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을 덜어내야 새로운 것들이 들어온다
오랫동안 닫아 두었던 옷장을 열자, 지나간 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지 않는 옷들이 가득했다. '그때 나는 대체 무엇을 입고 다녔던 걸까?' 새삼스러운 의문이 들었다. 옷을 하나씩 꺼내며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버릴 것을 골라내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박스에 담긴 건 몇 장의 티셔츠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버림이 서툰 사람이었다.
물건을 버린다는 건 단순히 공간을 비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나 자신을 정리하는 일이다. 새롭게 채우기 위해선 비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과거에 얽매인다. 옷마다 깃든 추억들이 나를 붙잡았다.
거울 속 나는 나를 책망하듯 묘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다시 옷장을 열었다.
이건 그때 비싸게 샀었지.
이건 쉽게 구할 수 없던 한정판이었어.
자주 입던 옷이지만, 이제는 유행과 멀어졌군.
옷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들이 내 손을 붙잡았다.
그러나 나는 결심했다. 추억을 등지고, 옷들을 하나씩 박스에 담았다. 그러자 어느새 옷장엔 새로운 옷을 담을 자리가 생겼다.
옷을 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 깊이 쌓인 미련을 덜어내는 과정이다. 내가 붙잡고 있던 기억들이 내 심장과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무거운 추억들을 하나씩 떨쳐내자, 내 마음에도 여백이 생겼다. 그 여백은 새로운 감정과 생각이 들어올 준비를 마친 자리였다. 미련을 비우는 일이야말로, 더 나은 나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