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Tbilisi), 나리칼라 요새 外
트빌리시 여행 필수 코스,
케이블카 탑승
조지아 여행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방문했었던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을 뒤로하고 리케공원에서 나리칼라 요새로 가는 케이블카를 탑승하기 위해 천천히 도시 분위기를 느끼면서 걸어 내려왔습니다.
나리칼라 요새 자체는 공사 중이었지만, 도시 고지대에서 내려다보는 트빌리시 City View 전망이 무척 매력적인 곳입니다. 저는 동선 때문에 오전 시간대에 방문했지만, 해 질 무렵 방문하여 노을과 밤이 짙어진 다음 야경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아침부터 케이블카를 탑승하려는 대기가 길어 상당히 놀랐습니다. 저녁 시간대에 리케 공원을 산책하면서 둘러보니 더 줄이 길어져 있었는데요. 오픈런이 아니면 여름휴가철 케이블카 탑승에 30분 ~ 1시간 정도 대기는 예상하고 방문하는 게 좋습니다.
케이블카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트빌리시 교통카드가 필수인데요. 관광객이 워낙 많아 케이블카 입구 매표소에서도 교통카드를 판매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케이블카 금액에 놀랐는데요. 편도 기준 2.5GEL(약 1,250원)이었습니다. 5분 남짓 소요되는 케이블카 이동 시간이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쿠라강 중심 트빌리시 구시가지 전망은 조지아 여행의 설렘을 한층 돋워주기에는 안성맞춤이었죠.
그리고 도착한 상층부 나리칼라 요새 전망대 케이블카 정류장. 이곳에 하차하니 아래 도시 중심부와는 또 다른 별천지가 펼쳐졌습니다. 온천지구 중심 구시가지와 함께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나리칼라 요새에 입장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란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새에서 조지아 어머니상까지 가는 길목 어느 곳에서 잠시 멈춰 내려봐도 아름다운 전경이 있었기에 그 아쉬움을 삼킬 수 있었죠. 그리고 그 길에는 자그마한 상점가와 함께 독수리도 있어 천천히 흥미롭게 구경하며 걸어갔습니다.
참고로 조지아 어머니상은 랜드마크로써 한 손에는 검(외세의 침략에 맞서는 강인한 정신)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와인(외부인에 대한 환대)을 들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조지아의 민족성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까이에 가면 너무 커서 카메라 프레임에 담을 수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7월 말 트빌리시의 무더위였죠. 입국했던 전날 밤에는 그래도 바람이 많이 불어 엄청 덥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땡볕을 그대로 쬐면서 걷자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가까운 곳에 전망이 끝내준다는 카페 겸 식당이 있다고 해서 방문했습니다.
저기요, 앉아도 되는 거 맞죠?
그렇게 방문한 곳은 트빌리시 전망 좋은 카페 겸 레스토랑 Cafe 144 Stairs였습니다. 구글맵을 보니 12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걸로 되어 있었고요. 저는 11시 20분쯤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오픈하지 않은 티가 팍팍 나서 식당 내부로 들어가 'Excuse me'를 외치고 바깥에 앉아도 되냐고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YES'였습니다,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야외 테라스석의 매트를 직접 내리고 저도 지친 상태라서 일단 앉았습니다. 어차피 핸드폰 배터리도 많이 닳아 보조배터리로 충전할 시간도 필요했고 말이죠.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메뉴판도 가져오지 않는 게 이상했습니다. 분명히 바깥에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면서 음료라도 마시게 메뉴도 갖다 달라고 했는데 말이죠. 바깥에 사람이 앉아 있는데 1도 신경 쓰지 않는 식당의 모습이 당황스럽기까지 해서 다시 한번 메뉴를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습니다.
12시 정각이 되자 메뉴판을 들고
직원이 나타났습니다.
왠지 아까 물어봤던 사장님의 딸처럼 보이는 친구였는데요. 그제야 12시가 딱 되면 영업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테라스석 세팅하고 서빙하는 것은 사장님의 Job이 아니었기에 일단 기다리라고 했던 것이었고요.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사장님과 문화의 차이가 만든 하나의 에피소드였습니다. 바깥에 30분 넘게 앉아 있으니 슬슬 배가 고파오더라고요.
그래서 음료와 함께 메인 음식을 주문하려고 했는데요. '주방 준비 중이라 지금은 음료밖에 안 된다'란 답변을 들었습니다. 아, 영업시작 시간과 함께 주방 준비를 들어간다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뷰가 너무 좋아 음료를 마시고 점심은 내려가서 먹어야 지란 생각을 했죠.
그래도 현지 맥주인 카야키 맥주와 므츠바네 화이트 와인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사실 맥주 한 병을 먼저 시켰는데, 너무 더운 날씨 때문인지 너무 빠르게 꿀꺽꿀꺽 맥주를 마셔 아쉬운 마음에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더 주문한 것이었죠.
일단 영업시간이 시작되자 저의 먹는 양을 체크하는 속도는 무척 빨랐습니다. 맥주를 거의 다 마셔가자 바로 더 필요한 것은 없냐면서 물어보더라고요.
그렇게 화이트 와인을 절반쯤 마시고 이제 슬슬 갈 준비를 하려는데, 또 직원이 다가왔습니다.
"Kitchen is Ready."
언제 주방이 준비될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영업시간 시작 후 15분 정도만에 대략 세팅이 다 됐네요. 다른 식당에 가는 것도 귀찮아 결국 치즈와 버섯소스 가득한 미니 힌칼리를 주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에서와 다르게 이렇게 시간차로 3개의 메뉴를 순차적으로 시켜본 것은 또 처음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힌칼리와 맥주, 와인 모두 맛있었는데요. 11시 20분 무렵 입장해서 거의 오후 1시쯤 나왔습니다. 마치 유럽에서 코스 요리 식사를 마치고 나온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이번 조지아 여행의 키워드를 '느긋함'으로 잡았습니다. 그렇게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다 보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여유로움에서 찾아오는 경험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웬만하면 늘 효율성을 추구하고 빠름을 추구하는 여행자였기 때문이죠.
어디 관광지를 가지 않더라도 이렇게 느긋하게 카페에 2시간 가까이 앉아 맥주와 와인 그리고 현지 음식을 천천히 즐기는 것도 멋진 여행 방법 중에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멋진 전망과 함께 살가웠던 조지아 고양이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었겠죠.
조지아를 방문할 때는 조금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