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일 차,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오락가락 파리 7월 날씨
하루에도 수 십 번 오락가락했던 7월 프랑스 파리 여행 날씨. 정말 시시때때로 흐렸다가 비도 내렸다가 화창했다가를 반복했다. 파리시립현대미술관을 나왔을 땐 화창했고, 걸어서 샹젤리제 루이비통 매장 앞에 오니 비가 내릴 것처럼 먹구름이 꼈고, 다시 개선문 앞에 섰을 때는 화창했다.
내가 할 걱정은 아니겠지만, 올해 2024 파리 올림픽은 오픈형 경기장으로써 많은 종목을 야외 랜드마크에서 치른다고 하던데, 왠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샹젤리제 거리 매장에서 잠시 장모님과 아내와 쇼핑을 하고, 2일 차 파리 랜드마크 투어 마지막 행선지로 이동하려고 한다. 취소된 지베르니 모네의 집 투어 덕택에 대체 여행지로 선택된 몽마르뜨 언덕. 개선문 근처에서 볼트(Bolt) 택시를 불러 목적지까지 이동해 본다.
참, 대중교통으로 갈 수도 있지만 과거 파리 여행에서 젊은 패기로 아래에서 사크레퀘르 대성당까지 계단 타고 걸어 올라갔다가 '헉'했던 경험이 있기에 일부러 택시를 불렀다. 아직도 회자될 만큼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별서방, 저 택시기사 뭐라고 하는 거야?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맥도날드 영어 키오스크가 먹통이라 현지 직원에게 햄버거를 바로 주문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호텔을 제외하면 어딜 가나 대부분 영어로 물어보면 프랑스어로 답변이 돌아온다. 동남아보다 영어가 안 통해서 더 갑갑한 경우가 많은 프랑스. 이는 그들 언어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라고.
몽마르뜨로 가는 길, 재밌는 볼트 운전기사를 만났다. 마치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의 택시 기사분이 어떻게든 한국말로 알려주는 것처럼 끊임없이 그 프랑스 운전기사도 프랑스어로 관광객인 우리에게 지나가는 곳의 역사적 의미 등을 알려주려고 했다.
전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 그러자 그 운전기사는 끊임없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자 구글 번역기를 돌렸다. 덕분에 그냥 지나치면 몰랐을 몽마르뜨까지 올라가는 골목마다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어 좋았다.
아, 당연히 조수석에 앉은 별서방이 소통의 창구였다.
프랑스에서 만난 가장 친절하고 유쾌했던 택시 기사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마침내 낭만 가득한 몽마르뜨 거리에 도착했다. 때마침 날씨도 다시 '화창함'으로 바뀌어 기분도 상쾌하다.
파리의 명동 같았던
북새통 몽마르뜨 언덕
솔직히 이번 프랑스 파리 여행에서 가장 북적였던 곳을 손꼽자면 몽마르뜨 언덕이라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여행 전에 N사 유명 유럽여행 카페 글 중에 이곳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파리 지하철만큼이나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관광객 비중이 훨씬 많겠지만, 예술인들의 거리 몽마르뜨를 오니 진짜배기 프랑스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 이름 없는 길거리 예술가들의 작품인데, 상당한 Quality라서 괜스레 그림 하나 구입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낭만적인 거리에도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화장실 문제이다. 목도 축일 겸 화장실도 갈 겸 해서 몽마르뜨 스타벅스를 갔는데, 음료 줄이 상당했을 뿐만 아니라 매장 내 화장실 줄도 엄청났다. 아, 화장실에 골인했어도 관리 안 되는 화장실 냄새는 엄청났다. 진짜 프랑스에서 관리 잘 된 화장실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파리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이곳에 왔으니 프랑스 랜드마크 사크레퀘르 대성당 앞의 계단에 앉아서 햇살을 쬐며 파리 시내를 감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별서방,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네!
장모님이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른 아침 에펠탑부터 시작해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을 찍고 몽마르뜨까지 오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물론 장모님이 체력 회복을 할 수 있게 중간중간 카페를 들른다던가 미술관 관람을 하고 벤치에 앉아 쉬었지만, 그래도 패키지여행이 익숙한 어른분들에겐 자유여행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몽마르뜨까지 택시를 타고 올라오고, 이렇게 성당 앞의 계단에 앉아 있으면서 시간의 구애 없이 낭만적인 파리 전경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결정은 그야말로 아주 탁월했다. 선선한 산들바람을 맞으면서 파리 시내를 보고 있노라니 행복하단 장모님의 말씀에 다시 별서방은 힘이 난다.
우리가 계단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몽마르뜨의 상징 길거리 공연이 시작됐다. 무수히 많은 프랑스 무명 음악가들이 거쳐간 그곳. 초록색 옷과 모자를 쓰고 샹송 공연을 하려는 프랑스 무명의 여가수가 꽤 앳되어 보였다.
그런데, 저 친구는 안 되겠어...!
즐겁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 관람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참 열심히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냥 노래 실력이 영~ 아니올시다였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부르는데, 어느 순간 이게 몽마르뜨 언덕의 낭만을 깨는 소음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사람들 반응도 없고, 기부금도 거의 없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사회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냉정하다.
장모님께서 힘들어하실까 봐 이곳을 끝으로 후속 일정은 없었다. 그래서 여유롭게 이런 낭만을 하염없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즐길 수 있었는데, 파워 J인 내가 과거 해외여행에서 이렇게 여유 있게 즐겼던 적이 있나 싶었다. 조금 내려놓고, 과감하게 일정을 축소하면 없던 여유와 낭만이 생긴다. 이 모든 것이 이번에 장모님을 모시고 3인방이 프랑스 파리 여행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한참을 기분 좋게 앉아 있다가 사크레퀘르 대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특히 성당 입구는 마치 '천국의 문'이 실재한다면 여기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황홀한 View를 자랑했다. 또한, 성당 내부는 어떠한가? 이곳에 두 번째 방문하는 것이지만, 완전 다른 성당에 들어온 것처럼 건축 양식부터 시작해 모든 것에 감탄했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유럽 성당 안에 들어오면 절로 숙연해진다. 확실히 이런 종교 시설에는 성스러운 무언가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불교 대웅전 앞에서 소원초를 켜듯 우리 3인방도 이곳에서 기부금을 넣고 소원초를 켜고 소원이 이뤄지길 기도했다. 거리의 예술 작품부터 공연, 시내 전망, 소원빌기까지 4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파리 2일 차 마지막 랜드마크 투어였다.
그냥, 몽마르뜨는 낭만이야!
에펠탑이 있는 마르스 광장과 더불어 파리지앵을 꿈꾸는 여행객들이 피크닉 장소로 가장 선호하는 곳이 사크레퀘르 대성당에서 내려오는 계단 옆에 있는 잔디밭이다. 역시나 날이 좋으니 그냥 돗자리나 타월을 깔고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파리시민과 여행객들이 많았다.
사실 처음에 프랑스 여행을 계획할 때, 파리에 이미 갔다 와서 최대한 짧게 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파리지앵처럼 그들의 삶에 스며들면서 이런 내 생각이 짧았단 사실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다시 간다고 가정해도 또 가고 싶은 몽마르뜨 언덕. 몽마르뜨는 낭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