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상프로방스,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장모님, 점심은 한식 어때요?
TGV역에서 30~40분을 달려 오전 11시 30분 무렵 이곳의 이번 남프랑스 여행 호캉스 숙소였던 아쿠아벨라 스파 & 호텔(Aquabella SPA & Hotel)에 도착했다. 역시나 이른 시간이어서 바로 체크인은 안 됐고, 체크인 시간까지 도보로 도심 여행을 했다. 이것도 파워 J 별서방 계획의 일부. 바로 체크인이 되지 않을줄 알고 구글맵으로 모든 동선을 다 짜놨다.
그리고 놀랍게도 작은 소도시인 이곳에 한식당이 하나 있었다. 여행을 계획할 때, 장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기에 여행가는 동선마다 한식당이 있는지 체크를 했었다. 여기보다 훨씬 큰 남부 도시인 니스에도 한식당이 단 1개뿐이었는데, 놀라울 따름이었다.
엑상프로방스 한식당, 나야(Naya)
주소 : 5 Rue Lieutaud, 13100 Aix-en-Provence
주력 메뉴는 분식이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남짓한 거리에 있었는데, 어찌나 한글 간판이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식당 안에 들어가보니 진짜 한국분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떡볶이와 김밥 그리고 이곳의 시그니처 스시 브리또를 주문했다. 아, 솔직하게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갔던 한식당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스시 브리또가 가장 맛있었다...! 만약 엑상프로방스 여행을 가는 분들은 꼭 이곳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엑상프로방스 번화가
미하보광장
엑상프로방스의 알파벳은 Aix-en-Provence이다. 여기서 'Aix'는 라틴어로 '물'을 의미한다. 즉, 이 도시는 물이 많이 나오는 도시란 뜻이다. 도시에 강과 바다가 없지만, 물이 풍부해 도심 곳곳에 분수대가 지천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작은 소도시의 중심은 미하보광장(Cr Mirabeau)이라 불리는 곳이다. 여행의 시작은 이곳에서 하는 게 좋으며, 광장에서도 도시의 가장 큰 분수인 로톤드분수(Fontaine de la Rotonde)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정말 이렇게 가슴이 웅장할 만큼 큰 분수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사뭇 파리와 다른 휴양 도시 분위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좋은 조미료와 같았다.
미하보광장은 미하보 거리라고도 불리는데, '대로'를 중심으로 좌우에 식당와 쇼핑상가 등이 밀집되어 있다. 그리고 길따라 가다보면 분수의 도시란 명성에 걸맞게 이국적인 이끼분수도 있어 마치 동화같은 도시를 방문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여행 책자에서 로톤드분수와 같은 몇몇 유명한 분수의 좌표를 찍고 열심히 도보로 돌아다녔다. 그런데, 물과 분수의 도시란 명성에 걸맞게 골목 곳곳에도 각양각색의 이름 모를 아름다운 분수들이 천지에 널려 있었다. 또한, 도시의 색을 '황금색'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도시 건물 외벽 색상이 유사했는데, 이런 도시 분위기와 분수의 조화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또 찬란했다.
별서방, 나 여기서 살아보고 싶네!
나는 파리도 물론 좋았지만, 남프랑스 여행 첫 행선지 엑상프로방스에서 만큼은 한달살기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소도시였다. 그런데, 장모님도 마찬가지 의견이 아니겠는가! 여행을 하면서 느꼈지만, 신기하게도 아내와 나보다 오히려 장모님과 나의 공통 분모가 더 많았다.
이런 경험을 함께 공유했기에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장모와 사위 사이가 그 어떤 다른 장모 사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장모님 취향과 생각에 대해서 오히려 아내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물과 분수 그리고 한 가지 더. 엑상프로방스는 폴 세잔의 도시이다. 맞다, 화가 그 세잔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분수와 함께 도시 곳곳에서 세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심지어 호텔 이름 중에도 폴 세잔 부티크 호텔이란 곳도 있었다. 구시가지에서 걸어서 세잔의 작업실로 향했다.
세잔의 작업실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는 길은 'Cézanne'이란 단어만 보고 따라가면 되는데, 아틀리에 근처에 도달하니 오르막길의 연속이었다. 마땅한 교통수단도 없어 꽤 힘들었는데, 비로소 도착한 이곳에서 날벼락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은 마감입니다, 내일 오실래요?
세잔의 작업실은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문화재 손상을 막기 위해 하루 제한된 관람객만 받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후기에서는 널럴해서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걸 믿었는데 내 불찰이었다.
"아, 내일 아침에는 니스로 가야하는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지만, 물과 분수와 세잔의 도시인 곳에서 가장 중요한 세잔의 아틀리에를 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순간이었다. 아쉬운대로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숙소로 돌아갔다.
엄청 죄송했는데, 계속해서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는 장모님 덕분에 그래도 다시 힘을 내서 여행을 재개했다. 다행히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여행은 '호캉스' 위주의 여행이라 큰 일정은 없다. 그런데, 그 호텔 수영장에서 또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음 이야기에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