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시절, H.O.T 이후로 아이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습니다. 배우를 종종 좋아했지만 그 역할이 좋았던 거라 오래가지는 않았죠. 대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좋아하는 가수는 오직 성시경뿐입니다.
몇 년 전 동학년 선생님들이 저 빼고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또래거나 저보다 언니들인데도 BTS 멤버를 좋아했고, 덕질도 열심히 하는 게 아닌가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아 이야기를 듣기만 했습니다. 노래를 좋아하거나 연기가 좋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잘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그랬던 저였는데...
제가 요즘 아이돌 한 명에 빠졌습니다.
사람 일은 이렇게 모릅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게 인생인 것 같아요.
제가 푹 빠진 아이돌은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중견 아이돌입니다. 나이는 30대 초반,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합니다. 무엇보다 초롱초롱한 눈빛과 무심한 눈빛을 동시에 가진 눈빛 매력남이에요. 중저음 목소리가 듣기 좋고, 웃을 때 하트 입술이 정말 예쁩니다.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상남자 면모를 가지고 있고, 진중한 멋이 있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죠.
외모가 빛이 나는데, 태도도 참 훌륭합니다. 처음에 이 친구 먹는 모습에 반했답니다. 정갈하게 손을 움직이고 입을 꾹 닫고 오물오물 씹는 모습이 단정해 보였어요. 제일 싫어하는 게 쩝쩝거리는 거라는 말에 요즘 제 식사 태도는 바뀌었습니다. 쩝쩝거리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천천히 식사하려고 노력합니다. 젓가락질이나 숟가락질도 차분하게 하려고 하고요.
저만의 덕질 형태랄까요?
좋은 모습을 배우고, 닮아가고 싶거든요.
알면 알수록 진국인 사람입니다. 자신만의 소신이 있고, 허세가없어요. 인생을 사는 원칙도 심플합니다.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그는 장바구니에 담겨 고민될 물건이라면 없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요. 물건을 필요한 만큼 사고, 중복되는 물건은 정리하는 등 주변 정리 또한 말끔하게 합니다.
요즘에는 이 사람 노래를 듣거나 영상을 보면서 휴식시간을 보냅니다. 얼마 전에팬과 함께 드라이브하는 영상을 보았어요. 비가 내리는 날,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그 팬이 어찌나 부럽던지...
'만약에 내가 옆자리에 앉았다면 어땠을까?'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너무 긴장돼서 숨도 제대로못쉴 것 같아요. 그러다가 옆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며제 눈에 최대한 담으려고 하겠죠? 손에 땀도 흠뻑 날 거고요.
맙소사! 생각만 해도 너무 좋네요!
결혼 10년 차 아줌마가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내가 이럴 줄이야. 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 감정이 싫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좋아요.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연예인 한 명으로 인해 제삶에 위로가 되고 기분 좋은 활력이 생깁니다.
만약에 그를 만난다면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나의 덕질은 당신을 닮아가는 거였습니다. 당신처럼 허영과 허세를 부리지 않고, 내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해 나갔어요. 부산스럽지 않고 정갈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난 당신을 닮아 더 좋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노래에서, 말에서, 행동에서 배우고 싶고 닮아가고 싶은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글쓰기로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 말처럼 그를 닮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만의 덕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