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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Nov 04. 2024

니스 근교 살고 싶은 남프랑스 여행지, 앙티브

니스 3일 차,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소박한 남프랑스 소도시 앙티브역
프랑스 부자들의 휴양지를 상징하는 요트, 그리고 뒤편에 있는 '카레 요새'



니스에서 TGV로 15분이면
닿는 Antibes


사실 오전 니스 해변에서의 모녀 전쟁이 완벽하게 봉합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니스중앙역에서 예매한 고속열차 TGV 시간에 늦지는 않았다. 사실 샤갈의 무덤이 있다는 생폴드방스에 가고 싶었는데, 가는 방법이 상당히 번거로워져서 니스중앙역 뒤편에 있는 숙소 이점을 살리고자 피카소의 도시 앙티브(Antibes)로 갔다. 


사실 여행 동선을 생각해서 마지막에 여러 가지 선택지를 두고 결정했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렇지만, 엑상프로방스와 더불어 내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소도시 여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보통의 여행자들은 니스에서 앙티브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그렇지만, 별서방은 장모님을 모시고 가기에 가장 빠른 TGV를 타고 15분 만에 앙티브역에 도착했다. 옛날 우리나라 '간이역'이 생각날 정도로 자그마했던 기차역, 처음에는 뭔가 의심이 들었다. 과연 여기가 프랑스 찐부자들의 휴양지라고?


그런데, 그 생각은 금세 뒤바뀌었다. 니스 바닷가와는 또 다른 매력, 그리고 그 해안가 연안을 가득 채운 요트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숫자가 많았다. 또한, 요트 사이로 보이는 오랜 세월 지중해를 통해 침입하는 적들을 막아냈던 중세시대 성채 '카레 요새(Le Fort Carré)'. 비슷한 듯 또 다른 분위기의 별천지 같은 첫인상이었다.


여기서 장모님의 한 말씀, "별서방, 여기 완전 마음에 드는데?"



도시의 랜드마크, 대관람차
프랑스 휴양지 분위기에 젖어 더 맛있었던 브런치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니스에서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바로 앙티브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더니 허기짐이 느껴졌다. 다만, 오전 11시경이었기에 분위기 좋은 앙티브 번화가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한다.


브런치 식당까지 가는 길, 남프랑스 여행 니스 근교 앙티브 랜드마크 중의 하나인 대관람차(Esplanade du Pré des Pêcheurs)가 보인다. 관람차만 뚫어져라 보면 그저 오래된 철골 구조물이었지만, 새하얀 페인트 도색 때문에 특유의 휴양지 분위기와 찰떡인 대관람차였다.


그런데, 좀 오래되어 보여서 굳이 탑승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마치 한국으로 치면 울산광역시 중심부에 있는 롯데백화점 관람차처럼 아무도 태우지 않은 채 공회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은 오래된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는 점이다. 성곽을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옛 성문이 사람들의 출입문이 됐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피카소가 6개월 동안 살면서 사랑에 빠졌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번화가는 성문 안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거리, 이른 아침이지만 휴양을 즐기러 온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바캉스니까 1분 1초라도 더 이 순간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번화가 거리에 우리들이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점도 참 좋았던 부분이다. 이런 이방인이 된 기분, 너무 좋다.


음식도 딱 괜찮았다. 오믈렛과 클럽샌드위치, 그리고 잉글리쉬 브렉퍼스트까지. 아, 프렌치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잉글리쉬'를 먹었다. 영국식 아침 식사를 판매하는 것도 흥미로웠던 부분. 이제 배도 찼으니 발걸음을 또 재촉해 볼까?



앙티브 랜드마크 조각 작품 'Le Nomade'
오래된 성곽을 보며 해수욕을 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던 해변



와, 별서방 이거 진짜 크다...!


대관람차와 함께 남프랑스 앙티브 여행을 하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르 노마드(Le Nomade)'란 조형물이다. 이걸 보자마자 장모님도 감탄하고, 나도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건축물이 아니라 설치 미술 작품이 한 도시에 랜드마크가 되다니! 이것은 프랑스라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 크기가 엄청났는데, 사람키의 5배는 족히 되는 것 같았다. 다른 도시에 갔으면 이런 별구경을 못했겠지?




그런 다음에 다시 성곽을 따라 번화가 쪽으로 오는데, 그냥 문득 성곽 구멍 바깥으로는 무엇이 보이나 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Wow! 여기가 바로 니스 해변과 같은 앙티브 해변가구나!"


본래 바로 피카소미술관에 가려고 했는데, 이거 도저히 중세 성곽을 바라보며 지중해 해수욕을 안 하고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외국인은 거의 없었던 그야말로 프랑스 현지인들의 해변이었다. 이들 사이에 스며드니 나도 현지인이 된 것만 같았다.


해변의 이름은 '쁠라쥬 드 라 그하베뜨(Plage de la Gravette)'이다. 니스 해변에서는 왠지 모르게 물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혹시 몰라 챙겨 왔던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풍덩 물속에 뛰어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중해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물놀이를 했다.



[좌] 피카소 미술관 / [우] 너무 예뻤던 자그마한 개인 갤러리
오후 1시 무렵에도 활발했던 앙티브 전통시장
우연히 만난 프랑스 감성 뿜뿜 했던 현지 벼룩시장



미술관에 점심시간이 있다니


이미 다시 니스로 돌아가는 열차를 예약했기에 바다에서 놀만큼 놀고 바로 다음 행선지 '피카소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세잔의 아틀리에에서처럼 문제가 생겼다. 바로 점심 사간에는 문을 닫는 미술관이었기 때문이다.


이거는 진짜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였다. 문제는 점심시간 이후에 관람하고 역으로 가면 기차 시간에 늦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여기까지 왔지만,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겨본다. 계획에 없었던 지중해 물놀이와 피카소 미술관을 맞교환한 셈이 됐다.




그래도 막 미술관이 세잔의 아틀리에처럼 여행이 끝나고도 아른아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앙티브 전통시장과 벼룩시장이 너무나도 재밌었기 때문이다. 특히 니스와는 다르게 이것저것 전통시장에는 쇼핑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니스 기념품점보다 저렴하고 품질도 좋은 제품도 많아 여기서 기념품을 꽤 구매했다.


또한, 벼룩시장 구경도 상당히 재밌었는데, 이거야 말로 우연히 마주친 행운의 순간이었다. 오히려 미술관보다 더 나았다고 해야 할까? 앤티크를 사랑하는 장모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역시 장모님은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고 여기서 또 아이템을 몇 가지 구매하셨다. 어쩌다 보니 만족스러운 여행 코스가 되어버렸다.


대략 5~6시간 정도 머물렀던 니스 근교 남프랑스 소도시 여행지 앙티브. 니스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1박 정도는 숙박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엑상프로방스처럼 여운이 엄청 진하게 남은 도시 앙티브, 이제 장모님과 함께하는 프랑스 여행도 마지막 챕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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