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2일 차,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장모님, '굴' 먹으러 다시 나가볼까요?
파워 J지만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 여행은 항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별서방은 파워 J지만, 유연한 J다. 에즈빌리지 다음에 빌프랑슈흐메흐란 자그마한 소도시를 가려했지만, 택시가 잡히지 않아 다시 니스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인생 맛집 니스 Akoya에 한 번 더 갈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이런 상황 아래 이전 같았으면 니스에서 뭘로 하루를 채울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장모님 체력이 우리 같진 않을 것이기에 잠시 내려놓고 숙소에서 쉬었다가 다시 니스 해변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남프랑스 여행지 니스의 트램 따라 이어지는 메인거리. '또, 같은 곳에 가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두 번째인데 또 새롭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장모님도 마찬가지였을까? 같은 거리지만 익숙해졌다란 느낌이 들었지만, 또 낯선 이 기분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도착한 해변, 역시 청량감이 넘치는 니스 바닷가는 언제나 정답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이방인이 아니라 로컬처럼 이 도시를 즐기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바닷바람 맞으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뿐인데, '숨만 쉬어도 행복하다'란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나의 최애 니스 먹거리
Citron 슬러쉬
더위에 약한 별서방, 더운 니스 해변가로 이동하며 또다시 프랑스 Citron 슬러쉬를 구매했다. 시트론은 본래 아시아가 원산지인데, 프랑스에서 먹는 게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장모님과 아내는 역시 어제처럼 망고 젤라또를 하나씩 구매해서 해변가로 나갔다.
사실 그냥 레몬 슬러쉬일 수도 있는 시트론 슬러쉬. 햇볕이 뜨겁다 보니 또 다르고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상큼한 맛이 좋아 더위에 얼음이 녹아 신맛이 무뎌지기 전에 빠르게 그 상큼함을 들이켰다. 청량한 지중해 바닷가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음료 한잔, 이것이야 말로 이번 남프랑스 니스 여행에서 나의 최고의 음식이었다.
1일 차에는 해변 산책로 위에서 아래 해변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다시 방문하니 바닷가로 내려가서 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온 여행객들 사이로 들어가 본다.
니스 해변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지중해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 Beach Towel을 가져와서 빈자리에 펼치고 눕기만 하면 끝! 여름휴가철만 되면 형형색색 파라솔이 끝없이 펼쳐진 우리나라 백사장과는 다른 분위기다. 자리만 있으면 수건을 깔고 눕는 사람들. 그렇지만, 이 외에 바다를 즐기는 모습은 부산 해운대나 니스나 비슷한 것 같다.
그렇다고 니스 바닷가에 파라솔이 없는 게 아니다. 니스를 상징하는 흰색과 파란색 가로 스트라이프 모양의 파라솔이 펼쳐진 구역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처럼 역시 유료 구역이었다. 울타리를 가운데에 두고 확 다른 풍경이 흥미롭다.
언제 또 이렇게 지중해 바다 해변가에 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파도 속으로 들어갔다. 바지는 수영복 바지를 입고 왔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샌들을 신고 들어갔다. 어찌나 물이 차가운지 더위가 절로 가실 만큼 엄청 시원했던 바닷물이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감격스러웠을까?
별서방도 아내도 장모님도 바닷가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이었다. 염분의 찝찝함 때문에 한국에서는 여름철 바닷가에 잘 안 가고 물에도 거의 안 빠지는데, 니스에서는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니 찝찝한 게 아니라 오히려 개운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쉽지 않을 정도 충분히 니스 해변을 즐겼던 시간이었다. 이제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니스 굴(Oyster) 맛집을 찾아갈 차례이다.
그 시발점은 아침 꽃시장으로 유명한 해변가 뒤편에 있는 살레야마켓(Saleya Market)이다. 본래 식자재와 꽃을 파는 걸로 유명한데, 오후 늦은 시간이 되니 온통 기념품을 판매하는 시장 거리였다.
자고로 시장이라면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뭔가 차분했던 시장 분위기.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행 계획이 조금 틀어졌으면 어떠하랴! 이런 계획이 틀어지지 않았다면, 언제 또 이렇게 여유롭게 해변가와 구시가지를 돌아다닐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