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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Oct 02. 2024

나의 아주 작은 망치질

단단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일쯤 잘 이겨낼 거라고, 끄떡없을 거라고. 하지만 사실 나도 두렵다. 나도 무너질 때가 있다. 다만, 그 무너짐에 오래 잠식되면 나 자신을 잃을까 봐, 그저 묵묵히 일어서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넘어졌던 자리엔 흙먼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에겐 그 흙을 털어낼 새 옷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흙을 안고 다시 걸었다. 언젠가 이 먼지를 보며 힘들었던 그때를 웃어넘길 날이 오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걸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며 내 안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처음엔 바람에 날아갈 만큼 가벼웠던 문제들이, 어느덧 나를 짓누를 만큼 커져 있었다. 작은 돌덩이 같던 고난이 시간이 흐르며 거대한 바위가 되었고, 나는 그 아래 서서히 묻혀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깨달았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고. 그 바위를 부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엔 작은 망치질로는 바위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멈추지 않고 계속 두드리다 보니 바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 느린 속도였지만, 어느새 바위는 금이 가고 있었다.


내 작은 행동이 헛되지 않았다.


결국, 그 거대한 바위는 쪼개져 가루가 되어 내 발끝에 모였다. 나는 그 바위를 부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해냈다. 내가 단단하지 않아도, 내딛은 그 작은 걸음들은 그 무엇보다 단단했으니까.


빼앗긴 들에도 봄이 찾아왔는데, 하물며 내가 단단히 다져온 이 길 위에 봄이 오지 않을 리 없다. 찬란한 봄은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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