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2일 차,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장모님, 오늘은 자그마한 소도시입니다!
아침부터 엑상프로방스에서 니스까지 TGV를 이동한 다음 걸어서 니스 해변과 캐슬힐 전망대까지 구경하니 니스 1일 차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프랑스 여행 대표 휴양 도시라서 그런지 해변을 비롯한 메인 거리는 밤늦게까지 시끌벅적했다.
앤틱한 것을 좋아하시는 장모님, 니스 2일 차 시작은 파리와는 다른 소소한 앤틱함이 가득한 니스 근교 여행 소도시 에즈(Eze)빌리지로 가보려고 한다.
사실 니스에서만 오래 머무르기엔 해변가 말고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이 없다. 그래서 이 도시를 거점으로 삼아 버스 혹은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로 근교 여행을 많이 떠나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에즈빌리지다.
깐느, 생폴드방스, 모나코 등 주변에 당일치골 다녀올 수 있는 다양한 도시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골목골목 프로방스 마을다운 앤틱함과 특별한 오션뷰를 볼 수 있는 유니크함이 있는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내게 있어 이번 여행은 장모님을 모시고 가기에 유럽에서 택시를 자주 이용했던 나름대로 럭셔리한 여행이었는데, 이번에도 픽업 택시 어플인 'Welcome Pick-up'을 이용해서 숙소에서 에즈빌리지까지 편안하게 이동했다.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생경하고 이국적인 모습의 마을, 얼른 이 매력적인 프로방스 마을을 구경하고 싶어 진다. 얼른 마을 속을 걸어보자.
장모님, 오르막길이니까
천천히 올라갈게요:)
에즈빌리지는 처음부터 최종 목적지 이국적인 선인장 정원까지 계속 오르막길의 연속이었다. 천천히 별서방은 장모님의 발걸음에 맞추다 보니 어느덧 첫 번째 프로방스 마을 여행 거점에 도착했다.
그곳은 '노트르담 드 라솜프 시옹 교회'. 마을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우뚝 솟아있는 시계탑이 있는 건물이 바로 그 교회였다. 교회 옆에는 묘지가 있었는데, 다른 곳과 연결됐나 싶었지만 이내 막 다른 길에 봉착하여 잠시 숨 돌릴 겸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파리, 니스 등 주요 프랑스 여행지에서 거대한 대성당을 위주로 보다가 소도시 교회를 보니 아주 소박했다. 별도 입장료는 없었고, 방문객들의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 소원초 옆에 기부함이 있어 우리도 기분 좋게 기부금을 내고 소원초를 켜고서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우리는 모두 '무교'다. 그런데, 무교라고 해서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니라 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교회에 가면 하나님께 사찰에 가면 부처님께 기도를 하곤 한다.
우리는 각자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기도를 마친 다음 우리는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며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별서방은 이번 프랑스 여행을 준비하며 모든 걸 계획하는 '파워 J'였기에 골목과 골목이 끊임없이 이어진 니스 근교 여행지 에즈빌리지 방문을 준비하며 길을 잃어버릴까봐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렇지만, 마을이 작아서 생각보다 골목길이 어렵지 않았고, 올라갈 때는 선인장 정원(Le Jardin Exotique) 표지판 화살표 방향을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No Problem이었다.
별서방, 여기 너무 내 스타일인데?
이번에도 별서방의 장모님 취향 저격은 성공적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프로방스 감성 가득한 마을을 누가 안 좋아할 수 있을까? 또한, 좁은 골목길 따라 앤틱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 역시 장모님 취향이었다.
어느 상점에서 마음에 드는 기념품 하나를 구매하고, 무료로 개방하는 소도시 갤러리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자그마한 동굴처럼 보이는 연결 통로가 보였다. 그리고 그곳을 통과하니 인생 오션뷰 Point, 마을 꼭대기 이국적인 선인장 정원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특이한 선인장들의 향연, 크기도 제 각각 형태도 제 각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에즈빌리지 마을 자체가 해안선 고지대에 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이 많은 선인장을 옮겨 심어 정원으로 가꿨을까? 작은 선인장뿐만 아니라 큰 선인장도 많고, 바위 틈새에 많이 심어져 있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남프랑스 지중해 오션뷰'였다. 이국적인 선인장 사이로 마을 건축물 주황색 지붕이 보이며 그 아래에는 바다와 해안선 그리고 유유히 운항하고 있는 요트까지 보였다.
그야말로 "니스 바다는 어땠어?"라고 물어본다면 아무 말 없이 이 몇 장의 사진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였던 감동적인 순간. 그곳에서 아내와 나와 장모님 모두 순간 얼음이 됐다. 이번 3인방 프랑스 여행에서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일정에 따른 여러 가지 니스 근교 여행 선택지가 있었는데, 만약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후회가 많이 남을 뻔했다. 그냥 벤치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만 보고 있어도 차오르는 행복함.
그런데, 고지대 해안 산악지대라서 그런지 날씨가 시시각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한참을 머무르다 날씨가 흐려지자 선인장 정원을 뒤로하고 내려왔다.
날씨는 흐렸다가 맑았다가를 반복했다. 멋진 오션뷰의 감동을 안고서 정원 근처에 있는 이름 모를 카페에 앉아 잠시 쉬었다. 여기는 아무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잔을 해도 주변 풍경이 예술 그 자체였다.
그렇게 잠시 쉬었다가 내려가면서 올라올 때 들르지 못한 상점 구경도 해보고 이 마을에서 머무르는 순간순간이 행복이었다. 여기는 정말 다시 재방문하여도 감동적일 것 같다.
이제 다음 행선지로 이동할 시간이다. 본래 다음 여행지는 빌프랑슈흐메흐 지역에 있는 로스차일드가 별장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에즈빌리지가 너무 외지라서 볼트 앱으로도 택시가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히 올라올 때는 입구 근처에 택시 몇 대가 있었는데, 다 어디 갔을까?
돌아가는 버스도 한참 뒤에 와서 결국 여행 계획을 수정하여 다시 니스로 복귀했다. 그나마 택시가 잡힌 게 다행이었다. 별서방은 파워 J지만, 유연한 J다. 그래서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시내 쇼핑몰도 들르고 계획에는 없었던 구시가지 지역을 가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