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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Aug 17. 2024

[엄마의 단어]담담하다


담담하다

: 차분하고 평온하다.

: 사사롭지 않고 객관적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가장 갖고 싶은 감정과 태도는 '담담하다'입니다. 저는 차분하고 평온한 호수같이 살고 싶습니다. 아마 현실이 그러지 못해서 더 로망이 된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면 내 밑바닥을 자주 봅니다. 내 한계까지 끌어내리는 아이의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말도 안 되는 걸로 떼쓰고 투정 부리고 드러누우면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고 그렇다고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아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엄마를 지치게 만듭니다.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죠.


평온한 호수가 웬 말입니까. 아이와 있을 때 제 마음은 파도가 치는 바다가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 '담담하다'라는 단어에 더 끌렸나 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저 담담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해도 차분하게 대답해줘야 합니다. 아이가 다치면  과하게 응하지 않고 차분한 태도로 살펴봐야 합니다. 엄마가 너무 걱정하거나 깜짝 놀라면 아이는 그때부터 울기 시작합니다.


아이 발달이 늦어도 담담하게 기다려주는  필요합니다. 너무 불안해하면 그 감정이 아이에게도 전이됩니다. 사사로운 감정을 뒤로 두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내 아이 문제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우니 더 필요한 태도지요.


아이가 난리를 피워도 담담한 태도로 지켜보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안절부절못하거나 어찌할 바를 모른다면 아이에게 휘둘리게 되니까요. 조금은 무관심하게 "네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나는 흔들리지 않아."라는 바위 위에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글로 쓰고 보니 말은 쉽네요. 저 담담한 태도 말이에요. 그런데 엄마 10년 차가 되었지만 담담한 태도가 잘 되지 않습니다. 고백하자면 담담하다의 '' 정도는 되려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의 나와 마흔이 된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인간으로서는 많이 담담해진 것 같습니다. 20대는 젊어서 그랬는지 저의 기질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참 감정적이고 요란스러웠습니다. 사랑도 불나방스타일이었고요.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지지고 볶고 싸웠습니다.


생각해 보 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도 담담한 태도가 컸습니다. 전 남친, 즉 현 남편은 무던하고 감정기복이 없는 사람입니다. 차분하고 평온한 성격이고, 갈등 상황에서도 선을 넘지 않고 후회할 만한 말을 하지 않았죠. 연애할 때는 재미가 없었으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엄청난 장점이 되더군요. 특히 남편은 제가 감정이 요동칠 때, 불안에 휩싸일 때 안정적으로 잡아줍니다.


"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야."

" 별 일 안 생길 것 같은데?"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고 후회하고 있을 때, 아이로 인해 불안감이 높아질 때, 남편은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담담하게 대해줍니다. 그게 위로가 되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죠. 그리고  육아를 해 나갈 힘을 얻습니다.


남편 덕분에 담담하다의 '' 정도는 하고 살고 있는 것 같네요. 서로를 닮아가는 부부사이. 저는 남편을 닮아 담담해졌는데 남편은 저를 닮아 감정이 풍부해졌습니다. 제가 아무리 싸움을 걸어도 선을 넘지 않았던 남편이 요새 아이들한테 하는 거 보면 감정 조절이 가끔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만큼 육아가 사람을 휘저어 놓는 거겠죠?


담담한 호수 같던 남편이 가끔 흙탕물이 되는 걸 보면 아이가 싸움의 고수인가 봅니다. 육아하면서 갖고 싶은 능력 1순위! 아이가 아무리 싸움을 걸어와도 평화적으로 물리칠 수 있는 초능력! 저는 담담너무너무 고 싶습니다.






담담하다

: 아이를 키울 때 갖고 싶은 1순위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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