.아이도 아이지만 내 몸을 돌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계기가 되었죠. 그래서 아이가 잘 때 쓰러지듯 같이 잠들었습니다. 내 시간도 없고 남편과의 대화도 부족했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습니다. 점점 잠이 부족한 일상에 적응이 되었습니다.어느 순간 아이가잠들어도같이 자지 않았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에서 온전한 내 시간은 아이가 잘 때였으니까요. 그래서 잠을 자기가 아까웠습니다. 이 황금 같은 시간을 잠으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엄마가 옆에 없으면 귀신같이 알고 잠에서 깨는 아이였기에 조용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습니다. 자는 아이 옆에서 웹소설과 웹툰을 참 많이도 봤습니다. 요일마다 마음에 드는 웹툰작품이 생겼고 결제까지 하면서 웹소설을 읽었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지금도 저의 소소한 취미는 웹툰 보기입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웹툰을 보고 있는내 모습을 남편이한심하게 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웹툰을 보기 시작한 시점과 이유를 안다면 그리 보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전꽤 떳떳하게 이 취미활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이가커 가면서 엄마는 더 이상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됩니다.아이는 혼자서 잠들 수 있고 깨지 않고 푹 잘 잡니다.하지만 여전히 저는 잠이 부족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삶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항상 부족합니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잠든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시간에 움직여야 합니다. 그 시간에는 조용히 내 마음을 살펴보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독서나 글쓰기를 할 때도 있고 웹툰을 볼 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을 때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요구나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엄마의 삶을 살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 내킬 때 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꾸 잠을 줄이게 됩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요.
내가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이고 맘껏 내 시간을 누릴 수 있을 때, 그때가 되면 다시 잠을 푹 오랫동안 자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