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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Aug 12. 2024

[엄마의 단어]독립

독립

: 다른 것에 예속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되는 것




결혼과 연애는 참 다릅니다. 한 사람과의 만남인 연애와 다르게 결혼은 가족 간의 만남으로 새로운 역할과 의무를 줍니다. 아내와 며느리라는 역할에 적응하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래도 부모님을 벗어나서 하는 새로운 생활이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진짜 독립을 이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의 중요한 문제를 모님이 아닌 남편과 의논하고 결정하는 경험은 가 어른으로 성장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신혼이 언제 까지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아이 낳기 전까지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낳고 정신없이 육아를 하다 보면 남편은 사랑하는 남자라기보다 육아동지로 느껴니다. 다정한 스킨십이라도 할라 그러면 "가족끼리 이러는 거 아냐."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육아 동지가 있다 하더라도 육아는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육체적 피로와 함께 반복되는 일상. 분명 하루 종일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데 뭐 한 게 없는 것 같은 느낌.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그래서 불안하고 우울해지고 육아는 딱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부모란 무엇인지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했습니다. 부모가 되기 전에 생각하고 남편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야 했는데 말이죠. 막연히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도록 길러야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육아라는 세계에서 잘 지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열심히 찾아 읽었습니다. 육아서뿐만 아니라 철학책과 심리학책도 읽었습니다.


여러 책을 읽다 보면 내용이 겹치는 부분많았습니다. 특히 육아의 목표를 비슷하게 말하더군요. '독립'이라고 말이죠. 아이를 기르는 것만 생각했지 기르는 이유나 목표를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목표를 알게 되니 육아의 방향이 세워지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 육아서에서 나왔던 비유가 참 와닿았습니다. 인생을 바다로, 가정을 배로 비유하여 육아의 목표를 설명하더군요. 인생이라는 바다를 건너기 위해 부모는 필요한 기술을 아이에게 가르쳐줘야 합니다. 자신의 배를 충분히 몰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아이는 부모의 배에서 벗어나 자신의 배로 바다를 건너가야 한다고 니다.


바다는 잔잔할 때도 있지만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있습니다. 그런 바다를 스스로 항해하기 위해서 항해술도 필요하지만 저는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금방 포기하고 고통을 참지 못한다면 인생의 바다에서 배는 전복되고 말겠죠.


아이의 독립을 위해서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과 바른 행동도 가르쳐야 하고 흔들리지 않는 멘탈까지 길러줘야 합니다. 듣기만 했을 때 너무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이를 기르고 있는 지금도 참 어렵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고 키웠던 아이를 내 품 밖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얼마 전 부모 없이 딸아이 혼자서 2박 3일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씩씩하게 다녀온다는 아이가 기특했습니다. 첫째가 없을 때 둘째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좀 더 여유로워질 주말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딸아이가 없는 시간 동안 얼마나 허전했는지 모릅니다. 분명히 떠나보낼 때는 설렘이 가득했는데 막상 보내고 나니 허전함이 밀려오더군요. 독립이라는 게 아 준비도 필요하지만 부모도 준비가 되어야 하는구나를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과연 저는 아이가 독립하는 순간에 잘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아이는 제 때 독립을 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먼 일이지만 그 순간이 왔을 때 웃으며 믿어주며 아이를 독립시켜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배로 건너간 아이의 뒷모습을 응원하며 인생의 바다를 멋지게 항해할 내 아이를 기대해 봅니다.




독립

: 육아의 목표

: 아이도 부모도 준비가 되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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