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상프로방스,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가장 주요한 일정, 호캉스
사실 얼리 체크인만 됐다면 바로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엑상프로방스 여행을 진행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역시 체크인 시간에 대해서 예외가 없었던 프랑스였다. 그렇게 짐만 숙소에 맡기고 물과 분수와 세잔의 도시를 한 바퀴 둘러보고 오후 3시에 맞춰 돌아왔다.
마치 고대 로마시대 성곽처럼 보이는 조형물이 있는 수영장에 매료되어 우리는 여기 엑상프로방스 아쿠아벨라 & 스파 호텔(Hôtel Aquabella & Spa Aix en Provence)에서 호캉스를 하기로 했다. 아니, 어쩔 수가 없었다. 파리는 위치 괜찮은 4성급 숙소가 평균 25만 원 정도에 육박했고, 다음 행선지 니스도 여름휴가철이라 3성급 숙소가 하루 평균 30만 원에 달했다.
여기도 4성급 호텔이지만, 숙박비에 수영장 및 스파가 포함되어 아내와 장모님과 호캉스를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장모님을 모시고 가기 때문에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숙소에 많은 신경을 썼는데, 별서방이 준비한 히든카드라고 해야 할까?
1층 호텔 로비로 들어가니 프랑스 특유의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엑상프로방스 도시 분위기 자체가 황금빛이었는데, 이와 대비되는 모던하고 아트적인 인테리어라 더 마음에 들었다. 이런 인테리어처럼 객실 내부도 감각적일까?
객실은 평범하지만, 넓어서 좋았어!
하루 평균 약 25만 원을 지불하고 숙박했던 4성급 파리 숙소 셀렉트 호텔과 트리아농리브고슈 호텔. 파리 물가가 비싼 거는 알고 있었지만, 캐리어 하나를 펼치면 꽉 차는 객실 크기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좁디좁은 엘리베이터부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그래도 익숙해졌던 걸 보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다.
이와 비교했을 때,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여행에서 호캉스 숙소로 묵었던 아쿠아벨라 스파 & 호텔 객실은 넓어도 너무 넓었다! 마치 원룸에 살다가 결혼하고서 더 넓은 신혼집으로 이사 온 기분이랄까? 창 밖으로 보이는 View는 그냥 도시 골목이었지만, 4성급에서 5성급 숙소로 온 것처럼 느껴졌다.
다만, 호텔 로비와 객실 통로에서 기대했던 감각적이고 모던한 내부 인테리어가 아닌 평범한 인테리어라서 아쉬웠던 점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행선지 니스에서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3성급 호텔에서 머물렀기에 모든 것을 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즐겼던 별서방이다.
드디어 고대했던 호텔 성곽 수영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수영장에 입장하기까지 자그마한 에피소드 하나가 있었다. 입장할 때는 비치 타월을 호텔 프런트에서 받아 들어가야 하는데, 그냥 호텔 수영장 가드가 영어를 할 줄 모르니 무작정 입장을 막았던 것.
체크인 시에 수영장 관련하여 제대로 안내받은 것이 없어 당시 투숙객 중 유일한 아시안이었기에 순간적으로 인종차별을 당한 것 같았다. 열받아서 프런트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걸었다.
프랑스 여행을 하면 생각보다 영어가 안 통해서 이런 불편한 점이 있다. 기분 좋게 호캉스를 즐기러 왔는데, 이것 때문에 괜히 찝찝하게 선베드에 자리를 잡고 수영을 즐기기 시작했다.
별서방, 나는 물에 있으면 만고 걱정이 사라져서 좋다네
그래도 수영장 물에 들어가 기분 좋게 수영하는 장모님과 아내를 보니 나도 마음이 풀렸다. 그리고 물개라고 칭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수영도 잘하시고 물도 좋아하는 장모님이었다. 아, 이번 여행에서 수영장 있는 호텔에 머물지 않았으면 큰 일 날 뻔했다!
별서방도 그렇고 장모님도 그렇고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마냥 관광을 목적으로 이런 편의시설이 없는 숙소에서 머무는 것보다 여행에 하루쯤은 이렇게 호캉스 일정을 넣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대 로마시대 성곽처럼 보이는 건축물 아래 야외 수영장은 낭만 그 자체였다. 물에서 노는 것도 좋았지만, 1시간 넘게 수영장 안에서 키스를 하고 있던 현지 중년 커플을 봤던 일, 은퇴 이후 이런 곳에서 바캉스를 즐기고 있는 프랑스 현지 노인들을 봤던 일 등 그야말로 여유가 넘쳤던 야외 수영장이었다.
이제 물에서 실컷 놀만큼 놀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엑상프로방스 여행 호캉스의 방점으로 호텔 레스토랑 야외석에서 식사를 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인 프로방스의 밤을 만끽하기로 한다.