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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Aug 16. 2024

[엄마의 단어] 여행


여행

: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제가 나이 들고 나서 제일 후회하는 게 뭔지 아시나요? 바로 여행니다. 젊었을 때, 홀몸일 때, 훌쩍 아무 때나 떠날 수 있을 때, 마음껏 다니지 못한 게 너무 아쉽습니다.


전 사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했습니다. 20대 시절, 여행보다는 친구들과 만나고 먹고 마시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살은 살대로 찌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남는 게 없는 활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친구 관계 영원하지 않더군요. 만남과 관계에 치중하기보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경험에 더 시간을 투자할걸 하고 후회가 됩니다.


그나마 기억에 남아 있는 게 대학 친구랑 같이 간 베트남 여행입니다. 친구와 저, 둘 다 여행 초짜라 패키지로 다녀오게 되었죠. 패키지여행 일정을 따라다니느라 무척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만 하면 장소를 옮겨서 이게 여행인지 끌려다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찍고 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같이 간 친구와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아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여행도 궁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경험이었습니다.


그 뒤로 누군가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가 무서웠습니다. 여행 가서 사이만 더 어색해져 올까 봐요.  실제로 베트남 같이 갔던 대학 친구랑 조금 어색해졌거든요. 여행은 아예 잘 맞거나 아니면 잘 모르는 사람과 가서 서로 예의 지키며 다니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혼자라도 씩씩하게 여기저기 다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여행하니 신혼여행이 떠오르네요. 한국 사람 없는 데로 간다고 '끄라비'로 던 신혼여행. 그때 '몰디브'를 갔었어야 했습니다. 하....! 이건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과거의 내 선택을 존중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신혼여행지를 왜 그곳으로 했는지 과거의 나에게 한숨 좀 날려줘야겠습니다.


저의 여행 스타일은 단연코 P였습니다.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날의 날씨와 상황, 내 컨디션 등을 고려해서 즉흥적으로 여행을 다니는 편이었죠.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서는 완전 J로 바뀌었습니다. 아이 차 오래 타지 않도록 동선을 짜야했고, 아이와 함께 갈 만한 곳을 검색하고 위치와 가격, 리뷰 등을 살펴봐야 했습니다. 아이 아플 수도 있으니 병원이나 약국 등도 가까이 있는지 알아보고, 편의점이나 마트 위치도 고려하여 숙소를 잡았습니다. 그뿐인가요. 아이 좋아할 만한 활동 위주로 여행을 짜게 됩니다. 부모의 선호도 따위는 없습니다. 아이 좋아할 만한. 이게 가장 큰 기준이 되어 여행 계획을 세웁니다.


여행 짐은 얼마나 많아지는지 모릅니다. 아이가 어리기라도 하면 기저귀, 분유, 이유식 등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짐이 너무 많아지면 게 될까요? 저는 제 옷을 빼게 되더군요. 예쁜 원피스 입고 여행지에서 사진 찍는  쉽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못하는 건 아닌데, 할 에너지가 없다고 할까요.  아 돌보느라 에너지를 다 써서 기분 내고 사진 찍고 그러지 했습니다. 


아이 어느 정도 큰 지금은 유아 시절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습니다. 부모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이 차에서 견디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있으면 이것저것 챙기고 신경 써야 할 게 많습니다. 한 끼 굶는 것도 잘 안됩니다.  배고프다고 자꾸 보채고, 힘들다고 짜증 부리고, 자기 물건은 안 챙기고. 10살과 7살인데도 이렇습니다.


엄마가 되니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닌 아이에게 맞춰진 여행을 하게 됩니다. 나의 힐링보다는 아이의 재미와 체험 위주로 가는 거죠. 아이 커 갈수록 나아지기는 하지만, 크면 더 이상 부모를 따라다니지 않겠죠? 그래도 가족과 여행 다니면서 10년 동안 합이 맞춰진 여행메이트가 생겼습니다. 바로 남편입니다. 그거 하나 건졌군요.


아! 한 가지 더 얻은 게 있네요. 즉흥형이었던 제가 계획을 세우고 실행는 능력이 길러졌다는 겁니다. 엄마가 되어 여행이 고달파졌지만 그래도 가족과 여행 갈 때가 제일 좋습니다. 조금만 더 크면 아이 가족 여행 안 간다고 할 것 같은데... 그럼 또 이 고생스러운 여행이 그리워지려나요?




여행

: 무조건 아이에게 맞추는 것

: p를 J화로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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