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딱 한 가지만 말할 수 있다면...
마들랜 5화: 20살의 나에게 쓰는 편지
있잖아.
나이가 든다고 막 엄청 어른이 되는 건 아니더라.
인생은 복잡해지고 문제와 고민은 어떻게든 날 찾아내서 괴롭히지. 나이를 먹어도 현명하게 어른스럽게 대처하지 못해서 가끔 내가 너무 어린애 같다는 생각도 해.
그렇지만... 한 가지!
20살의 너와 달라진 점이 있어.
그게 나를 살렸다고 표현하면 조금 오버일 수 있는데 그만큼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게 있단다.
뭔지 엄청 궁금하지?
기대가 클까 봐 미리 말하는데 뻔한 이야기야.
너도 들어봤을 이야기고.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거라 나도 겨우겨우 해낸 거거든?
그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었어.
김 빠졌지? 비웃는 소리도 들리는 거 같은데?
그런데 그 당시 네가 힘들어했던 모든 문제들의 답이 이거였다는걸... 20년이 지나 마흔이 되니 보이더라.
학창 시절에도 대학시절에도 인간관계가 어려웠지? 불안정했던 가정환경 속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기댔던 거 알아.
남자친구에게 아빠 같은 사랑을 원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원래의 너보다 더 무리하기도 했지.
더 웃어주고, 더 잘해주고, 더 맞춰주고.
인간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더라.
유효기간이 끝난 게 너 탓만은 아니야.
그냥 거기까지의 인연이었던 거야.
자책하지 말고, 모든 문제를 너 탓으로 생각하지도 마.
다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그냥 흘려보내길 바란다.
너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 꾸며진 너보다 있는 그대로의 네가 더 매력적이고 더 좋은 사람이야.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과 만나기에도 인생은 짧아.
그리고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을 타인에서 찾기란 참 어려운 일이야. 지금 사랑하는 남편이 있지만 그도 나를 다 이해해주지 못하지.
대신 내가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고 안아주면 되는 거였어.
너무 간단하게도 나 자신이 있었는데 자꾸만 밖을 보았던 거지. 내 안을 살폈어야 했는데.
너 자신을 사랑하렴. 있는 그대로.
네가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단단히 서 있을 때 좋은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너 옆에 있다 갈 거야.
그리고 외로움과 고독도 필요한 감정이란다. 잘못되거나 나쁜 감정이 아니야.
나중에 아이 낳으면 고독해지고 싶어서 안달이 나. 혼자 있고 싶어서 난리가 난단 말이지.
암튼 너는 더 단단해질 거고, 꽤 괜찮은 사람이 돼.
잘 이별하고 잘 만나면서 여러 인연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거야.
그 과정에서 너를 위해주는 사람, 그건 바로 너 자신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잘 해왔어.
애썼어. 20살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