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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Aug 14. 2024

[엄마의 단어]입학

입학

:학생이 되어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감.



작가 소개에도 썼듯이 저는 17년 차 초등교사입니다. 초등학교가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더군요. 초등학교 시스템과 교육과정, 학급 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도 아이의 입학 긴장 되었습니다.


학교는 유치원, 어린이집과는 많이 다릅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보육 위주에 교육이 살짝 얹힌 거라면 학교는 교육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도 많이 다릅니다. 놀이와 활동 위주로 가르친 유치원과 다르게 학교는 교과서를 이용해 앉아서 하는 활동주를 이룹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더 그렇죠.


아이 유치원과 달라진 환경에 긴장감을 느낍니다. 40분 수업시간과 10분 쉬는 시간이라는 학교 시스템에 적응해야 합니다. 화장실을 수시로 갔던 유치원과 다르게 가능하면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도록 노력해야 하죠. 그리고 자리에 진득이 앉아서 자신의 활동을 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유치원과 크게 다른 부분입니다. 학교 생활의 딱딱함을 알기에 우리 아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학부모님의 불안 길 수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집에서 가만히 못 있고 까불고 있는 내 아이를 보면 '학교에 가서 잘하려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기더군요.


전반적인 학교 생활이 낯설게 느껴지나 의외로 가장 어렵고 낯선 부분이 바로 선생님입니다. 아이도 학부모님도 초등학교 선생님은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아이는 유치원 선생님보다 더 무뚝뚝하고 무섭다고 느낍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학부모님에게 연락을 자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가 잘 지내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함을 느낍니다.  또한 유치원 때 자주 받았던 피드백에 익숙해져서 아이 소식이 궁금해졌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죠.


워킹맘으로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정규 수업을 마친 후 아이의 오후 일정이었습니다. 온종일 돌봐줬던 유치원이 그리워졌습니다. 아이들은 수업을 마친 후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를 가거나 엄마 퇴근 시간까지 학원을 돌게 됩니다. 돌봄 교실에 못 들어가면 일이 더 복잡해집니다. 방과 후는 요일마다 과목이 달라지고 장소도 1학년 아이가 찾아가기 어렵습니다. 또 많은 학원을 다니면서 아이는 지치게 됩니다. 학교 생활이 힘들다기보다는 오후에 안정적으로 생활하지 못하는 점이 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입학하기 전 2월과 막 입학한 3월이 가장 걱정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우려와 불안은 점점 낮아졌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잘 다니니까요. 아이는 부모의 걱정보다 잘 적응하고 부모의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하지만 긴장을 하며 다녔는지 3월이 다 지나갈 무렵 아이는 몸이 아팠습니다. 의외로 이런 아이들이 많습니다. 도 학교생활을 잘하고 싶어서 무리를 하 봅니다.


그러나 아픈 만큼 성장했습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더 씩씩해지고 의젓해졌습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나를 조절해 가면서 아이는 제법 학생다워졌습니다. 1학년 2학기쯤 되면 부모도 한시름 놓게 됩니다. 새로운 시작에 부모도 아이도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가 이제 편안하게 지켜보게 되죠.


초등 시기가 지나고 중학교 들어갈 때쯤 또 긴장과 설렘으로 아이를 바라볼 것입니다. 아이의 새로운 시작이니까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아이가 잘 해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변치 않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기보다 아이가 잘 해낼 거라고 믿어주고 여유 있게 지켜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믿어주는 만큼 아이는 성장하고, 또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니까요. 





입학

: 아이의 새로운 시작에 긴장과 설렘이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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