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꾸준히 풀었더니 문제집 한 권이 끝났다. 2~3달 동안 노력한 아이에게 맛있는 거라도 사주고 싶었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이지만 끝냈을 때의 기분 좋음을 더 만끽하게 해주고 싶었달까.
우리 집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다. 이럴 때 기분 내라며 아이가 먹고 싶은 거 다 이야기하라고 했다. 딸이 먹고 싶어 하는 치킨, 피자, 쌀국수(딸이 좋아하는 음식) 등을 시켜서 먹었다. 누나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거라고 동생에게 이야기해 줬다.
"누나가 하기 싫은 날도 꾸준히 해서 문제집 한 권을 다 끝냈어. 그래서 이거 먹는 거야. 누나 진짜 멋지지?"
"누나, 고마워."
엄마의 치켜세움에 동생의 감사 인사에 첫째 딸은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가 곰탕이다. 곰탕을 먹으러 마트에 갔다가 마트 안에 있는 서점에도 들리게 되었다. 서점에 들러 새 문제집을 구경하는데 딸이 사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한 권 골라왔다.
"오. 그래! 책도 사줄게."
문제집 다 풀었다고 맛있는 것도 먹었는데 책까지 사준다고 하니 딸은 무척 행복해했다.
아이에게 보상을 주는 방법으로 용돈이 가장 흔하다. 용돈을 줘도 아이는 좋아했겠지만, 나는 돈이 아니라 더 가치 있는 것을 아이에게 주고 싶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나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말이다.
자연스럽게 생긴 문화지만 우리 집은 문제집을 다 풀면 2가지를 한다.
아이가 고른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간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른다.
아이가 먹고 싶은 음식으로 외식을 한다. 가족이 함께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낸다. 딸이 노력한 부분을 인정해 주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맙다는 말을 꼭 한다.
그리고 근처 서점에 들른다. 가서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른다. 가능하면 만화책은 고르지 않도록 했다. 읽고 싶은 책을 탐색하면서 새로 나온 책도 구경한다. 보상으로 책 선물을 해주니 좋은 점이 많다.
먼저, 책을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으로 구입하니 더 아껴 읽는다. 딸은 구입한 책들을 한 책장에 모아놓고 소중히 여긴다.
둘째, 책 고르는 눈이 생긴다. 도서관에서는 빌리는 거지만, 서점에서는 돈을 주고 사야 하기에 좋은 책으로 정말 읽고 싶은 책으로 고르려 한다.
셋째, 아이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책을 사기 위해 신중히 고르니 아이의 취향이 더 확실히 보인다. 딸은 추리물과 공포물을 좋아한다.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리즈는 관심이 적은 편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보다 판타지가 첨가된 내용을 좋아한다. <시간 고양이>, <스즈메의 문단속> 등 고학년 동화여도 판타지가 들어가면 잘 읽었다.
넷째,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란다.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독서하는 시간이 저절로 늘어간다. 다음엔 어떤 책을 살까 기대하며 문제집을 풀 때 힘을 내기도 한다. 독서를 통해 문해력이 향상되고 문제집을 풀 때 도움이 되고 또 책을 사서 독서를 하고,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한 권을 다 풀 때까지 짧게는 2달, 길게는 3달 정도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아예 외식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권을 끝까지 해낸 성취감, 가족의 감사 인사와 함께 하는 외식은 전혀 다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고심해서 산 책을 대하는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