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3일 차,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니스 여행, 마지막 3일 차
시장은 '꽃시장'입니다!
프랑스 니스에서 해변, 바닷가 말고 또 유명한 게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이 도시를 대표하는 화가 '샤갈, 마티스 미술관'이 있다. 그런데, 화가 말고 또 유명한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프로방스 지역을 대표하는 꽃시장 살레야마켓(Marché Cours Saleya). 해변가 표지판에 꽃시장이라고 표기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시장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꽃시장은 새벽 시간에 문을 여는데, 대체적으로 프로방스 지역의 꽃시장은 오전 8시쯤 방문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 이른 아침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마지막 날 여정을 시작했다.
살레야마켓의 위치는 대략 니스 해변과 마세나 광장 중간 어디쯤 구시가지 가는 길목에 있다. 꽃을 사랑하는 아내와 장모님은 드디어 꽃으로 유명한 아침 남프랑스 꽃시장에 방문한다는 사실에 엄청 들떠있는 표정이 보였다.
유달리 니스 여행 中 가장 아침 공기가 상쾌했던 날이었는데, 막상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살레야마켓에 도착하니 꽃시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문을 연 상점이 거의 없었다. "너무 일찍 왔나?", 이런 생각이 들어 다음 행선지인 니스 근교 여행지 앙티브로 향하는 기차 시간에 늦지 않게 잠시 해변에 앉아 기다려 보기로 한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아침 니스 바닷가, 청명한 지중해 바닷가를 바라보며 아침 수영을 즐기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 비치타월을 깔고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 나도 가까운 곳에 부산 바닷가가 있지만 왜 이런 감성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일까?
여기서 잠깐 Stop
그렇게 한가하게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시원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었던 공간에 싸한 느낌...! 해변가에 앉아 가벼운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와 장모님 사이에서 말다툼이 시작됐다.
중간에 끼어 있는 입장으로서 별서방은 난감했다. 서로에게 누적됐던 서운함 등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자 그것들은 점점 더 커져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족끼리 여행을 가면 꼭 싸운다고 하던데, 프랑스 니스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 되어서야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여러분은 가족 여행 가서 가족끼리 싸워 봤던 경험이 있나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역으로 물어보고 싶다. 내 입장에서는 장모님 말씀도 맞고, 아내의 말도 맞고 누구 하나 편들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파도 소리에도 묻히지 않았던 그날의 목소리. 따지고 보면 '가족이니까'란 생각 때문에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넘어갔던 부분이 많았기에 서로의 간극은 그 순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이럴 땐 빠지는 게 맞겠죠?
지금 우리 상황과는 다르게 주변에 모든 사람과 새들은 너무나도 평화롭다. 특히 해변가에 비스듬히 누워 신문을 읽고 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금세 또 다른 노인이 합류하고 처음 본 사이 같은데, 마치 친한 친구처럼 아침 바다에서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인들. 내 주변 공기는 싸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랑스 니스 여행에서 하나의 아이콘과 같은 순간 포착을 손에 꼽으라면 지금 이 장면을 이야기하고 싶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내와 장모님의 이야기는 어딘지 모를 끝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3자인 나는 이쯤에서 빠져보기로 한다. 이렇게 모녀간 서운한 감정이 터졌을 때, 분명히 내가 있어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을 터였다. 이 순간만큼은 앙티브까지 같이 여행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다시 니스 꽃시장 살레야마켓에 혼자 가보기로 한다.
여기 유명한 꽃시장 맞죠?
시간은 1시간 정도 흘러 오전 9시 무렵 니스 꽃시장 살레야마켓의 8월 모습이다. 원했던 프로방스의 풍요로운 느낌 나는 꽃시장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파리에서 봤던 로컬 시장과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꽃에 관심 없던 나도 다른 사람들이 업로드한 이미지를 보고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한여름인 8월은 꽃의 수확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문을 연 상점이 거의 없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해봤다. 이럴 거면 굳이 아침 이른 시간에 일어나 나올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그나마 문을 연 상점에서는 한국 꽃시장과 비교했을 때, 특출 나게 기억에 남는 꽃도 없었다. 나중에 다시 니스 여행을 와야 하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니스 꽃시장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다면 일단 그 기대는 접고 가벼운 마음으로 스치듯 지나가겠다는 생각으로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이제 앙티브(Antibes)로
이동할까요?
장모님과 아내, 두 여자의 상처는 아직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어느 정도 대화는 일단락이 되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가운데에서 두 여인의 손을 잡고 다음 행선지로 가는 것이었다! 앙티브행 기차 시간까지 아슬아슬했는데, 빠른 걸음으로 니스 중앙역까지 직진했다.
나중에 모든 여행이 끝나고 뒤돌아보니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한바탕 소나기를 통해서 모녀 사이지만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더욱 두 사이가 돈독해졌다. 이런 것을 보면 해외여행 와서 가족끼리 싸운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기차는 무사히 탑승 완료! 둘 사이의 공기는 아직 어색하지만, 만약 다툼으로 가지 않았으면 평생 후회했을 뻔한 아름다운 남프랑스 휴양지, 피카소의 도시 앙티브(Antibes)로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