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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Jun 24. 2024

파리 여행의 끝, 현지 미슐랭에서 짙어져 가는 밤

파리 3일 차,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몽파르나스 타워에서 바라본 파리 시내 전경
파리 5구 뤽상부르공원
몽파르나스 타워 전망대 내부



이제는 파리와 헤어져야 할 시간



어느덧 첫 번째 필살기 리슐리외도서관, 두 번째 필살기 뷔렌의 기둥을 보고 나니 시간은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3인방의 파리 여행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후 3시가 넘어가면 부랴부랴 일정 추가로 인해 새로 예약한 길 건너편에 위치한 숙소로 짐을 옮겨야 하는 시간이다.


"도대체 높은 건물 전망대는 왜 가는 거야?"


짐을 옮기기 전, 마지막 행선지로 파리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몽파르나스 타워'로 향했다. 사실 돈 주고 빌딩 전망대에 가는 걸 안 좋아하는 별서방이었는데, 전체적으로 파리 도심 형태를 보며 우리가 갔던 곳을 짚어보고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제야 왜 높은 건물 전망대를 가는지 이해가 됐다.




그러고 나서 숙소를 옮겼다. 한 도시에 머무르면서 숙소를 옮긴다는 것이 영 성가신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기존에 머물던 숙소가 마감되어 연장하지 못해 마지막 날 숙소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별서방은 장모님을 모시고 갔기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게 기존 숙소 바로 길 건너편 호텔을 예약했다.


이미 몽파르나스 타워에서부터 우리는 파리란 도시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 우리는 각자 숙소에서 저녁 식사 전에 생각을 정리했다. 저녁 식사 예약 시간은 오후 7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숙소 근처에 있는 뤽상부르공원에 잠시 산책을 다녀왔다.



특유의 감성 넘치는 파리 5구 골목길



프랑스 사람들의 저녁 식사 시간은 보통 오후 7시부터 시작된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의 완벽한 파리의 마지막 밤을 위해 별서방은 여행 전 구글맵으로 원하는 시간이 오픈되자마자 미슐랭 1 스타 식당 3인 예약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유명 레스토랑은 아니었다. 구글맵을 열고 숙소가 있는 파리 5구 지역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 놓고, 미슐랭을 검색해 보고 가격 부담도 덜하고 가장 현지인들의 호평이 많았던 식당을 찾았다. 물론 한국인들 방문 리뷰도 참조하고 말이다.




이윽고 피날레를 장식할 시간이 찾아왔다. 구글맵을 켜고 아내 그리고 장모님을 모시고 파리 5구 골목골목을 마치 내 집 안방처럼 돌아다녔다. 구글맵이 활성화되기 전엔 어떻게 여행했을까 싶다. 장모님도 별서방이 어플만 보고 성큼성큼 길을 헤매지도 않고 찾아가는 모습에 감탄을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감성 가득한 파리 골목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성큼성큼 걷고 있지만, 이미 순간순간 포착되는 파리 골목길을 별서방은 '눈'이란 프레임 속에 하나씩 담고 있었다. 



파리 5구 미슐랭 1스타 맛집, 르 크리스틴 (Le Christine)



장모님, 마지막 필살기입니다!



지난번에 파리에 방문했을 때, 우연히 찾은 미슐랭 맛집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는 파리 여행의 마지막을 미슐랭 맛집에서 결정했다. 파리 미슐랭 맛집 이름은 르 크리스틴(Le Christine). 웬 동양인이 예약 확인 문서를 보여주며 식당에 찾아오니 직원이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식당 한켠에는 현지인 할머니가 혼밥 하러 온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아! 여기는 진짜 제대로 된 프랑스 현지인 미슐랭 맛집이라고 말이다.


별서방, 이런 멋진 곳에
데려와줘서 고맙네


별서방이 준비한 마지막 필살기, 장모님은 음식은 둘째치고 레스토랑 분위기와 인테리어부터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다. 과거 패키지여행을 다니시면서 여행사와 연결된 관광객 위주 현지 식당 혹은 한식당을 주로 가셨을 것이다. 한 마디 말씀에 여러 가지 마음이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인 가족이 식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화는 거의 없고,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평소에도 대화가 많은 우리지만, 여기서 만큼은 과거 그 어떤 식사 시간보다 대화가 많이 오가는 자리였다. 파인 다이닝 자리가 만드는 긍정적인 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파리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대화로써 이야기하고 듣고 즐기고 있었다.



별천지였던 미슐랭 식당의 대놓고 맛있는 코스 요리



단도직입적으로 여태껏 먹어 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그야말로 눈으로 보는 예술 작품이 아닌 입안에서 숨 쉬는 예술 작품이었다. 일반적인 관광객 식당과 다르게 서빙하는 직원들도 격식이 있었고, 어떤 음식인지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점도 좋았다.


그리고 평소에 한국에서처럼 빨리빨리 안 먹고 천천히 대화하면서 먹으니, 양이 엄청 작아 보였지만 어느덧 포만감도 한가득이었다. 음식이 주는 포만감과 함께 분위기가 선사하는 행복함이 같이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특히 미슐랭 식당에서는 요리에 들어가는 소스 맛이 기가 막혔는데, 나는 여러 가지 코스 요리 중에서 농어 스테이크 요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장모님, 조금만 견디세요.
feat. 인내를 요하는 미슐랭 코스 요리



그런데, 이미 프랑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대한외국인 프랑스인 '파비앙'이 운영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프랑스 사람들 저녁 식사 시간이 아주 긴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기본이 최소 2시간. 평소 30분 이내로 식사를 마치는 한국인들에겐 무척이나 긴 시간이었다.


이미 엄청난 양의 대화를 나누기도 해서 에너지 소모량이 상당한 식사 시간이었다. 아내와 장모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서 실례를 무릅쓰고 직원을 불러 음식 서빙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보다. 마지막으로 계산하는 순간까지 현찰 거스름돈 계산만 10분 이상이 걸렸다. 문자 그대로 인내를 요구하는 프랑스 코스 식사였다.


그렇지만, 파리 여행의 마지막 밤은 우리에게 있어 찬란했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2시간 이상 소요된 식사 시간에 별서방과 장모님은 한층 더 가까워졌다.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미슐랭 레스토랑에서의 기억, 숨결 하나하나까지 생생한 지금이다.


이제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로 떠날 시간이다! 첫 번째 남프랑스 지역 행선지는 엑상프로방스. 과연 또 어떤 에피소드가 우리 3인방을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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