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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담배에 관대했던 조지아 문화

알쓸신잡, 조지아

by 포그니pogni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을 경유하고 마침내 도착한 조지아 트빌리시 국제공항. 무사히 짐을 찾고, 환전과 막티(Magti) 유심 구매를 마치고 볼트 택시를 잡기 위해 실외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스멀스멀 어디서 익숙한 냄새가 공기 중에 느껴지더군요.


그렇습니다, 바로 담배 연기였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공항과 같은 공공시설이나 주요 도심지에서는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어느 정도 정착됐죠. 그렇지만, 조지아 공항의 경우 흡연구역이 있는 것과 별개로 야외니까 어디에서든 담배를 피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비흡연자분들에게는 약간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조지아 여행을 하면서 도시들 시골이든 거리 곳곳을 걷다 보면 재떨이가 딸려 있는 쓰레기통이 꽤 촘촘한 간격으로 비치되어 있어 야외라면 어디에서든 담배는 OK였습니다. 심지어 유적지 혹은 유명 관광지에서도 야외라면 쓰레기통이 근처에 있다면 담뱃불을 붙이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단, 실내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그런데, 중국인들은 실내에서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지난번 마카오 여행을 준비하며 숙소 예약을 할 때, 흡연객실/비흡연객실을 선택하는 옵션이 있었는데요. 그래도 조지아는 철저하게 실외에서 흡연을 하는 문화였습니다. 차량 내부에서도 흡연하는 기사 역시 한 번도 보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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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지기 시작하면
술을 권하는 조지아 사람들


이번에 조지아 여행을 하면서 중간중간 일일투어(Day Tour)를 신청하여 여행의 효율을 높였는데요. 특히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로 향하는 트루소밸리 프라이빗 일일투어를 하면서 가이드를 포함한 투어 참여자 및 운전기사와도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코스인 스테판츠민다 게르게티교회 일정을 마치고, 그렇게 무뚝뚝했던 조지아 기사가 갑자기 전통잔에 술을 가득 담아주면서 한 잔 하라고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지아 코냑인 홈메이드 차차(Chacha)를 가득 담아 Cheers를 하며, 친근감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아, 기사네 집에서 직접 양조했다는 차차는 최소 50도가 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엄청난 독주였습니다.


사실 조지아 사람들이 엄청 무뚝뚝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오래전 페르시아 제국 시절부터 시작하여 비교적 최근까지도 '침략의 역사'가 있어 이방인에게 차갑게 대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친해지면 그 누구보다 뜨겁고 따뜻한 민족이 조지아인인데요. 경계심이 풀리면 차차 혹은 와인을 권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서로 농담을 할 때에도 예전에 갓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처럼 '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늘 농담처럼 곁들였습니다. 그러다가 야외로 가서 함께 흡연도 하고 말이죠. 저도 술과 담배에 관대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경험했지만, 조지아는 그 어떤 나라보다 술과 담배에 관대했습니다.




저는 테라스를 좋아해서 일부러 테라스가 있는 숙소를 최대한 많이 예약했는데요. 처음 트빌리시에 도착하고 구시가지에 자리 잡은 숙소에 체크인을 마친 다음 테라스 창문을 열었는데요.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테라스 야외 테이블 한가운데 재떨이가 있었습니다.


즉, 실내가 아니면 흡연이 가능한 것은 숙소 역시 마찬가지였고 다른 지역의 숙소를 가더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외석이 있다면 어딜 가나 재떨이가 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조지아의 온천 휴양지 보르조미의 한 식당인데요. 거기서 주문한 하우스와인 한 잔입니다. 와, 와인 양이 보이시나요? 정말 와인마저도 가득 채워주는 인심이 끝내줬습니다.


술을 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처럼 웬만한 식당에서 병이 아닌 잔 와인을 주문해도 이렇게 가득 채워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술과 담배를 즐기는 여행객이라면 이런 현지 문화랑 딱이겠죠? 저는 흡연을 하지 않지만, 뭔가 옛날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바쁘게 대한민국 도시인의 삶을 살다가 이런 것 하나하나 모두 만족스러웠던 조지아 여행!


타임머신이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술과 담배에 관대했던 현지 문화와 도시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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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